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보릿고개 넘는 산양 찾아 먹이를 짊어지고 나섭니다

울진 산불피해지에서 멸종위기 산양 위해 구조 활동 벌인 시민들

등록|2022.04.11 16:33 수정|2022.04.11 16:33

▲ 산양 구조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산림청, 녹색연합과 자원봉사자들 ⓒ 녹색연합


지난 주말 배낭과 양손 가득 뽕잎을 짊어진 시민들이 울진삼척지역 산불 피해지를 오르내렸습니다. 산불로 피해 입은 산양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입니다. 경상북도 울진군 소광리에서 집결한 봉사자들은 이틀간 산양의 주 먹이인  뽕잎을 짊어지고 울진삼척지역 산양 구조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16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한 산양 구조 활동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주관하고 녹색연합과 국립소광리생태관리센터가 참여했습니다. 산양 구조단은 산불 피해지 내 산양 서식지를 따라 걸으며 야생동물 피해를 조사하고 뽕잎을 운반하여 산양 서식지 안으로 전해주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 산불 피해지 내 산양 서식지 (2002-2020년 녹색연합 산양조사 자료) ⓒ 녹색연합


지난 3월 4일 발생한 울진·삼척지역 산불로 산림 2만923ha가 불탔습니다. 서울시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전체 피해면적의 20.8%인 4353ha는 멸종위기1급야생동물인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 산불 피해지 내 산양 서식지 (2002-2020년 녹색연합 산양조사 자료) ⓒ 녹색연합


197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분포하던 산양은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현재 600~700개체만 남아 4개 구역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울진·삼척지역은 최소존속개체군인 100개체 이상 서식하고 있는 집단 서식지로 산양 보존을 위해 보호가 필요한 지역입니다.
 

▲ 불에 탄 꼬리진달래. 봄철 산양 주 먹이. ⓒ 녹색연합


3월과 4월은 산양들에게 생존을 위해 중요한 시기입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을 보낸 산양들은 봄철 움트는 새싹을 먹으며 보릿고개를 넘어갑니다. 3월 초 발생한 산불은 꼬리진달래, 바위이끼와 같은 주 먹이 식물들을 태우고 지나갔습니다.

산양의 행동반경은 10-20km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무는 습성이 있습니다. 하루 두 번, 일출과 일몰시간쯤 먹이 활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좋아하는 자리에서 되새김질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먹이가 있는 공간과 되새김질하는 구역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갑니다. 불을 피하면서 다치거나 스트레스가 누적되었을 산양들에게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환경은 생존의 큰 위협입니다.
 

▲ 배낭가득 산양 먹이를 짊어진 봉사자 ⓒ 녹색연합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원들은 산양이 불을 피해 도망갔을 동선을 분석해 먹이주기가 필요한 구역을 선정했습니다. 봉사자들은 연구원들의 안내에 따라 4월 9일, 울진 소광리와 삼척 풍곡리의 도 경계 능선과 안일왕산에서, 10일에는 삼척 검성리 일대에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9일 진행된 도 경계능선과 안일왕산 일대는 산양 서식 흔적이 꾸준히 발견된 주요 서식지로 마지막까지 불길이 번졌던 지역입니다. 10일 진행된 검성리 일대는 산불 초기 빠른 속도로 불길이 번진 지역으로 미처 불을 피하지 못한 야생동물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입니다.
 

▲ 먹이를 매고 산불 피해지를 이동하는 산양 구조단 ⓒ 녹색연합


자원봉사자들은 산양 서식지까지 5~10kg의 먹이를 메고 이동했습니다. 서식지 곳곳은 재로 덮여있습니다. 까만 잿더미 사이로 산양 분변흔적을 발견하면 그 주변으로 먹이를 내려놓습니다. 뽕잎을 내려 놓는 참가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습니다. 정성스럽게 소분한 먹이를 두고 가는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잘 살아서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 먹이를 매고 산불 피해지를 이동하는 산양 구조단 ⓒ 녹색연합


이날 구조단은 약 500kg의 뽕잎을 산양 서식지에 전달했습니다. 봉사자들은 이번 산불로 피해입은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지를 지키고 보존하는 활동에 함께 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마음들로 울진삼척의 산양들이 보릿고개를 잘 넘기고 따듯한 봄을 맞기를 바랍니다.
 

▲ 산양 서식지에 전달한 뽕잎 ⓒ 녹색연합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