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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교 "한덕수 과거 답변, 정부에 불리하게 활용돼"

2006년 국회서 과세 관련 답변 회피... 론스타 준비 서면에 등장한 "한덕수가 말하길..."

등록|2022.04.29 12:08 수정|2022.04.29 12:14

▲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국회의원·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06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시절 론스타 과세 문제에 관해 애매모호하게 답변한 내용이,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ISD)에서 자신들의 논리를 방어하는 자료로 활용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2005년 매각 과정에서 불법·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ISD(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소송)를 제기했다. 그런데 한 후보자는 2002년 11월~2003년 7월 론스타의 법정대리인이었던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했다. 당시 그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성사를 위해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온 이유다. 이 문제는 2007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도 제기됐고, 현재도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김앤장 근무만이 아니라 공무원 시절에도 한덕수-론스타의 수상쩍은 상황들이 존재한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참여연대,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등과 함께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재경부 장관 시절 한 후보자의 발언이 우리 정부 주장과 배치되어, 우리 정부에 불리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배진교 의원실 등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차익에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던 2006년 4월 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선 한덕수 당시 부총리에게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한 장관은 '과세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한덕수 언행이 론스타 주장의 근거로 쓰여... 인준 안 돼"
 

▲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국회의원·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2007년 한 후보자가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을 재직하던 시절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회의 업무보고 관련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정부 한나라당 의원 :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서 앞서 동료위원님들께서 론스타 과세문제에 대해서 질의를 하셨는데 지금 부총리 답변을 들어보니까 이것이 아주 확실치 않아요.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과세할 수 있다고 봅니까, 아니면 지금 현재 근거가 없어서 과세를 못하는 것입니까? 확실하게 답변을 해주시지요."

한덕수 부총리 : "글쎄요, 추상적인 법규만 따진다면 과세를 할 수 있는 규정도 물론 있고, 또 과세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조항도 있습니다."


도무지 과세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답변이 반복되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도대체 된다는 건지, 안 된다는 건지 정말로 모르겠다. 아까 한 부총리 답변으로는 '과세할 수 있는 근거도 있고 불가하다는 근거도 있고' 이런 식"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근 위원장까지도 한덕수 부총리를 향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무슨 나랏일을 이따위로 하고 있어! 내가 오늘 하루종일 듣고 있으니까 답답해서 말을 못 듣겠다. 이렇게 답변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도대체!"라고 화를 냈다.
 

▲ 29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론스타의 2013년 10월 15일자 ISD 준비서면. 한국 정부와 외환은행 문제로 소송 중인 론스타는 당시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과세할 수 있을지 없을지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며 2006년 4월 한덕수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을 각주로 인용했다. ⓒ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


이 상황은 2013년 10월 1일 론스타가 제출한 ISD 관련 준비서면 171쪽에 다시 등장한다. 론스타는 2006년 4월 5일자 <매일경제> 기사를 인용하며 "한덕수 부총리는 '현재로선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과세가능한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는 각주를 달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29일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자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관련) 승인 과정에 직접 개입한 점은 없으나, 그의 언행 하나하나가 론스타 주장에 논거를 제시, 대한민국에 비수로 돌아와 꽂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또 한 후보자가 같은 회의에서 "론스타의 매각과 관련해 '검찰과 감사원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것은 수사와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나중에 론스타는 한 후보자의 말을 근거로 해서 '거봐, 니네 책임자도 문제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냐'는 논리를 폈다"고 했다. 그는 "아직 ISD절차가 종결되지 않았다"며 "국민에게 잠재적으로 손해가 될 수 있고 국익을 저해할 의혹이 남아있는 한 후보자를 인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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