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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팔고, 헌혈증 모으고... "죽다 살아 나니, 남은 건 각자도생"

코로나 위중증·후유증 환자들 격리 해제 뒤 치료비 폭탄..."추적관찰과 지원 체계 필요"

등록|2022.03.17 13:32 수정|2022.03.17 15:55

▲ 2021년 11월 수도권의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중환자실 모습 (자료사진) ⓒ 연합뉴스


A(71)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위중증 환자다. 지난해 12월 확진돼 80여일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고, 아직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당장 병원에 내야 할 치료비가 1600만 원. 앞으로 지출될 치료비, 간병비, 부대 비용을 합하면 수천만원이 더 예상된다. 그래서 이번 달에 자신이 몰던 택시를 팔았다. 4년 전 은퇴 후 모아놨던 돈으로 장만했던 택시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70대 B씨 부부 상황은 더 심각하다. B씨는 하루에 수십만 원씩 청구된다는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 장치를 단 채로, 지난해 12월부터 80일 넘게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지금까지 청구된 본인 부담금은 4400만 원. 총 진료비 2억여원 중 일부이지만 B씨 가족에겐 '폭탄'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치료비가 들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에 확진돼 완치가 되지 못한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이 '치료비 폭탄'에 생계가 위협받는다며 정부에 적절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감염·치료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확진 7~20일 후 감염력이 약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일반환자로 분류되면서 치료비를 비롯한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에 시달리는 이유는 중환자실 치료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막대한 데다 극심한 후유증으로 장기적인 재활 과정이 필요해서다. 환자는 이전처럼 생계비를 벌기도 힘들다. 후유증은 아예 거동이 불편한 경우부터 호흡곤란, 신장장애, 우울, 불면, 기억력 감퇴 등 정신적 질환까지 복합적으로 겪는다. 세계보건기구는 발병 후 관련 증상이 3개월 넘게 발생하면 이를 '코로나 후유증(Long Covid)'으로 분류한다.

송아무개(39)씨는 치료 도중 자기 발로 병원을 나온 코로나 후유증 환자다. 지난해 7~8월 간 혼수상태에 빠졌던 송씨는 9월게 운 좋게 의식을 차리고 호전돼 일반 병실에 옮겨졌으나, 매일 20~30만원씩 불어나는 병원비 부담에 '외래로 진료를 받겠다'며 입원 두 달 후 퇴원했다.

한 통신업체 직원들은 폐가 심각하게 손상돼 폐이식까지 해야 했던 동료 직원을 위해 지난 1월 헌혈증도 수십장 모아서 보호자에게 건넸다. 폐이식 수술에도 수천만원을 썼는데, 중간 정산된 병원비만 5000만 원이 청구돼 수혈비라도 십시일반해 덜어주자는 취지다.

코로나 후유증 환자인 90대 할머니를 돌보는 조아무개씨는 "위중증·후유증 환자와 보호자들, 유족 200여명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방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환자 50명의 한 달 평균 입원비는 1000만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호흡도 힘든데, 음성 나왔다고 일반 환자"
 

▲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은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의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


이들은 정부의 격리해제 판단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격리실 입원료, 진단검사비 등을 '격리입원치료 명령이 시작된 날부터 해제된 날'까지 전액 지원한다. 그런데 격리해제 기준은 시간이 지나며 계속 바뀌었다. 처음엔 입원 중 PCR 음성 진단을 2차례 이상 받아야 했으나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해 말 '증상 발현 후 20일'로 줄더니, 오미크론 유행기엔 '검체채취일로부터 7일'로 줄어들었다. 위중증 환자는 최대 20일까지 연장이 가능하도록 정했지만, 의료현장에선 7일이 경과하거나 48시간 넘게 발열이 없는 등 호전 증세를 보이면 격리에서 해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송씨는 "치료비 지원보다 더 이해가 안가는 건 정부의 카운팅"이라며 "진단 결과가 양성이든 음성이든, 환자 상황은 달라진 게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입원해 폐렴, 패혈증을 겪고 기관을 절개하고 에크모까지 몸에 꽂았는데 단지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고 일반환자로 분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또 다른 위중증 환자 보호자인 C씨도 "한 보호자가 위중증 환자들이 모인 채팅방에서 '환자가 격리해제 후에 사망했는데, 코로나 관련 사망자로 등록돼있지 않더라'고 확인해줬다"며 "여전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는데도 음성 진단이 나오거나, 격리해제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코로나 관련 앱에 '퇴원했다'고 뜨는데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들이 치료비보다 더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원 조치도 이와 관련됐다. 정부는 부족한 병실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중환자실 입원 20일이 넘긴 코로나 환자에 전원·전실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씨는 "코로나 중환자는 대부분 면역력이 어린 아이만큼 떨어져 있어 감염에 취약한데다 병상이 조금만 크게 움직여도 산소포화도가 뚝 떨어질 만큼 취약하다"고 비판했다.
 

