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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예제 사회복무제도 폐지하라!"

ILO 29호 협약 발효에 분노한 사회복무요원들 집결

등록|2022.04.20 17:53 수정|2022.04.21 09:06

▲ 20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원들이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굳건이 화형식을 진행하고 있다. ⓒ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20일, 국제노동기구(ILO) 29호, 87호, 98호 협약이 발효됐다. 해당 협약들은 강제노동 금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보장 등을 골자로 한다. ILO 29호 협약이 발효된 20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굳건이 화형식' 집회를 개최했다.

사회복무요원이란 병역법에 따른 신체검사에서 1~3급 현역 판정이 아닌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청년들을 뜻한다. 이들은 1년 9개월 동안 관공서, 학교, 요양원, 아동복지시설 등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복무해야 한다. 이는 국제법상 '강제노동'으로 특히, 잉여 징집병의 비군사분야 활용을 금지한 ILO 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ILO는 지난 2007년과 2012년 한국의 사회복무제도가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ILO 29호 협약 비준을 위해 4급 사회복무요원들에게 현역 복무 선택권을 부여했다. 선택권을 주었음에도 사회복무를 선택한 이들이기 때문에 강제로 동원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날 집회 주최 측은 "사회복무제도는 군복무에 부적합한 4급 대상자들을 공공기관, 복지시설 등 국방과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착취하는 제도로써, 국제적 기준에서 명백한 강제노동에 해당한다. 정부의 '선택권' 궤변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 보호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라며 "이에 우리는 오늘 명분 없는 21세기 노예제를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하고, 사회복무제도 즉각 폐지를 호소하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노조 전순표 위원장은 "오늘이 장애인의 날인데, 저는 사실 사회복무제도는 장애인 징용이라는 비판을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병무청이 장애등급제 시행 당시 4~6급 장애인들을 현역 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징집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분들이 제대로 된 판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무청은 국민의 삶이나 건강 따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어떻게든 청년들을 군대 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끌고 가려고만 한다"며 "21세기에도 장애인 징집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 20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진행된 사회복무요원들의 집회에서 주최 측이 배포한 유인물 ⓒ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이날 집회에 참여한 사회복무요원 A씨는 "이 집회를 본 누군가는 기껏해야 몇 명 모여서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들이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이들이 집회에 참석할 수 없을 만큼 전국 각지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저희는 집회의 자유, 정당한 권리를 호소할 자유에 대해 철저한 탄압을 받아왔다. 사회복무제도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렸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근무기관의 보복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저희들의 목소리를 마음 속에 새겨주었으면 한다. 저희들의 이야기는 다 같이 죽자가 아닌, 모두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자는 목소리"라고 밝혔다.

A씨는 또 "최근 모 시청 측이 한 사회복무요원에게 2년치 서류 1700여 건을 혼자 검수하게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어두운 창고에서 휴대폰 플래시를 켠 채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은 일반인이 해도 힘든 일인데, 양쪽 무릎 연골이 없고 양쪽 십자인대가 모두 손상된 사람에게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방대한 서류 검수를 맡긴 일은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지난 2020년까지 병무청의 마스코트였던 '굳건이'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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