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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암고등학교의 새로운 실험, 성공할까?

기숙사 운영 방침에 '학원 수강 위해 외출하지 않겠다' 포함

등록|2022.04.05 11:06 수정|2022.04.05 12:51
[기사 수정 : 5일 오후 12시 51분]
 

▲ 새로 입학한 학생들을 맞이하는 문구가 효암고등학교 본관에 걸려있다. ⓒ 조진태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간고사가 다가옵니다.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교정의 벚꽃을 즐길 겨를도 없이 다가오는 첫 시험부터 대입 전형을 치르는 기분에 빠져듭니다. 대입에서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학부모님들이 과목별, 혹은 학교별 내신을 대비해주는 학원에 온통 신경을 기울이는 민감한 시기입니다. 학교를 나선 학생들이 다시 학원을 찾아 밤늦게 일과를 마무리하고는 하지요. 서울 강남의 대치동에는 학원을 둘러싼 학부모님의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기입니다.

경남 양산시 서창동의 효암고등학교는 기숙사를 운영하면서 다소 위험한 실험을 시도합니다. 그 성패는 알 수 없습니다. 올해부터 기숙사에 들어온 1학년 학생들은 학원 수강을 위해 외출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기숙사 운영 방침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약속을 어기면 퇴사입니다. 기숙사 운영을 책임진 도태준 선생님(영어)은 학생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지난달 통과되었습니다.

숙제는 아직 산적해 있습니다. 우선 아이들의 학업입니다. 자칫 태만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초조감입니다. 해법은 이렇게 모색했다고 합니다. 학생별로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각자 보충하기 위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그 비용은 교육청이 지원하는 예산을 활용키로 하고 '기숙사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한 예산' 집행을 결정했답니다. 학부모님의 부담은 전혀 없습니다.

스스로 뿌리를 내리도록
 

▲ 효암고 기숙사 학생들이 벚꽃이 만발한 교정에서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 조진태


그래도 다음의 문제가 남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녀 교사 4명이 학생 개별관리를 맡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학업 계획을 세우고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면, 그것에 맞추어 공부를 하는지, 아이들이 부족한 과목은 무엇인지, 이를 파악해 학업을 지원합니다.

개인별 진도표를 만든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번갈아 야근을 하시겠지요. 이 방침이 성공할지, 아니면 기숙사 학생들이 숱하게 바뀌게 될지, 결국 기숙사의 선호도가 떨어질지 아직 누구도 모릅니다. 효암고는 지역 내 중학교 성적이 상위 50%인 학생들로 구성되어 경쟁이 치열한 명문 학교입니다.

그런데 정작 선생님들은 당장 아이들이 아침밥을 신청해 놓고 늦게 일어나 먹지 않는 게 신경 쓰이나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교정과 뒷산을 돌면서 비닐봉지를 주워오면 짧게나마 봉사 활동 시간으로 인정해 준다고 공지하고, 아침마다 아이들을 깨웁니다.

아침 운동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출출해지는가 봅니다. 조식 급식 비율이 급속하게 높아지고 남은 음식물 처리 비용이 줄어듭니다. 교장 이강식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합니다.

"입학한 아이들은 이제 갓 옮긴 묘목입니다. 서로 서먹한 기간입니다. 조금씩 스스로 뿌리를 내리도록 조심스레 돕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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