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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청년'에게만 로또? 이건 아닙니다

[주장] 윤석열표 '청년주택정책', 수분양자에 혜택 몰아주는 방식 손봐야

등록|2022.04.28 11:32 수정|2022.04.28 11:32
지난 5년간 폭등한 부동산 가격만큼이나 부동산을 둘러싼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도 커졌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대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노동소득으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된 반면,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엉겁결에 '벼락거지'가 되었다는 자조와 한탄이 넘쳐난다. 사회 진출 기간이 짧은 청년들은 주로 후자이다. 급등한 아파트가격을 보며 박탈감과 위기감을 느낀 청년세대의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앞서 대선 후보들은 다양한 청년주택정책을 내놓았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인수위원들이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 당선인의 대표적인 청년주택정책은 '청년원가주택 30만호 공급'이다. 청년원가주택은 청년층에게 공공분양주택을 건설 원가 수준(시세의 60~70%)으로 공급하고, 당첨된 청년은 분양가의 20%를 내고 80%는 장기 원리금 상환 조건으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당첨된 청년은 5년 이상 거주한 후 주택을 매각할 때 국가에 매각하고 시세차익의 70%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쉽게 말해 시세보다 대폭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해주고, 5년을 거주하면 매매차익의 70%는 개인이, 30%는 국가가 가져가는 주택 유형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와 국토교통부는 청년원가주택을 강남 서울의료원 부지와 용산 정비창 부지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용산정비창 부지에 건설된 청년원가주택에 당첨된 청년은 얼마의 시세차익을 가져가게 될까?

용산정비창 인근 현대한강아파트 전용면적 59㎡(18평) 주택이 지난 2월, 16억 7천만 원에 거래되었다. 지난 3월 인근 다른 아파트의 전용면적 59㎡도 17억 7천만 원에 거래되었다. 용산정비창에 지어지는 청년 원가주택은 신축이라 1990년대, 2000년 초반에 지어진 주변 아파트들보다 가격은 훨씬 높겠지만, 보수적으로 시세를 대략 17억으로 가정해보자.

청년원가주택은 주변 시세의 60~70% 수준으로 공급되므로 분양가는 10~12억 원 사이가 될 것이다. 시세의 65% 수준인 11억으로 가정해보자. 당첨된 청년은 분양가의 20%인 2억 2천만 원을 어떻게든 마련하고 잔금은 장기 원리금 상환 조건의 저금리 대출로 충당한다.

5년 동안 집값이 물가상승률 수준인 10% 가량 올랐다고 가정하면, 주변 아파트는 18억 7천만 원이 된다. 5년 후 수분양자 청년은 청년원가주택을 팔아서 시세차익을 얻고자 한다. 청년원가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35% 저렴하게 분양받았기에 분양차익 6억 원과 5년 간 상승한 집값의 10%인 1억7천만 원을 합한 7억7천만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다.

발생한 시세차익 7억 7천만 원의 70%인 5억 4000만 원은 수분양자 청년이 가져가고 30%인 2억 3천만 원은 정부가 가져간다. 청년원가주택에 당첨된 수분양자 청년은 5년 만에 약 5억 4천만 원을 벌게 되는 것이다. 말그대로 로또 당첨이다. 유수의 대기업에 다니는 청년이 10년간 저축을 해도 모으기 어려운 돈이다.

이렇듯 청년원가주택은 청년에게 상당히 유리한 주거정책이다. 단 조건이 있다. 당첨이 된 청년에게만 유리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무주택청년들에게 청년원가주택 3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민국 20~30대 청년인구는 1300만 명이 넘는다. 청년원가주택은 당첨된 30만 가구의 청년들에게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겠지만, 당첨되지 못한 무주택 청년들에게는 박탈감만 안기는 정책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용산정비창 부지나 서울의료원 부지에 지어지는 청년원가주택에 당첨이 된다면, 자기 자본만 해도 2억 원 이상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 가족 찬스를 써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제시되어 있는 청년원가주택은 수분양자, 즉, 가장 먼저 분양받은 청년만 커다란 시세차익을 누린다. 수분양자 청년은 시세보다 대폭 저렴한 수준으로 주택을 분양받고, 분양가의 20%만 내고 살면 된다. 그리고 5년 후에 집을 팔아 얻은 시세차익의 70%는 본인이 가져간다. 정부는 남은 30% 시세차익으로 청년원가주택 초기투입비용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하니 두 번째로 청년원가주택에 입주하는 입주자는 주변 시세대로 주택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구조대로라면 청년원가주택은 처음 분양받는 30만 명의 청년 외에는 혜택을 보는 청년은 없다. 1300만명 청년 중 30만 명의 청년에게만 혜택이 가는 청년원가주택은 청년 주거복지 정책인가, 청년 희망고문 정책인가?

