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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허브농원 청년 대표 "저의 마지막 꿈은..."

[인터뷰] 이지원 원평허브농원 대표

등록|2022.04.07 09:55 수정|2022.04.07 13:47
<화성시민신문>이 만난 열 번째 화성시 청년 농업인은 이지원(27세, 매송면) 농부다. 이지원 농부는 두 언니와 함께 100여 종의 허브향 가득한 원평허브농원을 가꾸고 있다. 4대가 함께 운영하는 농원은 23년 전, 아버지가 대학원 시절 교수님의 코칭에 의해 허브를 심으며 시작됐다. <화성시민신문>은 지난 3월 31일 이지원 농부를 만났다.[기자말]

▲ 이지원 원평허브농원 대표 ⓒ 화성시민신문


이지원 농부는 세 자매 중 막내다. 언니들과는 여덟 살, 여섯 살 터울이 난다. 세 자매는 아버지와 함께 허브 농원을 운영한다.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지원 농부의 눈웃음 뒤로 허브군락 사이사이 아기자기한 스툴과 테이블이 보인다. 가족, 연인, 친구 등 여행객이 쉬어가기 안성맞춤.

"큰 언니는 반려식물 온라인 판매를, 작은 언니는 카페를 담당하고 저는 농고, 농대생 멘토링 교육(허브 디퓨져, 화장품, 캔들 강의)을 각각 맡아 운영해요. 23년 노하우가 있으신 아버지와 저희의 젊음이 더해져 전 세대가 공감하는 식물원 카페를 만들려고 해요. 농원에서는 원래 허브차 종류만 판매했어요. 지금은 저희의 의견을 반영해 커피나 에이드, 마카롱을 판매하고 있죠."
 

▲ 원평허브농원의 모습 ⓒ원평허브농원 제공  ⓒ 화성시민신문


제라늄, 민트, 로즈마리, 라벤더, 세이지까지. 약 9900㎡의 농원에는 100여 종의 허브가 가득 피어있다. 특히 2월 말부터 4월에는 꽃이 한창인 계절이라 가장 예쁜 시기라고 말하는 이 대표.

"원평허브농원의 시그니처는 학자스민이에요. 학자스민은 농장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꽃이에요. 보통은 3월 중순에 피는데 올해는 2월 말에 피었어요. 지금도 꽃향기가 농원에 가득하죠. 심신안정에 좋은 라벤더도 인기에요. 라벤더는 월동이 되다 보니 관리가 수월하고 꽃을 말려 먹고, 에센셜 오일도 사용하는 등 활용도가 많은 식물이죠."
 

▲ 학자스민 ⓒ원평허브농원 제공  ⓒ 화성시민신문


이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원예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그는 대학에서 배웠던 마케팅 덕분에 손님을 상대하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무턱대고 반말하는 손님이 가끔 있어요. 23년째 무료개방하는 농원의 노하우를 분주한 시간에 캐묻는 분도 있고요. 그럴 때 마케팅 심리학 수업에서 배운 교육이 도움이 됐어요. 언니들에게 상처받지 않고 손님을 응대하는 법을 공유했죠.(웃음)"

원평허브농원은 음료를 한 잔 마실 때마다 허브 포트를 교환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허브향 가득한 차를 마신 후에 오솔길을 따라 농원의 꽃밭을 구경하고 작은 연못, 새장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싶을 때 허브 포트를 가져가면 된다.

"음료 허브 포트 교환 쿠폰제는 아버지의 아이디어에요. 찾아주신 분들의 가정에도 허브향이 전해지길 바라는 아버지의 경영철학이죠. 이곳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위로와 평안을 전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 원평허브농원 포토존 ⓒ원평허브농원 제공 ⓒ 화성시민신문


오르골 소리와 새소리가 들리다가 가끔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다치지 않도록 부탁하는 안내방송도 흘러나오는데 그것마저 따사로운 원평허브농원. 이 대표는 2018년부터 농사를 시작해 이제 횟수로 4년 차가 됐다.

"때마다 농원에 치매안심센터나 노인복지센터에서 견학을 오시는데요, 수업 중에 '선생님 여기 와서 체험활동을 하니 기분이 좋아요'라고 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면 언니들과 농사짓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행복해져요."

원평허브농원은 2020년, 코로나 19로 100일 동안 휴장한 적이 있다. 아예 매출이 없던 시절을 겪으며 큰 타격을 입은 것. 관에서는 소상공인 대출 지원이 있었을 뿐, 농촌 체험 관련 사업장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없었다.

"지자체에 농업 관련 지원사업이 한정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4-H 청년농업인 지원사업마저도 가입 후 3년이 지나야 가산점이 발생하는 등 제한적이에요. 화성시 농촌사업에 다양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지원 대표는 앞으로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에이드 레시피를 연구하는 이지원 대표의 모습  ⓒ 화성시민신문


"저처럼 피부가 약한 사람을 위한 허브 화장품을 개발하고 싶어요. 제 피부는 아토피와는 또 다른데요. 허브 에센셜 오일 등 치유농업의 일환으로 화장품을 생산하고, 그와 관련된 외부체험활동도 농원에서 펼쳐볼 계획이에요. 10년 후에는 계속 농원을 운영하면서 아마도 제 화장품 브랜드를 바탕으로 허브 화장품 치유농업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을 것 같아요."

벌써 친구가 화장품 브랜드 디자인을 해줬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이는 이 대표. 아버지의 힐링농업을 이어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를 꿈꾸는 이지원 원평허브농원의 앞날이 밝게 빛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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