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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용인에서 살고 싶다

등록|2022.03.23 17:13 수정|2022.03.23 17:13

▲ 박승현 대표 ⓒ 용인시민신문


코로나 팬데믹은 온 지구의 도시와 삶을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1회용 비닐봉투를 쓰지 않고 장바구니와 개인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모습은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플라스틱 빨대가 점점 없어지고 일회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 배출을 제로에 가깝게 줄이려는 움직임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입소스(ipsos)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11일 '코로나 팬데믹'을 선언한 후 한 달 뒤에 14개국 성인 2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 71%가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는 코로나19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에서 리서치뷰가 성인 1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해 84.6%가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지구는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며, 멸종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 향후 20년 안에 육지 척추동물 500여 종이 멸종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5번째'는 공룡을 포함해 지구 생물종의 75%가 멸종된 6500만년 전의 일로 운석과 지구의 충돌이 원인이었다.

지금의 원인은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 때문이다.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거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CO2) 같은 온실가스를 내뿜었고, 이것이 지구온난화·기후변화로 이어졌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핵심 요소로 탄소기반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2021년 10월 31일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한국은 석탄발전을 전면 폐기할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 실천은 한참 뒤져있다.

독일은 이미 2019년 재생에너지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같은 해 우리나라는 4.2%였다. 전 세계 도시의 시민들은 앞다퉈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자신의 동네를 바꿔나가고 있다. 팹시티(Fab City)는 그 중의 하나다.

'팹시티'는 현재의 도시 시스템을 시민이 바꾸자는 운동이다. 지금까지 도시는 외부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다른 도시로 배출한다. UN은 2050년경 전 세계의 인구 75%가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 예측했다. 만약 이런 도시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도시의 멸종'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대안의 도시 시스템은 '자급자족'과 '글로벌 정보연결'이다. 201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시는 2054년까지 농업·에너지·제조업 분야에서 50%의 자급자족, 그리고 생산방식의 오픈데이터를 통해 '지구적 전환도시로의 협력'을 제안했다. 당시 순식간에 18개 도시가 이에 동참했다. 말하자면 '지역에서 생산하고 세계적으로 연결된 도시들'이다. 참여하는 도시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래도시의 대안 시스템은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실험실에서 시작된다. 생활실험실은 시민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직접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다. 용인시와 민관협치위원회는 2021년 자원순환·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참여 프로젝트로 '쓰레기제로 마을실험실'을 운영했다.

18개 마을이 참여해 종이팩과 투명페트병을 분리수거해 재생휴지와 티셔츠를 제작하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펼쳤다. 시민들이 종이팩 1kg을 모은 것으로 재생휴지 1롤(150m)이 복지관 등에 기증되고, 투명페트병(500ml) 7개로 티셔츠 1장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은 용인의 마을 곳곳에서 페트병 2만개를 모았고, 이 가운데 700개를 선별해 친환경 티셔츠 100장을 만들어 볼링·조정·육상·검도 등 용인시청 직장운동부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마을실험실'에 참여했던 수지구 죽현마을 임은순씨는 "주민센터에서 우유팩을 휴지로 바꿔가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마을실험실 활동이 끝난다 해도 우유팩 분리배출 활동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실험실'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요즘, 분리수거장 어디에나 우유팩을 쉽게 자르고 씻고 말리는 '종이팩 분리수거기'를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보자고 나섰다. 이들에게 '이런 도시'는 바로 '자원순환의 도시, 용인'이고, '팹시티 용인'으로 가는 소중한 씨앗이다.

용인에 사는 시민 누구나 "'이런 도시' 용인에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이런 도시 나의 제안'이 모이고, 비슷한 주제끼리 '이런 도시 대화모임'이 열리고, 대화모임을 통해 실행을 위한 '이런 도시 생활실험실'이 펼쳐진다면, 그것이 바로 밑으로부터 시민이 만들어 가는 미래도시 대안시스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곧 새로운 시장을 뽑는 선거가 있고, 시민들이 살고 싶은 '이런 도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용인시민신문이 선거기간 동안만 반짝하는 '공약'을 넘어서도록, 시민들 스스로가 일상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참여해 제안하고 실천해가는 '이런 도시'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 박승현 도시미래시도 대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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