지속가능한 청년주택 모델 : 지분공유형 주택
 

▲ 최근 5년 사이 집값이 크게 뛰면서 서울에서 중위소득 가구가 구매할 수 있는 아파트가 16.5%에서 2.7%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전반적인 주택공급정책은 소수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이다. 나도 언젠가는 청약에 당첨되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처럼 토지의 80% 이상이 국가소유이고 월급의 1/4 이상을 주택 및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으로 넣지 않는 이상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제공하기는 불가능하다. 청년원가주택은 기존의 로또 방식의 분양정책을 좀 더 강화한 버전에 불과하기에 지속가능하고 다수를 위한 청년주택이라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청년원가주택 구조를 다음과 같이 바꿔보면 어떨까? 건설원가 기준으로 공급하되 정부가 주택의 지분 50%를 가진다. 입주하는 청년은 자기 자본과 대출을 통해 청년원가주택 분양가의 50% 금액을 자기자본과 대출을 통해 마련해 청년원가주택의 지분 50%를 가져간다. 정부가 소유한 지분 50%에 대해서는 국고채 조달금리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한다. 5년 후 정부에 매각을 할 때, 자신의 지분만큼 매매차익의 50%를 수분양자인 청년이 가져갈 수 있다. 정부는 수분양자가 지불한 분양가격과 수분양자가 가져간 매매차익의 50%를 더한 가격으로 다음 입주 청년에게 제공한다.

앞서 용산정비창의 청년원가주택 계산 사례를 지분공유형 방식으로 바꾸어보자. 수분양자 청년은 청년원가주택 지분의 50%를 취득하기 위해 자기자본 20%와 대출 30%를 통해 5억 5천만 원을 조달한다. 정부 역시 50%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한 비용을 조달한다. 5년 후 수분양자 청년이 청년원가주택을 정부에 팔 때 청년은 5년 전 넣었던 지분 50%인 5억 5천만 원과 매매차익 7억7천만 원의 50%인 3억 8천5백만 원을 가지고 간다. 청년은 5년 동안 3억 8천5백만 원 가량의 자산이 늘어났다. 정부는 18억7천만 원이 된 청년원가주택의 지분 50%를 다음 청년원가주택 입주자에게 9억3500만 원에 판매한다. 두 번째 입주자는 주변시세의 50% 수준으로 청년원가주택에 입주하는 효과가 있다.
 

▲ 청년원가주택과 지분공유형 주택의 시간에 따른 가격상승률(용산정비창 부지 기준) ⓒ 이성영


이렇듯 지분의 50%를 정부가 꾸준히 유지하는 방식으로 청년원가주택을 설계한다면 처음 청년원가주택을 분양받은 청년만이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입주자 청년들도 지속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주거를 누리면서 향후 매각 시 주택가격 상승분의 절반 가량의 자산축적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나 서울의료원같이 주택가격이 매우 비싸고 시세차익이 많이 발생하는 곳은 정부지분을 70%로 늘리고 입주자는 지분의 30%를 가지고 매매차익의 30%만 가져가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핵심 요지의 땅에 공급되는 주택에 대해 공공의 지분을 늘리면 저렴한 주택가격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이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서구의 공동체토지신탁 및 지분공유형 주택 모델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지분공유형 주택모델의 도입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도입된 것이기에 진보정권만의 정책도 아니다.

서울의 주택가격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의 인기를 위해 서울의 국공유지에 집을 지어 저렴한 가격에 다 내다팔고나면 다음 세대 청년들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보장하는 주택의 접근성이 심각하게 낮아진다.

수분양자에게만 막대한 혜택을 몰아주는 방식인 현재의 청년원가주택을 조금만 손보면 보다 많은 청년들이 지속가능하게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주거생활을 할 수 있을뿐 아니라 자산 축적의 기회도 더 많은 청년들이 누릴 수 있다. 청년원가주택은 30만 가구 청년들만을 위한 청년원가주택이 아닌 수백만 가구의 청년들을 위한 주택이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한국교원대 신문 기고 칼럼을 토대로 수정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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