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노동 끊어야 죽음의 행렬 끝낼 수 있다"
[봄바람이 길동무에게 14] 월담으로 벽을 허물자
군비증강 STOP, 평화에게 기회를
4월 25일, 봄바람 순례단은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2022 세계 군축 행동의 날 '군비증강 STOP, 평화에게 기회를'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세계 군축 행동의 날'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서 매년 세계 군사비 현황을 발표하는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평화 캠페인입니다. 2022년 한국의 군사지출비는 세계 10위이고 국방비는 55조가 넘었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을 합의했지만 군비증강은 계속되었습니다. 군축 없는 평화는 거짓입니다.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거짓 평화입니다. 70년 이상, 남북은 군비증강으로 전쟁연습을 반복하며 아직도 냉전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봄바람 순례단이 지나온 길목마다 전쟁기지는 더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제주 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가덕도 곳곳에 미 공군기지의 터가 들어서려고 합니다. 강정에는 핵 항공모함이 드나들고 성주의 사드, 곳곳의 산 정상에는 군사기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국방부 건너편 전쟁기념관 횡단보도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전쟁을 기념해야 한다는 냉전적 사고가 바꾸지 않는 한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군비를 늘리는 한 평화는 그만큼 멀어집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광화문 사거리에서 매주 열리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만드는 월요일(Peace Monday)' 서명운동에 참여하였습니다.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은 국내외의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제캠페인입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은 많지만 서명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평화는 누구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입니다. 그래도 평화의 길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조용하고 느린 학살 석탄발전 중단하라
봄바람 순례단은 오후, 청년기후행동 활동가들과 함께 동대문역 앞 두산 타워가 보이는 도로에서 이야기 마당과 동대문 일대를 거리 행진하였습니다. '조용하고 느린 학살 석탄발전 중단하라' 'SHAME ON DOOSAN'(부끄럽다 두산)이라고 쓰여진 피켓이 눈에 들어옵니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베트남에 붕앙2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기후위기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는데 기업은 이윤을 위해 다른 나라에는 마음대로 지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구는 하나입니다. 한국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포스코에서 삼척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맹방해변을 파괴되는 것을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작년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은 분당 두산 사옥에 있는 조형물에 초록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행동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두산기업은 활동가들에게 184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오늘 이야기 마당은 기후악당 기업이 '친환경 에너지기업'이라고 거짓 선전하는 것을 규탄하는 자리였습니다.
"제주도에서부터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를 생각했어요. 수도권에 세울 수 없는 유해공장, 발전소, 쓰레기처리장은 농촌에 지어지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아픔을 겪고 있었어요. 수도권에서 쓰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지,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지를 알지 못하면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 딸기)
월담으로 벽을 허물자
4월 26일 봄바람순례단은 서울에서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월담노조를 찾았습니다. '김용균 재단' 이사장인 김미숙 어머니, 산재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태규님의 남매가 함께 하였습니다. '월담노조'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공단 안에 사업장 노조사무실을 생각했습니다.
'월담'은 '담을 넘어서'라는 뜻입니다. 월담노조는 길거리 담벼락에 있습니다. 플라스틱 의자 몇 개와 파라솔과 테이블, 음료수 몇병이 준비되어 있고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가 잠시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길위의 쉼터'입니다.
'공장과 공장 사이, 담벼락을 넘어 함께 모이고 뭉쳐서 공단과 지역을 바꾸자', 바로 월담 노조의 목표입니다. 서로를 가르는 경계의 시대에서 담벼락을 허물고 차별 없는 노동을 만드는 사람들의 지역노조입니다.
반월 시화공단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80%가 된다고 합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법에서도 배제됩니다.
이들에게 휴게시설은 없습니다. 점심시간이면 그늘을 찾아 쉽니다.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는 이 길거리 쉼터에도 사업주 눈치가 보여 마음대로 앉아서 쉬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점심시간에 공단을 돌며 작은 공장 노동자에게 월담노조 소개 홍보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노조가 없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영세 사업장이라고 차별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 벽을 넘기 위해 월담노조는 10년째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 반월시화공단의 노동자들도 그 세월의 깊이만큼 변화가 올 것이라는 그 희망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이승과 저승사이에 공사판이 있다
전국건설노조 경기중서부 건설지부로 가서 간담회를 하였습니다. 20~30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해온 나이 든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건설현장은 산재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수십층 높이로 올라가는 작업현장에서 일은 위험합니다.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13년째 매년 500명 이상의 건설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합니다.
