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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버스터즈를 아십니까

노래방 닫고, 회사 조퇴하고... 위기를 봉사로 극복하는 인천 중구 자율방재단 사람들

등록|2022.03.20 11:53 수정|2022.03.20 11:53

▲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거리로 나선 우리 이웃. 서정인 인천시 중구 신흥동 지역자율방재단 대표(좌)와 전선자 인천시 자율방재단연합회 사무처장(우). 마스크를 쓴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번진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오늘도 우리는 흔들림 없이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다. 나아가기 위해 잠시 주춤한 것일 뿐. 우리는 믿는다. '함께'라면 더 나은 내일이 열린다고. 언젠가 오늘이 의미 있는 싸움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코로나19에 맞서, 서로에게 빛이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두 번째는 인천시 지역자율방재단이다.

모여라, 코로나 버스터즈
 

인천 중구 도원동 행정복지센터 앞, 초록빛 방재단복을 입은 사람이 하나둘 모여든다. 손에는 소독약 분사기와 청소 도구, 방역 안내 포스터를 들고 있다. '코로나 버스터즈'를 자처한 인천시 중구 지역자율방재단원들, 바로 우리 이웃이다.

인천시 자율방재단연합회는 시와 시민이 힘을 모아 일상의 위험 요소를 찾아 막아내고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즉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가 주요 임무. 10개 군·구 지역자율방재단 2874명이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나타난 후로 방재단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벌써 2년이다. 코로나19가 평범한 일상을 뒤흔든 시간. 정영중(64)씨는 동인천에서 노래방을 운영한다. 가게 문이 굳게 닫힌 날만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를 지키기 위해 차가운 거리로 나섰다. 가슴속에 쌓인 답답함은 봉사 활동으로 이겨낸다.

"남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 웃고 살 수 있어요. 모두 어렵잖아요.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죠."

봉사는 시간이 나서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다. 김혜숙(58)씨는 회사에서 조퇴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이곳으로 달려왔다. 봉사가 주는 기쁨을 알면 누구라도 자신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 했다. "주변을 돌아볼수록 마음에 사랑이 채워져요. 더 많은 사람이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 '코로나 버스터즈' 인천시 중구 자율방재단.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방역하는, 정관우(좌) 인천시 자율방재단연합회 회장과 안성호 중구 지역자율방재단 단장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시장을 채운, 36.5℃의 온기

중구 도원동 신흥시장.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왁자지껄해야 할 전통시장에 적막이 흐른다. 그래도 상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가게 문을 열었다. 평생을 부지런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현실이 조금 힘들어도 삶은 계속된다.

"오늘도 고생이 많네. 날도 추운데..." 돼지마트 박남석(78)씨가 방역 활동 중인 방재단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는 40여 년 자원봉사로 이 동네에서 잔뼈가 굵다. 봉사 베테랑도 방재단엔 각별한 마음이 든다. "웃는 얼굴로 남을 돕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아요. 이런 우리가 인천시민이니 인천의 앞날이 밝지 않겠어요."

진성상회 이원매(70)씨는 25년간 시장 한복판을 지켜왔다. 그동안 스쳐간 시간과 인연이 모두 소중하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반가운 얼굴들을 맞이하고 싶어요." 장사가 예전만은 못해도 괜찮다.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이웃이 있어 힘이 난다. "어려운 시간을 함께 '잘 이겨내자'고 '잘살아보자'고 꼭 전하고 싶어요."
 

▲ 뜨끈한 어묵 국물에 힘이 솟는다. 힘들수록 '우리'를 떠올리며 남을 돕고, 그런 그들을 고마워하는 사람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 중구 도원동 신흥시장. 자율방재단이 길을 지날 때마다 상인들이 따듯한 인사를 건넨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자율방재단이 시장 골목을 지날 때마다 상인들이 '고맙다', '밥은 먹었느냐'며 따듯한 인사를 건넨다. 시장 길목에 있는 분식집의 정옥연(60)씨는 가는 발걸음을 기어이 붙잡는다.

"춥잖아요. 따뜻한 어묵 국물 좀 드시고 가요. 괜찮아요. 어서요."
"와~ 국물 맛이 좋네요."

방금 전엔 단골손님이 와서 3000원어치 매상을 올려주었다. 복닥거리는 시장통에서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지만 그의 얼굴은 평온하다. "장사가 전보다 좀 안돼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요. 마음이 편해야죠. 욕심부리지 않고, 딱 먹고살 만큼 벌면 돼요." 그가 때론 맵고 쓰디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다.
 

▲ 몸을 부리는 일이 힘들어도,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나설 수 있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 우리 마을을 우리 스스로 지키는 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안성호 중구 지역자율방재단 단장은 말한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코로나19, 함께 이겨내요

어느덧 일정을 마치고 자율방재단원들이 하나둘 일상으로 돌아간다. 몸을 부리는 일이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설 수 있다.

사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안성호(64) 중구 지역자율방재단 단장은 말한다. "우리 마을을 우리 스스로 지키는 일이에요." 인천시 지역자율방재단의 활약은 다른 지역까지 넘나든다. 언젠가 강원도 홍천에 홍수가 났을 때는 삽을 들고 며칠 물을 퍼냈다. '고맙다', '수고한다'는 격려만으로도 힘이 났다. 몸이 고될수록 가슴은 더 뜨거워졌다.

정관우(73) 인천시 자율방재단연합회 회장(미추홀구 자율방재단 단장)도 이웃의 행복한 일상을 지키는 일이 가슴 뿌듯하다. 오늘도 골목골목을 누비고 이웃과 만나며 내일의 희망을 보았다.

"기나긴 코로나19 여파로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왔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깁니다. 인천시민이 '함께'하니까요."

마스크를 쓴 그의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번진다.

모두 힘든 시간이지만, 괜찮다. 이겨낼 수 있다. 힘들수록 서로를 생각하며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취재영상 보기 (https://youtu.be/YoyKcw2_3No)
 

▲ 몸을 부리는 일이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설 수 있다. ⓒ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시에서 발행하는 종합 매거진 <굿모닝인천> 2022년 3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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