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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동 '상상나루래'를 둘러싼 혼란, 대체 무슨 일?

[기획-위기의 상상나루來 ①] 강동구청은 왜 직영 전환을 강행했을까

등록|2022.04.19 16:46 수정|2022.04.20 10:21
최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주민공동이용시설 '암사도시재생 상상나루來'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기획-위기의 상상나루來'에선 총 3회에 걸쳐 이 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20일 오전 10시 21분]
 

▲ 강동구 암사1동에 위치한 상상나루來 ⓒ 주현우


서울시 강동구 암사1동에 위치한 '암사도시재생 상상나루來(이하 상상나루래)'는 지난 2019년,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된 주민공동이용시설이다. 그동안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대관사업과 교육 프로그램 및 주민 행사 등에 활용돼 왔다. 상상나루래는 강동구청(아래 구청)의 소유지만, 현재 비영리법인 '암사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아래 조합)'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조합 측 추산에 따르면 매달 3천 명의 지역주민들이 상상나루래의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상상나루래가 곧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청은 지난달 22일 조합에 협약(암사도시재생 상상나루래 관리협약) 연장 종료를 통보하고, 공간을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 민간위탁 방식에서 구청 직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었다. 지난해 5월 조합에 운영을 맡긴 지 10개월 만이다.

조합은 반발했다.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 사업(서울 도시재생기업(CRC) 발굴·육성·지원 사업) 기간(3년)과 동일하게 협약을 보장해주기로 합의했는데 구청이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원 A씨는 "구청은 상상나루래를 운영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며 "무리한 전환으로 공간이 폐쇄되면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수십 명의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전했다.
 

▲ 암사도시재생 상상나루래 협약 종료 안내 (3월 22일 통보) ⓒ 주현우


강동구청, 상상나루來 운영할 수 있나

현재 상상나루래는 서울시에서 지원한 사업비와 조합의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만약 구청이 상상나루래를 운영하려면 구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비슷한 규모의 '마을활력소'를 운영하는 데 매년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당장 추경을 편성해야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더 큰 문제는 상상나루래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강사들이 내쫓길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서울시 조례상(서울특별시 공공시설의 유휴공간 개방 및 사용에 관한 조례 제10조의 3) 영리를 목적으로 공공기관을 대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부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강사 B씨는 "처음 수강생 3명으로 시작해 어렵게 18명을 모았는데 수업을 닫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허탈하다"며 "나중에 다시 공간이 열리더라도 한번 떠난 수강생들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상상나루來 내부 모습. 층별로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 주현우


하지만 구청은 직영 전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철 강동구청 마을협치과 팀장은 "만약 추경이 안 되더라도 예비비로 처리하면 된다"며 "예산이 부족해 상상나루래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구청 예비비 잔액은 61억 원이다. 지방재정 관련법에 따르면 예비비는 구청장의 승인만으로 선집행할 수 있다.

다만 강사들의 거취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팀장은 공공시설에서 영리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따로 수고비를 주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청이 수익이 얼마 나오는지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암묵적인 관행에 맞춰 기존의 프로그램을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수업을 운영할 경우 추후 홍보나 비용 회수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협약 연장 종료한 이유 타당했나

그렇다면 구청이 협약 연장을 종료한 근거는 무엇일까. 구청이 제시한 근거는 두 가지, 주민들의 반대와 조합 내부 갈등이었다. 올해부터 암사1동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조합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조합 내부에서도 임원 해임 등 마찰이 계속 된다는 것이었다.

암사1동 주민자치회 회의록(암사1동 주민자치회 2022년도 2월 정기회의록)에 따르면 제기된 불만은 네 가지였다. ①상상나루래는 주민이용시설인데도 제대로 홍보가 안된다는 점 ②조합은 암사1동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타지역 일에 힘쓴다는 점 ③조합이 상상나루래를 운영하며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 ④운영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범종 암사1동 주민자치회장은 "조합 내부 갈등 때문에 정작 주민들은 공간을 쓸 수 없었다"며 "주민들에게 공공간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자치위원 등 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구청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 암사1동 주민자치회 2월 정기회의 회의록 中 ⓒ 주현우


하지만 조합은 위의 주장을 모두 일축했다. 조합에 따르면 ①상상나루래는 매달 3천 명의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정도로 홍보가 잘 되고 있다. ②일부 사업에서 적자가 난 건 맞지만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마을활력소나 주민자치회관보다는 잘 운영되고 있다. ③조합 수익의 1/3은 내부 정관에 따라 지역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며, ④운영실적은 3월 결산자료가 나오면 공유하겠다고 정기회의 당시 설명한 바 있다. 구청이 지적한 '조합 내부 갈등'에 대해서도 조합 측은 '임원이 해임된 건 조합원의 요구와 내부 정관에 따른 적법한 절차였다'고 입장을 전했다.

주민들의 의견은 충분히 수렴했나

17일 현재 조합은 총 782부의 탄원서를 받았고, 구청장 및 구의원과 접촉하며 입장을 전하고 있다. 조합원 C씨는 "한쪽 이야기만 듣고 결정을 내리는 건 부당하다"며 "공간 폐쇄는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간담회 등 최소한의 절차는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주민자치회 측에서 고작 25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점을 지적하며 "일부 주민들이 다수 주민들의 혜택을 좌지우지하는 건 주민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구청이 민원을 피하려고 직영 전환 요구를 받아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합원 C씨는 "이번 결정이 주민자치회 달래기 차원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갈등을 중재해야 할 구청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중재를 요청할 때마다 민원을 이유로 당사자간 합의를 종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김 팀장은 "직영에 대한 요구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며 "민원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음달 10일, 상상나루래 공간 사용 협약이 종료된다. 잠정적인 폐쇄가 전망됨에 따라 상상나루래를 이용하던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아쉬움 섞인 한숨이 나오고 있다. 2년 전부터 이곳에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경수(43)씨는 "문화공간을 확보하지는 못할 망정 축소하는 선택에 실망스럽다"며 "담당 공무원은 주민들의 의견을 정확히 경청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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