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어퍼컷'과 최동원 세리머니 연결한 국제신문
인수위 'ODZ개발프로젝트' 성공 시나리오 직접 쓴 부산일보
▲ 국제신문, 4/7, 4면 ⓒ 국제신문
<국제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어퍼컷'이 사실은 고 최동원 선수의 세리머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은 4월 7일 자 4면에 윤석열 당선인과 고 최동원 선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여 게재했다.
<尹 '어퍼컷' 세리머니 "최동원서 영감 얻었다">는 황보승희(영도구) 의원이 윤석열 당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전달한 전형적인 따옴표 보도다. 윤 당선인은 지난 5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선거운동 후일담쯤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최동원 마케팅'에는 박민식 전 의원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며 박민식 의원의 최동원 선수에 대한 애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앞선 문장에선 '무대가 디귿(ㄷ)자 형으로 돼 있고 레드카펫이 깔려 있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퍼컷을 했다는 윤 당선인의 말과는 대치되는 내용이었다.
윤 당선인의 일종의 선거운동 후일담으로 채워진 해당 기사는 마지막 단락에 들어서야 단 두 문장으로 황보승희 의원이 이날 간담회에서 '공정방송 감시단 활동'에 대해 브리핑 한 사실을 전했다.
야구를 사랑하고 고 최동원 선수를 그리워하는 부산시민에게 어쩌면 당선인의 세리머니가 최동원 선수로부터의 영향이라는 소식이 정말 필요하다고 기자는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에 다양한 정보를 담아야 하는 만큼, 취재 내용을 기사화할 때는 뉴스가치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
최동원기념사업회 홈페이지를 추가 취재할 것이 아니라 이날 간담회에서 황보승희 의원이 발언한 내용을 추가 취재해 전하는 게 선거운동 후일담보다 시의성, 공익성 측면에서 더 뉴스 가치가 높다고 판단된다.
'부산하면 야구, 야구하면 최동원', '부산검찰청 창문을 열어 놓으면 사직야구장 응원소리가 들리고'와 같이 부산과의 연결고리로 야구를 강조하는 구태 정치를, 말 그대로 식사 자리의 스몰토크 정도로 적합한 내용을 지역신문에서 그대로 전달했어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인수위 'ODZ개발프로젝트' 성공 시나리오 직접 쓴 <부산일보>
지역언론 5개사는 4월 6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고리2호기 계속운전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제출한 사실을 전하며 일제히 우려했다.
국제신문 <고리 2호기 수명 연장…'탈원전 백지화' 돌입>(4/6, 1면 머리기사)
부산일보 <정권 바뀌니 고리 2호기 '연명' 추진>(4/6, 1면)
KBS부산 <고리2호기 수명 연장 시도…탈핵단체 반발>(4/6, 첫 순서)
부산MBC <탈원전 폐기 가속도…부산 '노후 원전도시' 되나>(4/6, 첫 순서)
KNN <핵폐기물 보관에다 원전 수명 연장까지>(4/6, 첫 순서)
<부산일보>도 '고리2호기 수명 연장' 소식을 1면에 배치했지만, 1면 머리기사로는 <양도세 면제 파격 인센티브 '기회발전지역' 생긴다>를 실었다. 해당 기사의 첫 두 문단은 '가상 시나리오'로, 윤 당선인 인수위가 내놓은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가지고 일종의 '희망회로'를 돌린 가상의 이야기다.
시나리오의 주 내용은 부산대학교를 졸업해 영도의 N사 게임업체에 다니는 30대 직장인이 연말에 수천만 원의 연말 인센티브를 받게 됐는데 이 모든 게 '인수위가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내놓은 '기회발전지역(ODZ)' 덕분이라는 내용이다.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시장주도 기회 발전지역개발 계획'에 포함 되었다는 것만으로, <부산일보> 지면에서는 '신고리 2호기 수명연장'보다도 더 뉴스가치가 높게 평가돼 1면 머리기사로 등장했다. 기사제목 <양도세 면제 파격 인센티브 '기회발전 지역' 생긴다>의 서술어는 '생긴다'로 계획 단계인 전략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어 'ODZ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민간투자자에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소개하고, ODZ 지역 선정 등을 상세히 전달했다. 수도권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을 유도하는 충격요법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부산대 졸업, 영도 게임업체 등 대학명과 지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해 인수위의 장밋빛 전망을 극대화했다.
▲ 부산일보, 4/6, 1면 ⓒ 부산일보
윤석열 후보가 당선인 신분이 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지난 4일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1차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 한 달간 지역언론은 윤석열 당선인 말 한마디, 한 마디를 좇으며 지역발전에 도움 되는 것이라면 강조해 보도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와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수립, 제시하는 인수위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관심이 윤석열 당선인의 선거무용담, 인수위 계획단계 전략 가상시나리오화인 것은 관심의 방향이 크게 잘못됐다. 언론이 써야할 것은 가상시나리오가 아니라 경제전략이 타당한지, 예측되는 효과는 무엇인지, 우려되는 지점은 없는지 등이며, 이를 꼼꼼하게 짚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최근 금융중심지로의 도약을 명분으로 대두되고 있는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부산 이전 소식도 마찬가지다. 4일 윤석열 당선인의 말 한 마디에 <부산일보>는 7일 1면 머리기사로 <산은·수은 동반 이전 땐 동남권 폭발적 '시너지'>를 실어 지역산업계와 상공계의 기대감을 전달했다. 부산 이전까지의 로드맵은 3면에 배치했다. 실제 유치 움직임과 가능성을 한참 앞서나가는 전망이 지면을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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