건설노동자들은 스스로 '이승과 저승 사이에 공사판이 있다'고 자조적으로 말합니다.
제발 안전한 작업공간을 만들라고 요구하지만 사업주와 국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에 급급한 것이 대한민국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터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짧은 시간에 이윤을 확보하는 게 건설자본의 전략이에요. 천천히 일해도 충분히 이윤을 벌 수 있어요. 산재사망자가 단 한번도 500명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어요. 산재를 은폐하고 위장하는 경우도 많아요. 더 많은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 나가고 있어요.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탐욕스런 건설자본에 의한 죽음입니다. 그 죽음 뒤에는 도급노동이 있어요. 도급노동을 끊어야 죽음의 행렬을 끝장낼 수 있습니다." (건설노동자 증언)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건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법입니다. 하청, 재하청 회사의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건설노동자는 발주자와 설계·시공 등 건설 주체가 책임지는 건설안전 특별법 제정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반대로 여전히 법 제정이 안되고 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서울로 오기 전 안산의 4.16 기억교실을 찾았습니다. 2014년 4월 16일로 시간이 멈춰진 교실 곳곳을 보았습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성역 없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의 권리 회복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봄바람 순례단은 다시 서울 시청 앞, '2022년 차별없는 서울대행진' 오세훈 시장 주거·개발정책 규탄 문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우리는 지금 투기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한 청년이 말했습니다.
"길 가다 마주치는 시민 중 절반 이상이 세입자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은 다른 어떤 곳보다 세입자에게 가혹합니다.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보통의 노동소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집들이 늘어만 갑니다. 요즘 청년들이 영끌해서 집 산다고 하지만, 월급 모으고 대출 받아서 보증금 마련하기도 바쁜 사람들에겐 그저 먼 얘기입니다.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만 해도 그렇습니다. 보증금이 1억을 훌쩍 넘습니다. 왜일까요? 임대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세 95% 로 나온 집을 공적임대주택이라고 하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비쌉니다.
용산역 바로 뒤에, 무려 50만제곱미터에 이르는 100% 공공부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 짓고 그 안에 다양한 주거취약계층이 살게 하면 될텐데, 공공부지인 이 땅을 다시 기업에게 팔려고만 합니다.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공공부지는 기업에게 팔고, 역세권 청년주택은 땅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모순 덩어리입니다."
봄바람 순례단 서울 일정은 빡빡하게 진행됩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봄바람 순례단. 길돔무와 서울지역 청년활동가와 만남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에서 '세대론 무대를 거부하며 평등의 봄바람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계급, 젠더 및 주거 및 노동 등 지금 여기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4월 27일 봄바람 순례단은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에서 쿠팡 노조.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와 간담회를 하고 부평역에서 한국 GM 비정규직 지회 농성장까지 거리행진을 하였습니다.
한국 GM 비정규직 부평, 창원 공장 노동자 350여명이 노동절을 앞두고 GM 하청회사로부터 4월 30일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해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한국지엠을 대상으로 1719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회사는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측은 한국지엠 1차 하청업체에 속한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260명만 고용하겠다며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현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구나 택배를 이용하지만 물류산업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쿠팡은 4~5만명이 일하는 한국사회에서 3번째로 고용이 많은 사업장입니다. 그러나 일용직이 75%이고 정규직은 관리직 중심으로 3%정도로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입니다.
쿠팡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 없이 9~10시간을 일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합니다. 과로사도 많습니다. 핸드폰 반입도 안되고 군대식 통제가 심합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동안 노조탄압으로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인천에서 올라와 오후 서울 용산구 집수정에서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용산에 불어라 평화의 봄바람' 행진은 형형색색 평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품을 들고 전쟁기념관, 국방부 앞, 남영동 미군기지 캠프 킴까지 행진을 한 후 하루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4월 25일, 봄바람 순례단은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2022 세계 군축 행동의 날 '군비증강 STOP, 평화에게 기회를' 기자회견에 참석했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을 합의했지만 군비증강은 계속되었습니다. 군축 없는 평화는 거짓입니다.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거짓 평화입니다. 70년 이상, 남북은 군비증강으로 전쟁연습을 반복하며 아직도 냉전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 세계군축행동의날 기자회견 <군비 증강을 멈추고 평화에게 기회를> ⓒ 한상욱
봄바람 순례단이 지나온 길목마다 전쟁기지는 더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제주 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가덕도 곳곳에 미 공군기지의 터가 들어서려고 합니다. 강정에는 핵 항공모함이 드나들고 성주의 사드, 곳곳의 산 정상에는 군사기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국방부 건너편 전쟁기념관 횡단보도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전쟁을 기념해야 한다는 냉전적 사고가 바꾸지 않는 한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군비를 늘리는 한 평화는 그만큼 멀어집니다.
