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지하철 EV 94%, 외국 장애인이 보면 '원더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 국회 토론회서 "외국 장애인들, 전장연 영상 보면 많이 놀라" 주장

등록|2022.04.01 16:26 수정|2022.04.04 09:20

▲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부가 귀 기울여 주고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94%까지 설치해놨네? 대한민국 대단하다. 원더풀!"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관련 투쟁 영상을 "외국 장애인들이 보고 많이 놀란다"라며 1일 전한 말이다. 현재 서울시내 지하철역 중 엘리베이터를 포함해 '1역사 1동선'이 확보된 비율을 언급하며, 한국이 해외에 비해선 오히려 지하철 내 장애인 이동권이 잘 보장되어 있다는 취지였다.

그 자신이 지체장애인이기도 한 이 의원은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출신으로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현재는 국민의힘 중앙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100% 해결 못한다"며 정책 대안 강조했지만...
 

▲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의원은 1일 오후 이 의원실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외국 장애인'들이 전장연의 시위 영상을 보면 "장애인들이 이렇게까지 하네"라고 놀란다며, "그 다음에 놀라는 것이 '벗, 와이(But, Why: 하지만, 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해외 장애인들이) 이런 질문들을 한다"라며 "왜 저렇게 전동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이 어렵게 지하철을 타려고 하지?" "지하철을 안 타면 오도가도 못 하나?"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은 집에서 전철역까지 불편하게 가고, 어렵게 위험하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고 또 목적지까지 역에서 내려서 건너가고, 대한민국은 그럼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는 전혀 없는 거야?" "꼭 지하철만 타야 되는 거야?" 등의 문장을 나열했다.

이어 "여기서 내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어떤 정책이든, 어떤 서비스든 모든 문제를 100% 해결해 준다는 건 없다'라는 것"이라며 "여러 정책적 보완 대책과 대안들을 만들고, 지하철로 안 되는 부분들은 또 특별교통수단으로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여러 가지 방안들을 만들어놓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장애인이 내 처지에, 내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선택해서 이용해 (밖으로) 나가고 불편함이 없게 해 주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종합하면, 한국 지하철의 장애인 이동권 관련 인프라는 해외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이미 구축이 되어 있고,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이동권 문제를 100% 해결할 수는 없으니 다른 정책적 대안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국내 저상버스, 해외와 비교할 때 현격히 적어 

그러나 단순히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비율만 놓고 한국의 상황이 해외 외국인이 "원더풀"하다고 놀랄 정도라고 표현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지하철이 한국 장애인들의 주요한 이동수단이 된 것은 이를 대체할 만한 저상버스 도입 비율 등이 해외에 비해 현격하게 낮기 때문이다. 예컨대 2020년 기준 국내 저상버스 도입 비율은 27.8%로, 2021년 목표 42.0%에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시내버스 기준). 미국과 영국의 99~100% 가까운 도입 비율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가 언급한 '도어 투 도어' 서비스의 대표격인 '장애인 콜택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세훈 현 서울특별시장은 지난 재보궐선거 당시 '장애인 콜택시 증차로 대기시간 획기적 단축'을 약속했지만, 막상 장애인 콜택시 100대 증차 계획을 세워 놓고도, 별다른 설명 없이 철회하며 예산을 삭감했다.

이날 현장에선 전장연을 향한 과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은 환영사에서 "근래 장애계 차별철폐 단체에서 굉장히 거센 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지하철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도 굉장히 어떤 기형아와 같은 괴물을 키웠다"라고 전장연을 '기형아'에 비유했다. 그는 장애인들 투쟁 방식이 과격해진 배경을 설명하면서도 "시민을 볼모로 하는", "극한 방법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애인 운동도 국민의 정서와 같이 동조하고, 시민적 지지를 받아가며 하는 것이 올바른 운동을 하는 방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라며 "그 소신에 변함이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준석 대표의 최근 발언을 규탄하며 그의 사퇴를 촉구했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참석 명단에 이름은 올렸지만,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별도로 공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관련 기사]
윤 당선인 측, '이준석-전장연 갈등'에 거리두기중 http://omn.kr/1y42w
이준석이 불지핀 논란에... 초당적 약속 나선 국회 http://omn.kr/1y4ce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종성 의원실 주최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