전원 명령을 받았던 조씨는 "할머니 상태가 여전히 위중하고 인공호흡기까지 끼고 있는데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의료진에 말했다. 주치의도 '의료 윤리에 반해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소명서를 써줬다"며 "고생고생해서 40일 동안 치료해 살려낸 한 80대 중환자가 전원명령 때문에 요양병원으로 이동했는데 10일 만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그 환자와 보호자는 강력하게 어필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조씨의 할머니도 지난 4달 동안 병원을 4차례 옮겼다. 3번째로 입원한 요양병원에서 결국 CRE균, VRE균, 곰팡이균 등에 감염돼 다시 최근 종합상급병원에 입원했다. 이처럼 2~3주 단위로 병원을 옮기는 사례, 전원 후 상태가 악화돼 다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사례는 위중증 환자 대화방에서 흔히 오고 가는 사례들이다.

"일부 환자들 긴 후유증, 추적 관찰 통해 지원체계 마련해야" 
 

▲ 사진은 2021년 12월 코로나 치료 전담 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한 환자를 옮기기 위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위중증 환자·보호자들은 최근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을 만들어 정부에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치료비 폭탄을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전가하지 말고 정부가 전액을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며 "코로나는 국가적 재난으로 정부는 방역 실패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고, 격리해제를 이유로 치료 중인 환자에게 강제 전원 명령을 내릴 것이 아니라 중환자실과 의료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생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자택에서 회복 중인 송씨는 "산 사람에게,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확진자에게 지원해주는건 하나도 없다. 내가 내 목숨을 구해야 한다"며 "호흡에 문제가 생겨 아직도 길게 얘기하는게 쉽지 않고, 심한 기억력 저하, 무기력증도 앓고 있다. 지금 들은 걸 2~3시간 후에 생각을 못해 겨우겨우 생각을 짜내야 하는 증상이다. 정말 힘들게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위해 장애등급이라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인하대 교수)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지원 기준이 협소한 상황에서 격리기간이 계속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소위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방역은 완화돼왔다. 감염으로 인한 피해자 지원에 더욱 적극 임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후지급인 재난의료비 지원을 선지급 방식으로 개선하거나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하다. 주치의 판단 하에 환자의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코로나19로 인한 것이란 소견이 분명하게 있는 경우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롱코비드'란 용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는 일부 환자에게 긴 후유증을 남기는 특성이 있고, 유럽, 미국 등은 이 심각성을 느끼고 추적관찰에 애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격리해제 기간이 지나면 확진자를 위중증환자 집계에서 누락하는 과소 집계를 하며 후유증 환자 추적관찰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면서  "국가 재난 문제에 행정편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후유증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된 집계부터 추적관찰, 후속 지원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들의 요구에 지난 7일 "코로나 감염 증상은 끝났다고 판단하는 경우 격리 해제하고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고 있으며 이 경우 건강보험은 적용된다"며 "(모임측의 요구는) 본인 부담 부분까지 국가가 무상으로 해달라는 요청인 것 같다. 대원칙 상에선 코로나 증상보단 이와 별개로 갖고 있던 기저질환이 악화된 것을 국가가 계속 무상으로 지원하는 건 감염병 법상에도 맞지 않고 재원 적정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은 이에 지난 12~13일 보호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전체 응답자의 33%가 환자에게 별도 기저질환이 없었다고 밝혔으며, 이 가운데 61명은 계속 치료를 받는 원인으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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