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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치개혁 의지 없다...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인터뷰] '선거제 개혁 전도사' 하승수 변호사가 말하는 '기초의원 2인 선거구 폐지'의 의미

등록|2022.04.07 05:58 수정|2022.04.07 05:58

▲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관련해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이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공직선거법 개정 없이도 6.1 지방선거에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실현할 수 있다. 기초의원 선거구는 시·도조례로 정하게 돼 있는데,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압승으로 현재 민주당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시·도의회를 장악하고 있지 않나."

하승수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이 얘기는 쏙 빼놓고 국민의힘이 법 개정을 막고 있다는 핑계만 대며 농성까지 하고 있다"라며 "과연 민주당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하 변호사는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선거제 개혁에 힘써온 시민사회 운동가다.

앞서 민주당은 대선 직전인 2월 24일,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2월 27일엔 이를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고 당론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 한 달이 지나가는데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그 사이 6.1 지방선거는 두 달 안쪽으로 다가왔다.

급기야 민주당 74명 의원들은 4일부터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며 국회 농성에 들어갔지만, 하 변호사는 깊은 한숨만 쉬었다. 대선 전엔 민주당 172명 전원이 당론으로 추인해 약속해 놓고 지금은 왜 74명뿐이냐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진영 갈등과 소모적인 네거티브로 모두를 지치게 한 이번 대선의 의미를 곱씹어 보자"라며 "극단적인 양당 독식 정치체제의 시효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하 변호사는 "그렇다면 답은 정치개혁뿐"이라며 "기초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도 양당독점 체제를 벗어나 비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 총선(2024년)까지 2년 남았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 후 1년이 국회의원 선거제 개혁과 개헌 등 정치개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초의원 지방선거는 향후 정치개혁 흐름을 가늠할 첫 번째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치개혁에 진심이라면, 시·도조례로 오는 6.1 지방선거에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라"고 했다. 하 변호사를 5일 국회에서 만났다.

"172명 → 74명? 나머지 의원들 다 어디 갔나"
 

'정치교체' 행동선언한 민주당, 농성 돌입더불어민주당 이탄희, 박주민, 이용우, 장경태, 김영배, 고영인, 민형배, 안민석, 전용기 의원 등이 4일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의힘의 정치개혁 의제 거부를 규탄하며 '정치교체' 행동선언을 한 뒤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직전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공약했지만 아직까지 국회 논의는 멈춰 있다.

"정치개혁 드라이브가 너무 늦었다. 선거용이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발표했을 때부터 법 개정은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다."

- 이유는?

"민주당이 공약하는 걸 보고 국회 정치개혁특위 구성 결의안부터 찾아봤다. '172석' 민주당이 소위 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줬더라. 또 '합의 처리'가 원칙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게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 지난 20대 국회 후반기 정개특위 때도 이 문구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이번엔 민주당의 법 통과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다."

- 지난 4일부터 민주당 의원 74명이 법 통과를 위해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당 의원이 172명인데 왜 74명만 농성을 하나. 대선 땐 172명 전원이 동의해서 당론으로 공약한 것 아니었나. 나머지 100명 가까운 민주당 의원들은 어디로 갔나. 윤호중 비대위원장 등 당 핵심 인사들도 명단에서 빠졌다. 더더욱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양당독식 폐해 부른 기초의원 2인 선거구"
 

▲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관련해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학계 등에선 이 제도가 비례성을 높이고 다당제를 안착시키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도 한다.

"그렇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가 다당제로 가는 아주 효과적인 제도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전세계적으로도 뿌리가 없는 제도라는 게 선거제도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반보' 전진은 된다고 본다. 지금 이 논의의 핵심은 결국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없애자는 거다. 여태까지 거대양당이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어떻게 이용했나. 4인 선거구를 어떻게든 2인 선거구로 쪼개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선 양당이 1석씩 나눠 갖고, 영남에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2석씩, 호남에선 민주당 계열 정당이 2석씩 나눠 먹었다. 이게 지방선거 때마다 공고하게 반복돼 왔다.

