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설 나선 젤렌스키 "러시아군, 재미로 민간인 죽여"
"러시아를 안보리 상임이사국서 퇴출해야"... 러시아 대사 "악성 나치 제거해야"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월 2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퇴출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화상연설에 나서 부차, 이르핀, 마리우폴 등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백 명을 학살한 것을 보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민간인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고, 거리에서 총을 쏘고, 시신을 불태우려고 했다"라며 "여성들은 아이들 앞에서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라고 러시아군의 잔혹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사용"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상을 틀어 안보리 회의장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저지른 짓은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라며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지만, 위성사진을 비롯한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 완전하고 투명하게 조사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며 안보리의 대러 제재를 막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안보리 거부권을 죽음의 권리로 사용하는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라며 "러시아를 상임이사국에서 퇴출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보리를 향해서도 "안보리가 보장해야 할 안보는 어디에 있는가? 우크라이나에는 없었다"라며 "다른 대안이 없다면 여러분이 해체하는 것밖에 없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유엔의 문을 닫을 준비가 됐는가? 국제법의 시대는 끝났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은 당장 행동해야 한다. 유엔을 개혁해서 원래 목적인 평화 유지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끔찍한 사진들을 잊을 수 없다"라며 "실질적인 책임 추궁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 조사를 즉각 요구한다"라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했다.
휴전 절실한 젤렌스키 "그래도 러시아와 계속 대화해야"
▲ 3월1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아파트에 창문과 가구들이 파손돼 있다. 전날 밤 러시아군에 의한 포격이 있었다. ⓒ EPA=연합뉴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벌인 일은 용서할 수 없지만, 우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라며 "러시아와 대화를 계속하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피해와 희생을 막기 위해 전쟁 범죄와 별개로 러시아와 평화 협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이 날조된 것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반복했다.
또한 "러시아는 영토를 정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온 것이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키고, 곧이어 러시아도 집어삼키려 하는 악성 나치를 제거해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준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민간인 희생을 보여주는 영상은 끔찍하다"라면서도 "사건의 전후 상황과 정확한 원인을 검증해야 하고, (그래서) 결론이 날 때까지 모든 비판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라며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 발언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는 이번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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