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기다려지는 모두를 위한 학교 만들겠다"
[인터뷰] 김거성 경기도 교육감 예비후보
▲ 김거성 경기도 교육감 예비후보 ⓒ 김거성
[기사수정: 5일 낮 12:11]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의 교육 전문가들도 한국인의 뜨거운 교육열을 언급하기도 한다. 교육감은 광역자치단체의 교육에 관한 사무를 총괄 처리하는 막강한 직위다. 반면 교육감 선거 열기는 놀라울 정도로 낮다.
-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으로 근무 당시 감사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립유치원을 '감사의 영역'으로 끌어내 유치원 3법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2015년 당시 사립유치원에 여러 문제들이 있었지만, 이를 감사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려 하자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온갖 압력과 회유, 협박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렇지만 투명성과 공공성을 핵심 가치로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입장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사립유치원 특정감사를 추진하자 어느 날 내게 택배가 왔다. 문 앞에 두라고 했더니 값비싼 것이라 직접 전해드려야 한다고 하더라. '내용물이 뭡니까?' 물었더니 '골드바'라는 답변이 왔다. 발송자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돌려보냈다. 그랬더니 역시 온갖 압력과 협박, 공격이 계속되었다.
네 차례나 검찰에 고발당했다. 내 이름을 들고 구속하라며 수원지검 앞에서 1인시위도 있었다. 그러나 유치원 아이들, 학부모들, 납세자들만 생각하자고 다짐했고 또 버텼다. 그 바탕으로 국민들의 지지 속에 유아교육 3법 개정이 이어진 것이다. 한유총을 넘어서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경기도 교육감에 출마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나 동기가 궁금한데?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라는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기에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히 공교육의 위기다. 표준화된 산업화 시대의 교육문법과 경쟁문법으로는 이 시대의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이제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표준화에서 개별 맞춤형으로, 통제에서 자율과 자치로, 고통에서 행복으로 공교육의 가치 대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행정, 조직, 인사, 감사 등 학교를 둘러싼 교육 생태계의 구조를 뚝심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 공교육이 발전되어 나가야 하는데, 각종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머물러있거나 아쉽게도 퇴행하고 있다. 학생이 학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이 진정 중심에 있는 것이 미래 공교육 시스템의 모습이다."
"토론과 참여, 실천 중심의 시민교육을 제대로 구현하고 싶다"
-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경기도 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계획인가?
"핵심 6대 공약이 있다. ▲ '누구나 영어'라고 이름 붙인 초등 3~6학년의 방과후 영어 무상교육 ▲ 부적격 교원 교단 배제 및 강력한 교권 보호 ▲ 초등 1~2학년의 방과후 전면 무상(오후 3시까지) ▲ '누구나 코딩'이라는 AI 및 코딩교육 전면화와 테크노밸리 등 연계 미래교육원 설립 ▲ 촘촘한 돌봄교실 운영(아침 1시간 및 저녁 8시까지) ▲ 고등학교 자기주도적 학습공간 스터디룸 운영 및 석식 제공이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모두를 위한 학교를 만들겠다."
- 경기도 교육감 적합도 조사 결과에서 민주진보 진영 후보들 가운데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조사한 결과가 5월 2일 보도되었는데, 여기서 임태희 15.3%, 김거성 15.1%로 민주진보진영 1위를 달리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후보는 자유학기제는 자유방치제라고 말하는 등 민주진보 교육을 편향되고 획일된 교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MB시대를 연상케 하는 그가 경기도교육의 수장으로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MB시대로 경기교육을 되돌릴 수 없다. 유권자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최근 교육 관련 행보에 실망한 유권자, 특히 경기도민들이 민주와 진보, 협력의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인수위에서 교육 홀대, 자사고 및 특목고 존치에 관한 발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선 등 최근 상황을 볼 때 윤석열 정부에 맞설 수 있는 민주, 진보, 혁신의 가치를 뚝심 있게 지켜낼 교육감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냈고, 경기도교육청에서 감사관을 지내 중앙정부와 경기도교육청 현장을 두루 잘 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0여 년의 경기교육을 성찰하겠다. 냉철하게 반성해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잘한 것은 계승·발전시키고, 현장의 요구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 도민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 경기교육은 더욱 새로워져야 한다. 그 중심에 서고자 한다."
