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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내 민물가마우지 집단 번식지 확인

생태건강성 유지와 더불어 다각적인 조사가 필요

등록|2022.03.17 09:51 수정|2022.03.17 09:51

▲ 민물가마우지가 번식하는 섬의 모습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월 11일 대청호 작은 섬에 민물가마우지 약 350쌍이 번식하고 있는 집단 번식지를 확인했다. 지난 16일 현장을 다시 찾았다.

이날 민물가마우지는 번식을 위해 나뭇가지 등을 나르며 지난해 지은 둥지를 손보며 번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둥지를 트는 나무들은 앙상하고 바닥은 흰색의 배설물로 하얗게 보였다. 꽤 오래 전부터 번식지로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곳 민물가마우지는 야생동물의 표적이 되고 있었다. 인근에 사냥을 당한 사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삵 등의 소행으로 추측된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갑천 조류조사결과를 토대로 민물가마우지가 급증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곳 대청호 번식지는 갑천에 서식하는 민물가마우지의 번식지로 추정된다. 그동안 갑천 유역에서 민물가마우지가 확인되긴 했지만, 번식지를 확인한 적은 없다. 이번에 번식지를 확인한 만큼 갑천에 서식하는 민물가마우지와의 연관성을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 갑천의 민물가마우지 ⓒ 이경호


갑천의 경우 증가하는 가마우지가 우점종이 되어가고 있는데 다른 월동조류와의 공존을 위해 다양한 서식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민물가마우지는 잠수해 먹이를 찾는 종으로 일정한 수심이 필요하다. 갑천이 점점 호소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대청호를 번식지로 택한 이유 역시 수심이 깊어 먹이를 찾기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청호와 다르게 갑천의 민물가마우지의 증가는 종 다양성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갑천의 서식환경을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 민물가마우지 번식지 ⓒ 이경호


대청호의 민물가마우지는 향후 다른 지역으로 번식지를 옮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대전에도 백로 집단서식지의 악취와 소음 피해로 주민들과 생물서식처 보전간의 갈등이 있었다. 결국 대규모 벌목으로 번식지가 훼손됐고,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는 민물가마우지는 호소 내 작은 섬에 번식하고 있어 이런 피해가 없지만, 그런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번식지를 관리해야 한다. 현재 번식지를 잘 유지하거나 번식지를 다양하게 분산할 수 있는 관리방안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가마우지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반대로 새로운 번식지가 만들어진 만큼,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서식처가 가지는 의미를 짚어보고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고 보전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번식지가 대전시민의 식수원인 대청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질, 기후위기, 인가 피해, 갑천과의 연계성을 통한 생태계를 고려한 다각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생태적 건강성을 유지하면서 번식지를 유지하고 이를 활용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논의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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