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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전과 27범' 박경석 대표의 랩과 눈물

등록|2022.04.15 19:13 수정|2022.04.15 19:13

▲ ⓒ 이희훈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담배 한 대 피고 가겠다"며 흡연장으로 향했다. 그리곤 한숨을 담배 연기 속에 숨겨 내뱉었다.

'장애인 이동권'을 놓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JTBC <썰전 라이브>에서 토론을 벌이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1시 30분 방송국 앞에 도착한 박 대표는 그렇게 휠체어를 돌리며 숨을 몰아 쉬었다(관련기사 :  이준석과 맞짱토론 나선 박경석의 긴 하루 "사실 무섭다"  http://omn.kr/1ycap).

끊이지 않는 핸드폰 통화를 마치고 담배를 쥔 손으로 내천자 미간을 쓸어내렸다. 그는 토론회를 위해 이동하면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살장 가는 기분이다. 토론 이후 이준석을 따르는 혐오 세력이 나를 얼마나 갈가리 찢어낼지 걱정이다."

그는 그만큼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담배를 한 대 핀 후엔 '허허실실' 박경석으로 다시 돌아왔다.

긴장돼 보이기만 했던 그는 오후 3시 10분 토론회가 시작되자 랩을 하기 시작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에 출연해 일대일 토론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대기실)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에서 시사프로 ‘썰전라이브’ 일대일 토론 출연준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내 모습 지옥 같은 세상에 갇혀 버린 내 모습, 큰 모순,
자유평등 지키지도 않는 거짓 약속, 흥 닥 치라고 그래,
언제나 우린 소외 받아왔고, 방구석에  폐기물로 살아있고,
그딴식으로 쳐다보는 차별의 시선, 위선속에 동정받는 병신이 아냐
닥쳐 닥쳐라, 우린 병신이 아냐"
- 그룹 젠의 랩 <공간이동> 중
 

▲ 박경석은 토론 방송 전 준비한 자료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담담한 모습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 이희훈


장애인운동을 하며 쌓아 올린 '전과 27범'의 뜬금 없는 랩이었다. 그 땐 몰랐다. '첫 방송 토론이라 떨리나' 했던 그의 모습을 다시 보니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21년을 '병신취급' 당하며 버텨온 시간의 애환이 헛웃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날 JTBC의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포함해 총 160여 분간의 토론은 그렇게 끝났다.
 

▲ 랩을하고 있는 전과 27범 박경석 ⓒ 이희훈


박경석 대표는 15일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내모습 지옥같은 세상에 갇혀버린 내모습."

야심차게 처음 썰전에서 마음먹고 불렀는데 왕창 망쳐버렸어요. ㅠㅠ
너무 떨려서요. 근데 이 노래는 2001년 이동권 투쟁 한창일때 '젠'이라는 그룹이 장애인이동권 투쟁을 지지하고 너무 과격하게 보이지 않게 노래로 젊은 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작곡, 작사에 노래 음반까지 만들어 준 선물이랍니다.

그 노래 전체가 노들야학 자료게시판에 있어요.  한 번 전체 노래 들어보실래요. 내가 방송에서 부른 부분은 '랩'부분입니다.

이 나이에 '랩'을 외우고 연습해서 부르는 것은 좀 거의 인간승리 수준이랍니다. 무지 연습했는데 엉망이 되었어요. 떨리더라고요. 재판받을 때 마지막 진술로 판사님 앞에서 부를 때보다 더 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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