모든 시민은 기자다

26살 청년 농부의 꿈, "농작물 이용한 방탈출 카페 설립"

[인터뷰] 이남훈 문호 농장 대표

등록|2022.03.08 16:50 수정|2022.03.08 16:50
<화성시민신문>이 만난 일곱 번째 청년 농부는 이남훈(26, 남양읍)씨다. 이남훈 문호 농장 대표는 부모님이 1998년부터 운영하던 농장을 이어받았다. 3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좌충우돌 시행착오 끝에 작년 처음으로 순이익금을 남겼다고 말하며 기뻐하는 새내기 농사꾼이다. 지난 2월 25일 그를 만나 문호농장만의 농사법을 들었다.[편집자말]

▲ 이남훈(26, 남양읍) 문호 농장 대표의 모습 ⓒ 화성시민신문


이남훈 농부가 운영하는 문호 농장은 경기 화성시 남양읍 온석리와 문호리 두 곳이다. 문호리는 이 대표의 부모님이 농사를 시작한 곳이고, 온석리는 2019년 이 대표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처음 농사를 지은 곳이다. 문호리는 벼농사와 김장 채소, 온석리는 온실 엽채류를 각각 운영한다.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남보다 빠르게 기반을 잡는 것이 중요했죠.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시니까 비교적 빠를 거로 판단했어요. 마음 편하게 실수해도 될 것 같기도 했고요.(웃음) 제가 함께 농사짓겠다고 하자, 아버지도 힘드셨던 참에 잘됐다고 하시며 든든해 하셨는데. 2년 동안 수익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대로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이 대표. 그는 이곳 남양읍 토박이다. 3대에 거쳐 남양읍 문호리에 살았다. 남양 중고교를 졸업한 그는 한국농수산대학교 식량작물학과에 진학했다.

이남훈 대표가 운영하는 문호 농장(온석리)은 700평 규모의 대지에 200평 온실이 있다. 초봄이라 아직 부추가 듬성듬성 남아있다. 부추는 4년까지 키우며 재배할 수 있는 효자 작물이다. 그가 온석리의 독립된 농장을 '문호'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부모님은 24년 전, 버섯과 벼농사를 시작하셨어요. 그러다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하셨는데 공동방제를 위해 헬기로 마을 단위 농약 살포를 했대요. 행정 착오였는지, 부모님 논에도 농약이 살포된 거예요. 그때 큰 피해를 보셨대요. 친환경 인증이 취소됐죠. 당시에는 농업을 위한 소통 창구가 없었다고 해요."

부모님과 마찰 후 얻은 교훈
 

▲ 문호 농장 정경, 그가 온석리에 있는 농장을 ‘문호’라고 부르는 이유는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 화성시민신문


이 대표는 농수산대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을 총망라해 농장을 운영하고 싶었지만, 사사건건 부모님과 마찰을 빚었다. 게다가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실재의 괴리가 컸다.

예를 들면 농약을 주는 방법, 살포하는 시간 같은 세부적인 것들부터 모두 달랐다. 그럴 때마다 이 대표가 항상 강하게 주장해서였을까. 부모님은 극약처방을 내리셨다. 아예 독립된 공간에서 농장을 운영해 볼 것을 권하신 것.

"이곳(온석리)으로 쫓겨난 걸 지도요.(웃음) 그동안 배운 대로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시도도 못 했어요. 농장 환경은 실습장과 사소한 것부터 달랐어요. 하다못해 쓰레기 처리, 약 치는 법, 물 관리 등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점점 제 방식이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작년에 열심히 부추를 관리하며 드디어 첫 수익을 냈어요. 그제야 '부모님이 옳았구나. 내 방식이 안 통하는구나.' 깨닫게 됐죠."


농작물을 설명하는 그에게 이제 제법 농사꾼 같은 모습이 발견된다.

"부추는 4년 동안 키울 수 있어요. 4월이면 수확이 가능하고 10월 말이 되면 끝이 돌돌 말리며 잎이 말라요.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뿌리는 살아있어요. 부추는 1년에 3번 경작할 수 있죠." 

26살 청년의 꿈
  

▲ 문호 농장(남양읍) 내 엽채류가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다. ⓒ 화성시민신문


그에게는 사실 농작물 재배 이상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온석리 농장이 작은 면적이에요. 그것에 맞게 엽채류를 키울 수 있는 복층 구조의 저가형 스마트팜을 조성해서 혼자서도 적정한 생산량의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어요. 보통 선반형식으로 상추나 청경채를 키우는 걸 봤는데, 저는 부추를 재배하고 싶어요. 부추는 빛을 많이 보지 않아도 되고 병충해도 크지 않으니까 친환경으로 재배해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싶어요."

이 대표는 이것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지만 다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뭐, 딱 하나만 공개하자면, 방 탈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고.

"방 탈출 카페는 마니아층이 두터워요. 또 방 탈출 마니아는 접근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짙죠. 예를 들면 여기서 대전까지도 찾아가서 프로그램을 즐기고 올 정도예요. 저는 농업 치유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방 탈출과 접목해서 독특한 문제를 풀어보는 등 농업 이색체험으로 확장성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싶어요."

이 대표는 문호 농장을 운영하며 좋은 점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꼽았다.

"1년 차, 2년 차, 3년 차가 다 달랐어요. 고민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깨달음을 줬어요. 농장에서 일어나는 고민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나더라고요. 매 순간 성장할 수 있는 거죠.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들지만요. 지금도 고민을 해요. 제가 시작한 일들을 올바로 진행할 수 있을지, 혹시 실수하지는 않을지."

좌충우돌 온석리 문호 농장을 운영하며 고민의 순간마다 이 대표는 시 농업정책의 혜택을 받았다고.

"2019년 4-H 기금사업이 있었어요. 하우스 건축에 도움을 받았어요. 2년 동안 수익이 없을 때는 청년 농업인 정책지원사업으로 생활비를 지금 받고 대출 신용보증제도를 받았어요."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실험의 장 마련됐으면
 

▲ 이남훈 문호 농장 대표가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 화성시민신문


그래도 여전히 갚아야 할 빚은 많고 일은 항상 힘들다고 말하는 그. 이러한 상황에도 기막힌 아이디어를 재산 삼아 하나하나 실현해내며 살 거라고 포부를 밝히는 그가 야심 차게 웃는다.

그런 그를 버틸 수 있게 만드는 멘토는 대학 시절 실습현장을 담당하셨던 송종섭 교수. 항상 농장운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시며 환경을 생각하셨단다. 송 교수는 일체의 쓰레기도 태우지 않고 농약을 아무 데나 버리지도 않으셨다. 우리가 살아갈 땅을 위해 기본을 지키신 것. 그 기본이 농업현장에서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 줄이야.

"농업용 비닐을 수거해가는 업체가 있어요. 당연히 흙이 좀 묻을 수 있죠. 그런데 더럽다고 수거해가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비닐이 쌓이다 보면 농업현장이 쉽게 오염되고. 벌레가 꼬이고 악취가 나고. 소각이라도 하면 대기 질을 오염시키는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해요."

이 대표는 환경 문제에 쉽게 노출된 농업현장의 소소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완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지자체에서 농촌 환경을 위한 토론회나 마을 단위 교육, 철저한 현장 관리로 실습현장과 같이 체계적 환경을 이룬다면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는 청년 농업인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한 청년 농업인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