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미 금리인상 랠리... 앞으로 벌어질 일들
추가 인상 압력 받는 한국은행... 가계 이자 부담 40조 늘어날 수도
▲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이날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건 지난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이날 금리인상으로 2020년 3월부터 유지돼 온 '제로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이번 금리인상에 대해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전날 종가 대비 3.77%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역시 각각 2.24%, 1.55% 상승했다. 코스피 역시 17일, 전 거래일 보다 1.33% 오른 2694.51에 장을 마쳤다.
미국은 왜 금리를 올릴까
"(금리인상을 빠르게 진행해도)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리인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파월 의장은 "총수요가 강하고 계속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자리 증가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데다 가계 및 기업의 재무상황이 양호하다"며 "이런 징후들은 강력한 경제 상태라는 걸 보여주고 통화 긴축을 견딜 좋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인플레이션으로 시작해 인플레이션으로 끝났다. 이번 금리인상 결정에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는 연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는 이야기다. 실제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9% 올라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금리인상이 시작된 이상 앞으로 관건은 '속도'다. 금리인상의 속도에 따라 세계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력 또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남은 FOMC 회의에서 한 번에 금리를 0.5%p를 인상할 수도 있는지 묻는 질문에 "모든 FOMC 회의는 '라이브'다. 금리를 더 빨리 인상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게다가 FOMC 위원들은 앞으로의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서 연말 적정 기준금리를 1.9%로 예상했다. 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마다 0.25%p씩 인상해야 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세계 자본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에 대해 "금리인상 자체보단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금리, 어디까지 오를까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 연합뉴스
앞서 FOMC 위원들은 올해 6번의 금리인상을 점쳤지만 이는 고정불변은 아니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FOMC 위원 18명 중 13명이 2023년을 금리인상 시작 시점으로 내다봤다. 바꿔 말하면 2022년은 금리인상 계획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도 언제든지 계획은 달라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준이 금리를 언제, 얼마만큼 올릴지를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미국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과거 미국 금리인상기를 돌이켜보면 미국은 한국처럼 한 번 인상하면 조금 쉬었다 다시 올리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무섭도록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 연준은 이번에도 0.5%p를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 발 물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총 6번의 금리를 올릴 것이며 내년에도 1%p가 인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직전 금리인상기였던 2017년과 2018년에도 연준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2015년 12월과 2016년 12월 처음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한 후, 2017년에는 3번(3월·6월·12월), 2018년엔 4번(3월·6월·9월·12월) 금리를 올렸다.
반면 금리 인상 강도가 비교적 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0.25%p로 5번까지 올릴 수 있다고 본다"며 "연준은 '비정상의 정상화' 측면에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상황이 어느 정도 괜찮은 수준일 때 금리를 올려야 나중에 필요한 순간에 다시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보통 정책 금리로는 수요는 통제해도 공급 측면은 통제할 수 없다. 그런데 현재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수요가 아닌 공급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미국 국민들 입장에선 비싸진 원자재 값 등 공급 측면으로 이미 고통받고 있는데 금리까지 오르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점도표처럼 과격하게 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한국은행의 선택
▲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난 10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부동산 자금 대출 관련 현수막이 불어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1000억원으로 1월 말보다 1000억원 줄었다. ⓒ 연합뉴스
문제는 미국이 금리인상의 강도와 속도를 높일 경우 우리나라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으로의 자금 이동을 최소화 하기 위해선 한국은행도 함께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이 경우 이미 '영끌' 등으로 과도한 채무를 짊어지고 있는 경제주체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17일 '미국 금리인상의 한국경제 영향과 시사점' 자료를 통해 미국 재무부의 6개월 만기 적정 채권 금리를 2.14%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평균 재무부 채권 금리는 0.10%였다. 앞으로 2.04%p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한경연은 미 금리가 2.14%까지 올랐는데도 우리나라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에서 31억5000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돈 약 3조8000여억원이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발맞춰 국내 기준 금리를 올린다면 가계부채 부담은 더 커진다. 한경연은 국내 단기 국채금리가 미국처럼 2.04%p 올라갈 경우 가계대출 금리는 2.26%p 상승한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은 39조7000억원 정도 증가한다. 채무가 있는 가구당 이자 부담이 340만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미국 금리인상에 발맞춰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상봉 교수는 "당장 미국의 금리인상에 타격을 받진 않겠지만 환율과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도 적정 수준에서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한국은행이 미국보다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엔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미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은행 또한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자산 가격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대출로 자금을 조달한 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김학균 센터장은 "한은이 금리를 많이 올리기엔 국내 부채가 많아 기회비용이 큰 상황"이라며 "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돈이 한국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보지만, 전 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처럼 높은 금리를 주는 나라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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