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반란, 서울 제친 '1위 인천' 경쟁력의 비결
인천시 '특별·광역시 부문' 1위... 한국일보-한국정보사회학회 '2022 지방자치단체 평가'
▲ <한국일보>가 한국정보사회학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2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인천시는 서울시를 제치고 처음으로 특별·광역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 한국일보
단골 1등 잡은 '언더독의 반란'.
지난 4월 6일자 <한국일보> 기사 제목이다. 여기서 '단골 1등'은 서울특별시이고, '언더독'은 인천광역시다. 말그대로 인천광역시가 단골 1등 서울특별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언더독(underdog)'은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전국지자체 평가를 한 주최측은 "(인천시처럼) 좋은 순위를 기록한 광역지자체들은 탄탄한 곳간을 바탕으로 감염병 확산에 따른 위기 대응에서 성과를 거둬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빚더미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던 인천은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국제도시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인천시 2020년 4위, 2021년 3위에 이어 2022년 1위
▲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3월 4일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친환경 자체 매립지 '인천에코랜드' 조성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 인천시
이는 <한국일보>와 한국정보사회학회가 함께 2021년 10월부터 2022년 3월 말까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및 226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 지방자치단체 평가' 결과다. 이번 연구는 포항공대(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ISDPR)가 공동 수행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올해 전국지자체 평가는 재정 역량(30%)과 행정서비스 역량(50%)을 합한 핵심 역량에 80%의 배점을 했고, 나머지 20%의 점수는 시의성 높은 이슈를 반영한 부가 역량 평가에 배정했다.
부가 역량 평가 지표는 올해 처음 도입됐으며, 지난해 모든 지자체의 가장 큰 숙제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일자리 이슈 등이 주요하게 반영됐다. 이번 평가는 100% 정량지표에 의해 이뤄졌다.
세종시를 제외한 7개 특별·광역시 종합평가에서 1위 차지를 한 인천시는 2020년에는 4위, 2021년 3위를 기록한 뒤 올해 1위에까지 올랐다. '갑툭튀'가 아니라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이에 반해 앞선 평가에서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던 서울시의 추락은 다소 충격적이다. 평가 주최측에 따르면 "서울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코로나19와 일자리 이슈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으나, 다른 분야에서 점수를 따지 못하며 종합 5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부채 도시'에서 재정건전성 '최우수 도시'로 거듭난 인천시
▲ <한국일보>가 한국정보사회학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2 지방자치단체 평가'에서 인천시는 서울시를 제치고 처음으로 특별·광역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 한국일보
지난 2015년 7월 재정위기 '주의' 지자체로 지정됐던 인천시의 당시 채무 비율은 39.9%에 달했다. 0.1%p 차이로 재정위기 '심각'(40%) 단계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경제자유구역 개발 등 초대형 사업을 한꺼번에 추진했던 탓이다.
이후 인천시는 3년 가량 '부채 도시'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민선 7기 박남춘 시장이 재정건전성을 시정(市政)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것도 이런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인천시의 채무 비율은 올해 13%대로 크게 낮아졌다. 이와 더불어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재정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우수 기관으로 뽑히는 성과를 거뒀다.
인천시는 2015년 당시 채무의 2/3 가량을 다이어트하는 데 성공했다. 재정위기 '주의'가 채무 비율 25% 이상이란 점에 비춰볼 때도 그동안 인천시가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결과가 나온 뒤, 박남춘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부망천, 마계인천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인천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뤄냈지만 굳어져 버린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면서 "제가 잘 설명해 드리지 못한 탓일까 늘 마음에 걸렸다"고 토로했다.
올해 전국지자체 경쟁력 평가에서 서울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데에는 이같은 재정건전성이 크게 이바지했다. 인천시는 이번 지자체 평가에서, 총수입(세입)에서 총지출(세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와 자산 대비 부채 비율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인천시가 세입을 늘리면서 세출을 구조조정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019년 3조6775억 원이던 국비 확보액(국고보조금+보통교부세)이 올해 5조3535억 원으로 45%나 늘었다.
인천시, 일자리 영역에서 특별·광역시 그룹 전국 1위
▲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해 2월 25일 송도 인천스타트업파크에서 열린 '인천스타트업파크 개소식'에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등 참석자들과 개소를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인천시
또다른 눈에 띄는 인천시의 성과는, 청년과 여성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각종 대책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면서 일자리 영역에서 특별·광역시 그룹 전국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인천시는 지난해에만 일자리 13만7000개를 새로 만들어 지원했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지자체 평가에서, 인천시의 코로나19 영향과 대응 영역은 서울시에 이어 2위로 평가됐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과 인구 1000명당 선별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 수, 인구 10만 명당 백신 접종자 수에서 모두 2위를 기록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코로나19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를 도입했다.
아쉬운 점은 핵심 역량의 또 다른 지표인 행정서비스의 경우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인천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단골 1등 잡은 '언더독의 반란'. 이를 진두지휘한 박남춘 시장은 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전한 재정은 행정의 기본이기에 더 탄탄한 재정구조를 만들어 재정모범도시로 도약하겠다"면서 "그동안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경제 핵심인 산업단지 재생 등을 통해 일자리 경쟁력을 높였고, 인천형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해 고부가가치 미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최근 밝힌 '지역 공공은행 설립 계획'에 대해서 박 시장은 "인천e음은 공공배달서비스와 중소기업·소상공인 온라인 쇼핑몰 등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부가서비스를 계속 확대해 하나의 플랫폼이 됐다"면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은행 역할을 인천e음이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시장은 "인천e음 뱅크는 가입자 228만 명을 확보한 인천e음 카드를 업그레이드 한 공공금융 플랫폼"이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기존 금융기관보다 더 적극적·효율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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