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김영옥까지 출격, '남자의 자격' 그림자 지우려면
[리뷰] JTBC <뜨거운 씽어즈>, 음악 명가의 새로운 시도
▲ 지난 1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싱어게인>, <슈퍼밴드>, <팬텀싱어> 등 지난 10년 사이 각종 음악 예능을 성공시킨 JTBC가 이번엔 조금 다른 포맷의 프로그램을 하나 선보였다.
14일 첫 방영된 <뜨거운 씽어즈>는 배우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중심으로 한 새 음악 예능이다. 기존 JTBC 음악 예능이 경연, 오디션 위주로 진행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뜨거운 씽어즈>는 초보자 또는 실력자 여부에 구애 받지 않고 그저 노래하는 게 좋아서, 다른 도전을 하고 싶어서 용기를 낸 중견 연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프로그램의 첫 출발을 보고 일부 시청자들은 2010년 당시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떠올리기도 한다. 2년에 걸쳐 '남격 합창단', '청춘 합창단'를 결성하고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기에 과연 JTBC <뜨거운 씽어즈>가 나름의 차별성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MC 전현무의 단원 합류... 쟁쟁한 실력자 배우 대거 참여
▲ 지난 1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뜨거운 씽어즈>에 누가 참여하는지는 첫 상견례 장소에 참석하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전현무의 등장에 노장 배우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쁜데) 이걸 할 시간이 있냐?","MC로 출연하는거냐"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저도 단원으로 참가하려고 왔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전현무는 "제가 노래만 하면 사람들이 비웃는다"라며 이번엔 직접 참가하는 입장에서 제대로 노래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드러냈다.
김광규, 이종혁, 장현성, 이병준처럼 음원을 내거나 뮤지컬 및 음악 영화 출연으로 나름의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모처럼 선후배 사이의 반가운 만남이 이어졌다. 작품 속 강한 카리스마 내뿜던 서이숙, 박준면 등의 배우들도 이곳에선 평범한 동료이자 친구들이었다.
의외의 출연자도 눈길을 끌었다. 줄곳 연극만 하다가 TV에 등장한 지 얼마 안 되는 배우 우미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정재 주변 인물로 뒤늦게 주목받은 배우 이서환 등은 첫 예능 출연이 어색한 듯 긴장한 모습도 감지됐다. 하지만 이내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체 출연진 나이 총합 990살의 <뜨거운 씽어즈> 단원들은 금세 한 팀의 일원이 됐다.
기교 없지만, 진심 담은 목소리의 울림
▲ 지난 1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여타 음악 예능처럼 합격, 불합격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기량, 실력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멤버들은 미리 준비한 솔로곡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TV, 영화 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 오랜 무대 경험을 지닌 관록의 배우들도 본인의 능력을 점검하는 시간이 되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날 <뜨거운 씽어즈>에서 가장 감동적었던 부분은 노배우 나문희, 김영옥이 노래를 부른 순간이었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연기자로서 맹활약 중인 그들의 노래는 여느 가수의 그것 이상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전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한다고 했어요." (나문희)
"합창단에 들고 싶어 욕심내 여기까지 왔습니다."(김영옥)
노장 배우들의 참가 이유는 평범했지만 각각 들려준 '나의 옛날 이야기'(조덕배 원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임형주 원곡)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투박하고 어눌한 창법이지만 진심을 담은 목소리가 얼마나 큰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적절한 웃음와 감동의 조화 vs 기존 합창 예능 그림자 지우기
▲ 지난 1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뜨거운 씽어즈> 첫회만 놓고 보면 웃음과 감동이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모양새였다. 김광규-이종혁-장현성 등의 티격태격 케미와 더불어 김영옥-나문희 등 어르신들의 예측 불허 입담까지 등장하면서 예능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살짝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12년전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성공 그림자가 장애물처럼 존재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뜨거운 씽어즈>가 자신만의 색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들려준 감동의 목소리를 뒷받침해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첫 회를 만들어낸 만큼 지금의 기세를 이어갈 뒷심에 성패가 달려 있지 않을까.
일단 <뜨거운 씽어즈>가 기분 좋은 출발을 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