▲ 한반도 종전 평화캠페인 Peace Monday 거리서명운동 ⓒ 한상욱
봄바람 순례단은 광화문 사거리에서 매주 열리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만드는 월요일(Peace Monday)' 서명운동에 참여하였습니다.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은 국내외의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국제캠페인입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은 많지만 서명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평화는 누구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입니다. 그래도 평화의 길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조용하고 느린 학살 석탄발전 중단하라
봄바람 순례단은 오후, 청년기후행동 활동가들과 함께 동대문역 앞 두산 타워가 보이는 도로에서 이야기 마당과 동대문 일대를 거리 행진하였습니다. '조용하고 느린 학살 석탄발전 중단하라' 'SHAME ON DOOSAN'(부끄럽다 두산)이라고 쓰여진 피켓이 눈에 들어옵니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베트남에 붕앙2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기후위기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는데 기업은 이윤을 위해 다른 나라에는 마음대로 지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구는 하나입니다. 한국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포스코에서 삼척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맹방해변을 파괴되는 것을 이미 소개한 바 있습니다.
▲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와 청년기후긴급행동과 함께하는 기후불복종 재판이야기 미당 및 행진 ⓒ 한상욱
작년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은 분당 두산 사옥에 있는 조형물에 초록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행동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두산기업은 활동가들에게 1840만 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오늘 이야기 마당은 기후악당 기업이 '친환경 에너지기업'이라고 거짓 선전하는 것을 규탄하는 자리였습니다.
"제주도에서부터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은 누가 지고 있는가를 생각했어요. 수도권에 세울 수 없는 유해공장, 발전소, 쓰레기처리장은 농촌에 지어지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아픔을 겪고 있었어요. 수도권에서 쓰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지,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지를 알지 못하면 무책임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바람 순례단 딸기)
월담으로 벽을 허물자
4월 26일 봄바람순례단은 서울에서 반월시화공단에 있는 월담노조를 찾았습니다. '김용균 재단' 이사장인 김미숙 어머니, 산재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태규님의 남매가 함께 하였습니다. '월담노조'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공단 안에 사업장 노조사무실을 생각했습니다.
'월담'은 '담을 넘어서'라는 뜻입니다. 월담노조는 길거리 담벼락에 있습니다. 플라스틱 의자 몇 개와 파라솔과 테이블, 음료수 몇병이 준비되어 있고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가 잠시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길위의 쉼터'입니다.
'공장과 공장 사이, 담벼락을 넘어 함께 모이고 뭉쳐서 공단과 지역을 바꾸자', 바로 월담 노조의 목표입니다. 서로를 가르는 경계의 시대에서 담벼락을 허물고 차별 없는 노동을 만드는 사람들의 지역노조입니다.
▲ 반월시화공단 월담노조와 공단노동자 쉴 권리 캠페인 ⓒ 한상욱
반월 시화공단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80%가 된다고 합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법에서도 배제됩니다.
이들에게 휴게시설은 없습니다. 점심시간이면 그늘을 찾아 쉽니다. 작은 사업장의 노동자는 이 길거리 쉼터에도 사업주 눈치가 보여 마음대로 앉아서 쉬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봄바람 순례단은 점심시간에 공단을 돌며 작은 공장 노동자에게 월담노조 소개 홍보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노조가 없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영세 사업장이라고 차별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 벽을 넘기 위해 월담노조는 10년째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 반월시화공단의 노동자들도 그 세월의 깊이만큼 변화가 올 것이라는 그 희망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이승과 저승사이에 공사판이 있다
전국건설노조 경기중서부 건설지부로 가서 간담회를 하였습니다. 20~30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해온 나이 든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건설현장은 산재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수십층 높이로 올라가는 작업현장에서 일은 위험합니다.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13년째 매년 500명 이상의 건설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합니다.
▲ 전국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간담회 ⓒ 한상욱
건설노동자들은 스스로 '이승과 저승 사이에 공사판이 있다'고 자조적으로 말합니다.
