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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 삶' 출간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 37] "신앙인이 그 약속에 충실치 못한다면 결국 멸망할 것이라는 경고"

등록|2022.05.13 15:34 수정|2022.05.13 15:34

▲ 1974년 11월 6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주최로 열린 인권회복기도회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이해 10월에 또 한 권의 책 <함세웅신부 삶>이 제3기획에서 간행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출판사에서 자신의 각종 기고문과 미사 강론ㆍ연설 등을 녹음하고 풀어서 한 권으로 묶겠다고 한 것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나는 나의 변변치 않은 말이나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이어 나오는 것에 대하여 한사코 사양했지만, 그것들을 마침내 세상에 드러내 놓고야 말겠다는 그분들의 고집과 집념에 꺾이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의 이런 선의에 따라 자칫 묻히거나 잊힐 뻔한 글과 발언이 전하게 되었다. 지학순 원주교구장은 <이 시대와 함께하는 양심의 고뇌>라는 추천사의 서두에서 말한다.

함세웅 신부라고 하면 정의와 양심을 지키려는 우리 주변의 이웃형제들에게는 아주 친근하게 알려져 있고, 반면에 양심과 정의의 목소리를 싫어하거나 그것을 박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신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도 하나이고, 얼굴도 하나인데 자신이 처한 처지에 따라 보는 시각은 이렇게 달라져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함세웅 신부에게는 더할 수 없는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의도적으로 거리를 멀리 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의적인 비방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의적인 비방이 결코 함세웅 신부의 참된 사제로서의 모습을 훼손하기는 커녕 '민중 속의 사제'로서 함세웅 신부의 처지를 더욱 튼튼히 해주는 반증이 되는 것입니다.

책은 제1장 <우리는 홀로 있지 않습니다>, 제2장 <삶은 죽음에서의 준비>, 제3장 <순교자들의 목소리>로 나뉘어 총 91편의 글이 실렸다. 몇 대목을 뽑았다.

오늘날 이 땅에는 많은 젊은이들, 학생들이 진실을 말하고 실천한 그 이유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은 체제순응적 인간, 제도적 기계적 인간을 배격합니다. 또 많은 교수, 종교인 문인, 언론인, 정치인, 근로자, 농민들이 자유를 위해서 진실을 밝혔다는 이유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감옥에 갇힌 사람, 그는 누구인가.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나는 누구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누구인가.
정신적 3ㆍ1정신과 순교정신이란 무엇인가.
진리를 위해 몸을 바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갈등과 번민 속에서 진지하게 이것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내부에서 솟구치는 또렷한 그 목소리 때문에 이 물음들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진리를 위해>)
 

지학순 주교가 구속되면서 사제단은 시대의 소리를 듣고 각성했다.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은 박정희 정권을 겨냥한 양심의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사진은 구속되는 지학순 주교)지학순 주교가 구속되면서 사제단은 시대의 소리를 듣고 각성했다.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은 박정희 정권을 겨냥한 양심의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사진은 구속되는 지학순 주교) ⓒ 정의구현사제단


80년대의 한국 교회는 억눌린 형제의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일차적 사명은 복음 선포이다. 교회의 근본 소명은 신자들의 사목이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신자들의 성화이다' 등 여러 가지 주장을 통하여 감옥에 갇히고, 짓눌리고, 억압받는 많은 형제들을 외면할 수 가 없습니다. 한국 교회는 진정으로 어느 부류의 사람에게 이웃이 되고 있습니까? 권력자의 들러리가 아닌지 반성해야 합니다.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픈 그 현장에서 자식, 부모, 형제, 친척을 잃고 울부짖고 있는 그 가족들에게 우리는 진정한 이웃이 되지 못했습니다. 작년 5월 광주 사태의 현장에 있었던 어느 성직자는 그 비참한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현장으로 달려갈 수 없었습니다. 그때 문득 기억에 떠오른 것이 바로 이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였답니다. 사제는 말만 하는 사람이지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반성했다 합니다. 그 성직자는 사랑의 실천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가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바로 신앙인의 고뇌가 있습니다.(<과연 이웃은 누구인가>)

이 땅, 분단의 조국, 아픔의 현실, 눈물겹도록 상처뿐인 이 한반도 우리 조국에, 교회는 우리 겨레 모두에게 빛이기를 열망하고 다짐해야 합니다. 이 땅은 고립된 땅이 아님을 확인하며 세계 공동체를 향한 교회의 보편성을 다시금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가 누구이든 자기 조국을 위한 진실된 애국자는 국경을 뛰어넘어 만민에게 존경을 받습니다. 폐쇄적, 배타적 국가관으로서가 아니라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조국애만이 기억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보다 큰 꿈과 이상을 갖도록 우리  모두를 일깨우는 것입니다.(<이 땅에 빛을>)

소금이 짠맛을 잃는다면 그 존재 가치가 없듯이 신앙인이 그 약속에 충실치 못한다면 결국 멸망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빛의 의미도 그 자체로 명백합니다. 촛불, 등잔불, 전등, 그 어떠한 것도 본래의 의미는 밝게 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은 그가 자리잡은 그 현장에서 빛을 던져 주어야 합니다. 기쁨의 빛 구원의 빛, 웃음의 빛, 화해의 빛, 해방의 빛, 자유의 빛, 또 앞과 미래를 밝혀 주는 길잡이 빛이 되어야 합니다. 빛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의 안타까움, 답답함, 그것을 알아듣는 우리는 그 누구를 원망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태우는 희생 제물이 되고 희망을 안겨 주는 새벽별이 되어야 합니다.(<소금과 빛>)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정의의 구도자 함세웅 신부 평전]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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