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8년, 아이들 이름 불러줄 엄마도 암에 걸렸다
[현장] 세월호 8주기 홍성 세월호 희생자 추모 문화제
▲ 8주기 홍성 세월호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 사잔 왼쪽부터 최순화, 최지영, 임영애, 오홍진씨. ⓒ 이재환
"순범이를 제외하고 편지에 이름이 적힌 아이들은 엄마가 암 투병 중이거나 암으로 돌아가셨거나 아프신 상태다. 그 아이들의 엄마를 대신해 내가 이름을 불러 주고 싶었다."
- 임영애씨(세월호 희생 단원고 오준영 부모)
임영애씨는 손글씨로 직접 쓴 편지를 읽으며 단원고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의 메시지를 띄웠다. '별을 닮은 아들 딸들에게'라는 제목의 손편지에는 몇몇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임씨는 "이름을 다 부르지 못한 우리 꽃같은 아이들아. 엄마아빠는 너희들을 지키지 못해 너희의 이름을 아프게 부르지만 먼 훗날 진상규명이 되면 세상을 안전하게 바꾼 자랑스런 이름으로 다시 불러 주겠다"며 "팽목항에서 진실을 밝혀주겠다고 한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 임영애 씨가 세월호 단원고 희생학생들을 추모하며 쓴 손편지. ⓒ 이재환
지난 14일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충남 홍성군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이은영 홍동중학교 교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문화제는 홍성 주민들과 홍성여고, 홍동중학교 학생들이 참여했다. 홍성에 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최지영(단원고 권순범 어머니)와 오홍진·임영애(단원고 오준영 부모)도 함께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세월호 가수 신재창이 노래하고, 홍성 세월호 촛물 문화제를 진행하기 위해 조직된 홍성문화연대가 풍물 공연을 펼쳤다. 홍성여고와 홍동중학교 학생들도 춤과 노래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시민들은 공연장 옆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분향하기도 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노력 멈추지 않을 것"
이날 문화제에는 홍성에 살고 있는 유가족 외에 최순화(단원고 2학년5반 이창현 어머니)씨도 참석했다.
최씨는 "홍성은 순범이 엄마와 준영이 부모님이 있어서 친근하고 오고 싶은 곳이다. 따뜻한 이곳에 오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온갖 종류의 꽃이 피는 봄이다. 봄에 떠난 우리 아이들은 8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알고 싶다. 8년 동안 진실을 말해 달라고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난 국가적 참사였다. 구조할 것이라고 믿고 있던 우리 아이들을 국가가 외면했다.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은 국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 최순화
최씨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며 "수많은 사람들 삶을 한순간에 산산조각 내는 참사는 지금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까운 생명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서 책임자를 처벌한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8년 동안 싸웠지만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앞으로도 계속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세월호 가수 신재창씨가 노래를 하고 있다. ⓒ 이재환
▲ 14일 충남 홍성군 복개주차장에 차려진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향소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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