제발 안전한 작업공간을 만들라고 요구하지만 사업주와 국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에 급급한 것이 대한민국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터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습니다. 건설노동자들은 말합니다.
"짧은 시간에 이윤을 확보하는 게 건설자본의 전략이에요. 천천히 일해도 충분히 이윤을 벌 수 있어요. 산재사망자가 단 한번도 500명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어요. 산재를 은폐하고 위장하는 경우도 많아요. 더 많은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 나가고 있어요.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탐욕스런 건설자본에 의한 죽음입니다. 그 죽음 뒤에는 도급노동이 있어요. 도급노동을 끊어야 죽음의 행렬을 끝장낼 수 있습니다." (건설노동자 증언)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건설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법입니다. 하청, 재하청 회사의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건설노동자는 발주자와 설계·시공 등 건설 주체가 책임지는 건설안전 특별법 제정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건설업체의 반대로 여전히 법 제정이 안되고 있습니다.
▲ 단원고 416 기억교실 방문 ⓒ 한상욱
봄바람 순례단은 서울로 오기 전 안산의 4.16 기억교실을 찾았습니다. 2014년 4월 16일로 시간이 멈춰진 교실 곳곳을 보았습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실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성역 없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자의 권리 회복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봄바람 순례단은 다시 서울 시청 앞, '2022년 차별없는 서울대행진' 오세훈 시장 주거·개발정책 규탄 문화제에 참여하였습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우리는 지금 투기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한 청년이 말했습니다.
"길 가다 마주치는 시민 중 절반 이상이 세입자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은 다른 어떤 곳보다 세입자에게 가혹합니다.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보통의 노동소득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집들이 늘어만 갑니다. 요즘 청년들이 영끌해서 집 산다고 하지만, 월급 모으고 대출 받아서 보증금 마련하기도 바쁜 사람들에겐 그저 먼 얘기입니다.
서울시 역세권청년주택만 해도 그렇습니다. 보증금이 1억을 훌쩍 넘습니다. 왜일까요? 임대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세 95% 로 나온 집을 공적임대주택이라고 하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비쌉니다.
용산역 바로 뒤에, 무려 50만제곱미터에 이르는 100% 공공부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 짓고 그 안에 다양한 주거취약계층이 살게 하면 될텐데, 공공부지인 이 땅을 다시 기업에게 팔려고만 합니다.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공공부지는 기업에게 팔고, 역세권 청년주택은 땅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모순 덩어리입니다."
▲ 차별없는서울대행진_ 오세훈 주거정책 규탄 문화제 ⓒ 한상욱
봄바람 순례단 서울 일정은 빡빡하게 진행됩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봄바람 순례단. 길돔무와 서울지역 청년활동가와 만남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에서 '세대론 무대를 거부하며 평등의 봄바람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계급, 젠더 및 주거 및 노동 등 지금 여기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4월 27일 봄바람 순례단은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에서 쿠팡 노조.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와 간담회를 하고 부평역에서 한국 GM 비정규직 지회 농성장까지 거리행진을 하였습니다.
▲ 한국GM비정규직지회 & 쿠팡지회 간담회 및 거리행진 ⓒ 한상욱
한국 GM 비정규직 부평, 창원 공장 노동자 350여명이 노동절을 앞두고 GM 하청회사로부터 4월 30일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해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한국지엠을 대상으로 1719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회사는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측은 한국지엠 1차 하청업체에 속한 비정규직만을 대상으로 260명만 고용하겠다며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현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구나 택배를 이용하지만 물류산업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쿠팡은 4~5만명이 일하는 한국사회에서 3번째로 고용이 많은 사업장입니다. 그러나 일용직이 75%이고 정규직은 관리직 중심으로 3%정도로 비정규직이 많은 사업장입니다.
쿠팡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 없이 9~10시간을 일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합니다. 과로사도 많습니다. 핸드폰 반입도 안되고 군대식 통제가 심합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동안 노조탄압으로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 용산에 불어라 평화의 봄바람 행진 ⓒ 한상욱
봄바람 순례단은 인천에서 올라와 오후 서울 용산구 집수정에서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용산에 불어라 평화의 봄바람' 행진은 형형색색 평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소품을 들고 전쟁기념관, 국방부 앞, 남영동 미군기지 캠프 킴까지 행진을 한 후 하루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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