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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공부방에서 시작한 오케스트라, 벌써 25년이 되었습니다

[인터뷰] 정기연주회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다' 앞두고 있는 열린심포니오케스트라 정한수 단장

등록|2022.04.20 12:19 수정|2022.04.20 15:03

▲ 열린심포니오케스트라 정한수 단장 ⓒ 조찬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수정과 함께하는 '열린심포니오케스트라' 제17회 정기연주회가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오는 22일 오후 7시 30분, 여수 예울마루에서 열린다.

이번 연주회를 앞두고 열린심포니오케스트라 정한수 단장을 지난 8일 여수장터 갤러리에서 만났다. 그가 걸어온 인생길 발자취를 잠시 거슬러 가보자. 여수 열린 교회의 목사이기도 한 정한수 단장은 자신의 교회(광무동 여수열린교회)에서 무료공부방을 36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사회 활동가로 마음이 열린 지식인이다.

정한수 단장이 걸어온 발자취

- 공부방을 열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제가 고향에 내려와 생활하면서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해봐야 되겠구나 생각해서 젊은 사람 20명으로 모임을 하나 만들었죠. '우리가 뭘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열린 공동체라고 하는 걸 만들었죠. 그 열린 공동체 내에 교회, 생활야학이라고 의식화시키는 야간학교, 글밭이라고 사회과학 서적을 모아놓고 그걸 무료로 빌려주는 작은도서관, 그리고 사물놀이팀 한울림을 만들었습니다."

- 한때 교회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고 하던데.
"한 2년 동안 열심히 시위도 하고 했는데... 워낙 열심히 하니까 경찰 쪽에서 계속해서 저희가 세 들어있는 집 주인한테 압력을 넣어서 '저놈 쫓아내라. 안 쫓아내게 되면 세무조사 들어간다' 이렇게 돼버리니까 쫓겨났죠. 교회가 쫓겨나니까 다 허물어져 버렸죠."

- 결실의 꽃을 채 피우지도 못하고 시작 단계에서 해체돼 버렸군요.
"교회를 쫓겨나게 되니까 우리하고 이제 같이 갈 수는 없다, 이제 흩어지자 그래서 노동문제상담소 따로 가고 사물놀이팀 따로 나가고 이렇게 다 이제 따로 떨어졌죠. 저희가 가져온 곳은 교회하고 열린글밭이라고 하는 사회과학서적도서관, 아이들을 가르치는 무료공부방이었습니다.

시민회관 뒤에 36년 전부터 들어와 정착했습니다.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그런 목회를 하자' 해서 이렇게 다시 재정립해서 시작했죠. 동네가 가난하니까 학원도 못 가는 애들이 많고 그래서 우리가 그 아이들을 불러모아서 공부 가르치고 밥 먹이고 악기를 가르치고... 그래서 오케스트라 시작이 된 거죠."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 
 

▲ 열린심포니오케스트라가 22일 여수 예울마루에서 제17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 정한수 제공

 
- 오케스트라를 언제 시작했죠, 초기에 배우는 아이들이 많았나요.
"그때가 25년 전이니까요. 1997년입니다. 그때 무료공부방 다니는 애들 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배웠으니까요. 한 40여 명 정도. 우리가 돈이 없으니까 '작은 예산 가지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라고 고민하다가 악기를 사 가지고 하게 되면 선배가 후배한테 물려줄 수 있으니 '크게 비용 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활동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한화그룹에서 지원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종류의 악기를 구입해 줬나요?
"아이들이 악기를 배워서 더 꿈을 갖고 희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해서 계속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는데 서울에 있는 한화그룹에서 연락이 왔어요. 바이올린 3대, 비올라 3대, 첼로 3대, 플루트 2개, 클라리넷 2개..."

- 그 악기로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아이들이 연습을 어떻게 했죠.
"애들이 40명이라 악기가 적으니까 서로 교대로 하는 겁니다. 교대로 하니까 자기가 더 많이 하려고 경쟁을 해요. 그걸 염두에 두고 간 거죠. 25년 전에는 애들 휴대폰도 없을 때고 그때는 게임도 그렇게 심하지 않을 테니까. 그때는 오로지 학교 갔다 와가지고 공부하고 악기 하는 것 그것이 절대적인 낙이었으니까. 그래서 애들이 그때 열심히 했죠. 그때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애들이 이제 30살, 31살 이렇게 되었어요."

- 열린오케스트라 구성 단원은?
"우리 단원은 한 20명 되고 연주할 때는 객원을 씁니다."

-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사연도 엄청 많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사연이 많은 아이도 있고, 또 반항하고 욕을 많이 하는데 악기를 하면서 순화가 되더라고요. '악기 하는 사람이 그렇게 욕을 하면 안 되지' 이렇게 말하니까 애들 많이 순화되고 마음이 고와진 것이죠."

