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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최대 배출국' 중국의 생태문명 건설이 노리는 것

문명과 산업으로 접근하는 탈탄소 시대의 로드맵

등록|2022.04.12 10:49 수정|2022.04.12 10:49
우리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양가적이다.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과 그럼에도 최대 무역국이라는 현실론. 흥미로운 것은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다룬 근래의 기사들을 보면, 특히 2030 젊은 세대의 반중 정서가 5060 기성세대보다 두드러진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중 정서는 확실히 10년 전에 비해 확산했다. 이는 중국이 2010년 이후 G2로 부각하면서 글로벌 사회에 대한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이 그 전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진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G2로서의 중국이라는 새로운 상황의 출현은 미국과 유럽연합(EU)를 비롯한 글로벌 사회에 새로운 적응과 정립의 과정을 요구한다. 주목할 점은 중국 스스로도 이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과정이 모두가 바라듯 기왕이면 세련되고 여유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투박하고 강박적이다.

2016년 10월 18기 6중전회에서 등장한 후 끊임없이 되뇌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같은 레토릭이나 실제 그 주문처럼 단행된 2018년 3월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개헌은 종종 서방 미디어에 의해 '시황제'란 이미지로 조롱된다. 하지만 실상 이것은 G2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중국 스스로의 적응과 정립의 대표적 정치 상징일 뿐이다. 필요 이상으로 미국의 견제를 강조하며 애국과 단결을 요구하는 레거시적 상징.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상징들 속에 담긴 적응과 정립의 실질적인 내용일 것이다.

중국의 국가 발전 핵심 전략은 디지털 전환과 생태 전환
       

▲ 지난해 11월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장관급 회담 개회식에서 영상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연합뉴스=신화


중국공산당은 시진핑과 결부시킨 '신시대'라는 기호로 G2시대 최소 2050년까지 틀어쥘 국가 리더십의 방향과 명분을 강화한다. 마오쩌둥 시대에 건국의 과업을 이루고 덩샤오핑 시대에 부국의 과업을 이뤘듯이 시진핑이 이끄는 신시대에는 강국의 과업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강국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의미하고, 그것은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이고 조화롭고 아름다운 나라'로 정의된다.

우리가 가져야할 관심은 2050년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목표나 그것의 성패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핵심적 경로와 전략이 채택되느냐이다. 마오쩌둥이 사회주의 농민혁명으로 건국의 과업을 이루고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으로 부국의 과업을 이뤘다면, 시진핑은 과연 '무엇으로' 강국의 과업을 이루려하냐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2012년 11월 18차 당대회 이후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13차 5개년(2016~2020) 계획과 14차 5개년(2021~2025) 계획의 주요 목표와 정책들을 살펴볼 때, 향후 30년 중국의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은 누가 뭐래도 '디지털 전환'과 '생태 전환'이다.

생태문명은 신시대의 성장과 균형 발전의 핵심 경로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과 함께 인터넷 시대를 열며 시작된 디지털 전환은 2016년 알파고의 등장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를 열며 초연결‧초지능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반면 생태 전환은 이제 막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탈탄소시대의 국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중국도 시진핑 1기 정부 때 수립된 13차 5개년 계획에는 사회와 산업의 각 분야에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들에 우선적인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14차 5개년 계획에서는 '생태 전환'을 위한 신에너지 정책과 녹색 발전의 내용들이 크게 진전되고 확대되었다.

중국의 생태 전환은 '생태문명 건설'이란 어젠다로 표현된다. 생태문명 건설은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현대화의 총체적 배치로서 기존의 정치건설‧경제건설‧사회건설‧문화건설에 더해 5번째 항목으로 처음 포함되었다. 이후 2018년 5월 전국생태환경보호대회에서 발표한 시진핑의 관련 연설이 중국 생태문명 건설의 방향과 내용을 설명해주는 가장 중요한 문건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할 것은 '생태문명(Ecological civilization)'이란 개념으로, 중국은 생태를 산업에 의해 파괴된 복원 및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기보다 포스트 산업문명, 즉 근대 산업문명을 대체할 새로운 전지구적 문명으로 상정한다. 따라서 생태문명의 동사는 '건설'이며, 그것의 제1‧제2 원칙 또한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 그리고 '맑은 물과 푸른 산은 금산이요 은산이다'라는 선언이다.