그 결과가 뭔가. 기초의원이 사실상 각 당이 임명하는 자리로 전락해 버렸다. 양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초의원들은 주민들이 아니라 공천권자만 바라보고 의정활동을 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차피 4년 뒤 그들을 다시 평가하는 건 지역의 유권자들이 아니라 소속 정당의 공천권자, 즉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비리나 부조리가 생긴다. 전과가 엄청나게 있다거나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에만 잘 보이면 공천 받고 100% 당선되니까.

그런데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폐지하고 3인 이상 중대선거구를 도입하면 이러한 기존의 양당 독식 구조에 균열이라도 낼 수 있다. 다당제로 한 번에 가면 좋겠지만,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선거제도를 다 뜯어 고치긴 어렵다. 그러니 이같은 '반보' 전진이라도 해 보자는 거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 공약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소란 떨 필요 없이 시·도조례만으로도 바꿀 수 있어... 민주당이 이걸 모를까?"

-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요원하다면 이번 6.1 지방선거도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유지한 채 치를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다. 민주당이 정말로 의지가 있다면 굳이 지금처럼 소란 떨며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2인 선거구를 없앨 수 있다. 법상 기초의원 선거구는 시·도조례로 정하는데(공직선거법 26조 2항), 민주당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유례없이 압승을 거둬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시·도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초의회가 없는 제주·세종 제외). 국민의힘이 가져간 대구·경북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은 현 상태로도 기초의원 2인 선거구 없이 6.1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

- 그렇게 간단하게 풀릴 수 있는 문제였나.

"그렇다. 방법도 복잡할 게 하나도 없다. 현재 있는 기초의원 2인 선거구 두 개를 합치기만 하면 4인 선거구가 된다. 애당초 2인 선거구 중 상당수가 4인 선거구를 쪼갠 것들 아닌가. 절차도 쉽다. 시·도의회는 국회와 달리 철저히 다수결로 운영된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전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던 서울시의회엔 4인 선거구 7개를 새로 만드는 내용의 원안이 제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는 내용의 수정안이 투표에 부쳐져 바로 통과돼 버렸다. 민주당이 기초의원 2인 선거구 폐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2인 선거구를 없애고 4인 선거구를 만드는 수정안을 올려 통과시키면 된다."

-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2인 선거구 폐지를 할 수 있는데, 지금 민주당은 왜 국회에서의 법 통과에만 매달리는 건가.

"민주당이 이 방법을 모를까? 뻔히 알고도 의도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거다. 국회에서 법 통과가 어렵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고, 국민의힘이 합의를 안 해준다는 핑계만 대고 있는 거다. 왜 그러겠나. 거대 양당과 거기 속한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공천이 곧 당선'인 기초의원 공천권을 도저히 뺏기기 싫은 거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알량한 기득권 챙기기만 바쁜 거다.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방선거 후 1년, 정치개혁 분수령… 국회의원 선거제개혁·개헌으로 이어져야"
 

▲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관련해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정치인들이 제 머리를 깎아야 정치개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이번 대선의 의미가 뭐였는지 생각해 보자. 끝없는 네거티브, 극심한 진영 갈등, 소모적인 정쟁… 모두가 너무 피로했다. 지금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도 그 연장선 아닌가. 대선에서 모두가 '통합'을 내세운 까닭이 뭐였을까. 우리 정치가 이대로 가선 안 된다고 인정한 거다.

그렇다면 답은 정치개혁밖에 없다. 이번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는 시작일 뿐이다. 이어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지금의 양당 독식 체제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전국을 인구 비례에 따라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누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를 도입해 비례성과 대표성이 높은 다당제로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방선거가 끝난 뒤 1년이 한국 정치개혁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거라고 본다. 2년 뒤인 2024년엔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총선 1년 전만 돼도 선거국면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에 선거제도를 손볼 수가 없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면 6.1 지방선거 이후부터 1년이 절체절명의 시기다.

그 시간 동안 권력구조 개헌 논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늦긴 했지만 민주당은 이번 대선 직전 국회의원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권력구조 개헌도 정치개혁안으로 함께 공약했다. 내용의 방향은 맞다. 공염불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길 바란다. 민주당이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폐지하는지 여부가 그 첫 번째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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