- 기자가 살고 있는 영국교육제도를 크게 3가지로 정리하면 공교육 중심, 교육비 무료, 경쟁 위주보다는 약자를 배려하는 시민의식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감에 당선되면 경기도 내 학교에도 '시민교육'을 도입하면 어떨까?
"교육기본법과 교육과정 총론에 목표로서 민주시민 양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총론과 실제의 괴리가 크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민주시민 교과를 유보시키는 양상도 있었고, 일부 사회과에서 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과학 지식을 요약해 놓은 사회과 교육의 한계도 작용하고 있다.
학교의 문화와 일상에서 시민의 삶을 자연스럽게 습득해야 하는데, 여전히 비민주적이거나 관료적 풍토가 남아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서, 교육감이 발행하는 인정도서 즉 시민 교과서를 보급했지만, 그 활용률이 높은 것 같지는 않다.
학생들을 교육의 주체라고 말은 하지만, 학교와 교육청, 중앙정부 단위의 의사결정 구조에 이들이 실제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의회 내지는 회의 등을 통해 그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통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 시민교육을 목표로 모든 교과가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고, 기존의 사회과가 명실상부한 시민교육의 중핵 교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시민교육은 진공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제도적, 사회적 압력과 명분이 크기 때문에 교원 스스로 시사 내지는 정당의 공약 등을 수업자료로 활용하기를 꺼려한다. 선거연령을 하향 조정했지만, 어디까지 교원들이 수업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정리가 안 된 상태이다.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협약'(1976년 서독의 보수 및 진보 정치교육학자들이 치열한 토론 끝에 정립한 교육지침으로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정치교육)이 시급하다. 토론과 참여, 실천 중심의 시민교육을 경기교육에서 제대로 구현하고 싶다. 시민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교과목, 프로그램 개발 및 활성화를 약속한다."
"어떤 학생이 들어와도 잘 성장시키는 교육과정 모색해야"
- 대학 서열화와 대입 지원 과당경쟁 등을 없애는 방안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나는 정시확대를 반대했다. 정시확대는 대학과 학교의 서열화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큰 제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했는데, 이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은 문제다. 특정 입시비리 사안이 터지면 다시 정시확대로 귀결되는 상황도 안타깝다.
다양성의 관점에서 대학 입시 전형 트랙을 다양화하고, 그 트랙 내에서 공정성을 구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수능, 내신, 학생부종합전형의 트랙 내에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면, 지원 전공의 특성을 고려한 모집단위별 특성화 전형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예컨대, 경제학과에 들어오면 보통교과를 통한 학습자의 특성을 기본적으로 살피지만, 관련 과목 이수 여부를 정량 내지는 정성 요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 영국교육의 특징은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다. 영국의 '학생맞춤형' 교육철학은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의 가치를 동등하게 강조하며 두 분야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이런 '맞춤형' 교육의 도입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 문법은 학교의 체제에 학생들로 하여금 맞추라고 요구했다. 이제는 학생들의 요구를 읽고, 학교의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학생에게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과 학교의 연계, 유연한 학교 시스템, 개별맞춤형 학습지원시스템, 수준과 진로, 관심을 고려한 경로형 학습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이러한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미래교육, 미래학교의 핵심은 학생 개별맞춤형 학습시스템의 구축인데, 고교학점제를 외면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수는 없다.
국영수사과가 중요한 과목임에는 틀림없지만 학생마다 과목에 다양한 가중치를 줄 수 있다. 어떤 학생은 수학보다 미술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학생은 과학 중 생의학에 집중하고자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모으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어떤 학생들이 들어와도 그 학생을 잘 성장시키는 교육과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고등학교에서 교육과정을 특화하고, 이를 지역에서 공유하는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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