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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알레르기, 이 친구는 잘못 없어요

봄바람에 실려 오는 꽃가루 급습에 당하다

등록|2022.05.06 09:47 수정|2022.05.06 09:47

▲ 꽃가루로 오인받는 버드나무 열매와 씨앗 ⓒ 용인시민신문


봄이 너무 짧다. 한낮엔 땀이 날 정도로 갑자기 더워졌다. 며칠 전 여름옷 꺼내며 이대로 봄이 끝나는 걸까 조바심을 냈다. 그랬더니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아직 봄임을 상기시켜준다. 봄철의 불청객이라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다.

기온이 높고 날이 맑으며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 꽃가루가 가장 잘 퍼진다. 딱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오전에 야외 공원에서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숲체험이 있어 두 시간 가량을 보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너무 힘들었다. 차 안에 있었지만 내 몸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꽃가루들로 인해 눈이 뻑뻑해지고, 가렵고, 붓고 빨갛게 충혈되기까지 했다. 전형적인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결막염 증세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증세가 좀 나아졌다. 평소 같으면 환기를 시키겠다고 창문과 문을 열었 지만, 오늘은 다 닫아 버렸다. 꽃가루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수고에도 불구하고 이미 꽃가루에 노출된 몸은 다시 코로 증상이 옮아갔다. 코가 맹맹해지며 맑은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비염이다.

이렇듯 꽃가루 알레르기에 의해 결막염과 비염 이외에도 재채기, 천식, 피부 가려움증 따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 버드나무 꽃 ⓒ 용인시민신문


우리가 평소 꽃이라 부르는 꽃들은 예쁘고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꽃잎을 갖고 향기와 꿀을 만들어 벌과 나비를 부른다. 그들의 도움으로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로 옮겨져 열매와 씨앗을 만들게 된다. 대부분 우리 눈으로 수술머리에 붙은 꽃가루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입자들로 주로 바람에 의해 이동한다. 의지를 가진 매개체를 부르지 않기에 굳이 화려한 꽃잎으로 눈에 띄지 않아도 된다. 향기로 수고스럽게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않고, 꿀을 만들어 제공할 필요도 없다. 오직 불어오는 바람에 내맡길 가벼운 구조를 위해 공기주머니를 장착하는 정도와 작은 크기로 무게를 줄이는 전략을 택했을 뿐이다.

간단해진 구조 덕분에 대량생산도 가능해졌다. 소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삼나무 등과 같은 나무들과 벼과식물, 잔디, 돼지풀 같은 풀들이 주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이 꽃가루 알레르기가 기승을 부릴 때쯤 전혀 엉뚱하게 오해를 받는 나무도 있다. 바로 버드나무들이다. 버드나무꽃은 버들강아지라 해서 이른 봄에 폈다. 아직 얼음이 채 녹지도 않은 계곡이나 습지 근처에서 빨갛게 노랗게 수술 끝 꽃가루를 뽐내며 폈다.
 

▲ 오리나무 수꽃 ⓒ 용인시민신문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닿아 수분이 이루어지면 열매가 생기는데, 봄이 한창일 때 이 열매가 무르익어 터지며 하얀 솜뭉치처럼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마치 민들레 씨앗 갓털이나 부글부글 터지는 부들의 씨앗들처럼 말이다. 솜뭉치 날개를 단 버드나무 씨앗은 날아다니며 마치 눈이 오는 풍경을 연출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하얀 것들이 떠다니며 우리 눈, 코에 들어온다고 상상한다. 그러면서 버드나무를 욕한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이라며. 그러나 꽃가루가 아니라 씨앗이다. 설사 코나 눈에 들어가더라도 그 크기가 커 우리 몸 안으로 들어와 점막을 자극할 수 없다.

필자도 분명히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결막염 증세로 눈이 엄청 가려워지는 상황에서 몽글몽글 피어있는 버드나무의 하얀 솜뭉치를 보자 눈을 흘기고 말았다. '에구 너 때문이야.' 결막염의 짜증이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진실을 자꾸 까먹게 한다. 미안하다 버드나무야.
 

▲ 참나무 중 상수리나무 꽃 ⓒ 용인시민신문


필자의 가족 네 명 중 현재 세 명이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다. 주로 비염과 결막염 증세를 보인다. 알레르기는 외부 자극에 대한 과한 반응이다. 그런데 이것은 외부 환경에 의한 자극뿐만 아니라 내부 면역력과도 연관이 있다. 내 몸이 건강할 땐 작게 살짝 지나가거나 신경 쓰이지도 않던 것이 몸이 힘들어 면역력이 떨어지자 급작스럽게 찾아와 더 심하게 괴롭힌다.

어차피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들은 얼마 후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 날렵하게 꽃가루 잘 피하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힘쓰자.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하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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