이는 생태가 곧 자원이라는 관점으로 그것의 보호 및 활용과 경제 발전의 관계를 강조한다. 실제로 그 건설의 방향도 단순한 생태환경 보호가 아닌 자원절약과 공간배치, 산업구조, 생산방식, 생활방식을 포함한 일련의 문명시스템 구축과 녹색 발전의 전면적 추진으로 명시되고, 새로운 성장과 공동부유를 위한 균형 발전의 핵심적 경로로 중시된다.

에너지의 녹색 전환은 생태문명 건설의 기본 전제
 

▲ 태양광 발전 ⓒ pixabay


화석에너지에서 비화석에너지로의 전환은 생태문명 건설의 기본적 전제이다. 중국의 탄소중립은 2020년 9월 시진핑이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2030년 탄소정점과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추진 대상이 되었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그해 12월 <신시대의 중국 에너지 발전>이란 문건을 발표하면서 2021년 3월 발표된 14차 5개년 계획의 신에너지 정책에 강한 추진력과 방향성을 부여하였다.

중국은 현재 이산화탄소(CO₂) 최대 배출국으로 2006년 미국을 제친 후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그 배출량이 미국의 2.5배까지 달했다. 중국 정부도 12차 5개년(2011~2015) 계획 이래 에너지생산 구조의 조정과 에너지소비 총량 및 강도에 대한 억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나친 석탄 위주의 생산 구조가 어느 정도 다원화되고 소비 구조도 저탄소화 전환의 추세를 갖게 되었다. 최근 10년간의 정책 실시로 석탄이 에너지 소비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0.2%에서 2020년 56.8%로 감소하였고, 비화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15.9%로 증가하였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고, 2021년의 경우처럼 에너지생산 구조 조정과 에너지 소비 양대 억제 정책이 실시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전력난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탄소중립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어도 신시대 중국 에너지의 녹색 저탄소 전환은 결코 퇴행하거나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면에서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글로벌 사회의 탈탄소 로드맵이 여러 이유로 꼬이거나 답보할 수는 있다. 궁극에는 중국의 2030년 탄소정점과 206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도 선언에 그치고 실패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 우선, 녹색 발전"이라는 에너지 전략의 대전제 아래 "비화석에너지의 우선적 발전, 재생가능에너지의 화석에너지 대체, 저탄소에너지의 고탄소에너지 대체"라는 정책의 방향은 어떤 상황에서든 견지될 수밖에 없다.

거대한 글로벌 산업으로 재편 중인 탄소중립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1위국이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비화석에너지의 설비용량 및 발전량이 증가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2020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설비용량은 2005년에 비해 각기 3000배와 200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태양광은 세계 최대 신규 시장으로 폴리실리콘, 태양광 전지, 태양광 모듈 등의 생산량이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 수출한다.

중국이 이 같은 에너지 녹색 전환에 '진심'이라는 전망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 근거한다. 첫째, 화석에너지 시대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일 수밖에 없으나 비화석에너지 시대 중국은 에너지 자립을 꿈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나 태양광이 보여주듯 규모화와 양산을 통한 기술혁신 및 가격 경쟁력으로 에너지 관련 수출국이 될 수 있다.

둘째, 에너지의 녹색 전환은 중국의 고질적인 동·서 격차와 도·농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발전을 가져오는 유력한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신장 자치구와 네이멍구 자치구가 중국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복합기지로 떠오르는 것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현 시점 이 같은 에너지의 녹색 저탄소 전환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위한 경제건설에 반드시 필요한 '공급측 구조 개혁'과 '고품질 발전'의 실질적인 경로가 되고 있다.

애초에 탄소중립 이슈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 인간을 비롯한 생물종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적 문제제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G2인 미국과 중국이 이 로드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 이슈는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닌 거대한 산업으로 '빅뱅'하였다. 이는 탈탄소 시대가 더 이상 구호나 선언이 아닌 '레알' 현실로 도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 탈탄소를 위한 탈탄소의 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탈탄소의 이유였던 기후위기는 변화를 위한 명분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럼에도 간혹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다루는 우리사회의 담론이 여전히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만 이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정부든, 기업이든, 미디어든, 개인이든 거대한 글로벌 산업으로 재편 중인 탄소중립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고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당위로서의 탄소중립이 아닌 현실로서의 탄소중립, 기술로서의 탄소중립, 산업으로서의 탄소중립, 제도로서의 탄소중립, 문명으로서의 탄소중립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를 시작할 때다.
덧붙이는 글 (사)돌바내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내다본다"라는 모토로 출발한 진보정치의 플랫폼으로 정책생산과 입법활동, 정치활동을 하는 국회등록 사단법인이다. 이에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 내셔날 어젠다(국정과제) 형성에 일조하고자 매월 격주 정책칼럼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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