매주 일요일 찾아온 키다리 아저씨, 김사도 지휘
  

▲ 영국 웨일즈대학 대학원에서 지휘 박사과정을 마친 김사도 지휘자가 이번 제17회 정기연주회를 맡는다. ⓒ 정한수 제공


- 김사도 지휘자와의 인연이 특별하다고 하던데요.
"12년 됐는데요. 한 12년 전에 광주에서 연주 한번 해달라고 부탁이 와서 제가 광주에 갔어요. 연주하러 갔는데 저희들 바로 앞 순서에서 이분이 무대에 아이들을 한 60명 세워놓고 합창 지휘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 올챙이와 개구리라는 곡을 했는데 그 곡이 참 재밌고 어린아이들을 훈련을 잘 시켜 멋있게 화음을 넣어서 합창하는 걸 보고 '저 양반이 참 대단한 양반이다. 저 양반하고 좀 가까이 지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연주 끝나고 잠깐 시간이 있어서 제가 인사를 했죠."

- 광주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군요? 그러면 그분의 고향이 이곳 광주인가요?
"원래 대구분인데 '선생님 시간 되면 우리 오케스트라 지휘 좀 해주십시오' 제가 그렇게 부탁했더니 '아니 저 시간이 없고, 이렇게는 안 됩니다. 그러고 가셨어요. 가시다가 휴게소에서 차를 세워놓고 전화를 하셨어요. 제가 한 달에 두 번 정도씩 갈게요' 이렇게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한 달에 두 번 오셨는데 일 년 뒤에는 매주 일요일 날 오후에 오셔서 지휘를 해주셨어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수정과 협연
  

▲ 피아니스트 안수정 ⓒ 정한수 제공


-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안수정씨는 어떻게 이번 연주회에 참여하게 됐죠?
"우리 지휘자 선생님을 통해서 이렇게 알게 되었어요. 김 선생님이 영국에서 지금 지휘랑 작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때 영국에서 옆집 살고 같은 한인 교회 다녔다고 합니다. 바로 옆집이니까 친하게 지내고 같이 밥도 나눠 먹고 하는 사이였는데, 알고 봤더니 이분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신동이었대요. 세계 대회에 나가서 상을 막 휩쓸고 다니고, 어린 나이에 한예종 마스터 하고 영국으로 유학 가서 열심히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이죠. 이번에 '우리하고 같이 이렇게 협연을 하면 어떻겠느냐' 해서 여수에 오시게 된 거죠."

- 안수정 피아니스트는 협연만 하나요.
"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전 악장 다 합니다."

- 이번 공연이 무료라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 열린 마당으로 진행하는 거예요?
"저희는 17회 연주할 때까지 계속해서 무료로 이렇게 진행해 왔고요. 연주할 때마다 1년에 한 번씩 여수시 문화예술과에서 연주 비용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 많은 분들의 도움을 통해서 악기를 배웠으니 연주도 관객분들이 전혀 부담 없이, 무료로 와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열린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 ⓒ 정한수 제공


- 단장님은 첼로를 연주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해서 배우게 되셨어요.
"첼로는 악기가 좀 커서 듬직하고 믿음직스럽고 또 소리도 저음이라서 호감이 가지요. 25년 전에 아이들 악기 배울 때, 이제 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혹 못 하게 되면 내가 열심히 배워서 그 대타로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배웠어요. 바이올린은 섬세하고 가벼운 악기인데 첼로는 묵직하고 음을 바닥에 깔아주는 그런 악기거든요. 가장 기본적인 반석이 되는 악기가 콘트라베이스와 첼로입니다."

- 이번 17회 정기연주회는에는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다> 라는 슬로건이네요. 이게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이번에 대통령 선거를 치렀는데, 낙심하고 절망하는 사람이 있어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많은 이들이 전쟁을 통해서 고통 받고 죽고 있잖아요. 물론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를 너무 많이 해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사람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하는 그런 취지입니다. 그래서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다'라고 정했습니다."

- 제17회 열린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주세요.
"첫 번째 곡은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바버의 아다지오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많은 분들이 전쟁을 통해서 고통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전쟁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그분들을 위해 빨리 이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요. 또 우리나라도 지금 남과 북이 분단돼서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이런 분들을 위로하는 연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 4번, 그리고 모차르트 교향곡 6번 '전원'을 이번에 연주하게 됐습니다."

- 여수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시면 한 말씀.
"코로나가 2019년부터 쭉 이어오면서 우리가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이번 연주를 통해서 코로나를 이기고 극복하고 속히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는 그런 열망이 있고... 또 하나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갈등과 분쟁과 고통이 많이 있는데, 이 음악회를 통해서 격려받고 위로받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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