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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코스를 6시간 동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이곳'

휴식과 자유, 창조의 공간 '원주 뮤지엄 산'

등록|2022.05.09 11:13 수정|2022.05.09 11:23

<For Gerard Manley Hopkins> 마크 디 수베로 1995시인' 제랄드 맨리 홉킨스'의 '황조롱이 새'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 이호영


원주 '뮤지엄 산'을 두고 '자연과 건축의 만남'이라는 평이 나온다. 건축가는 물론 건축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자연과 건축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 연휴를 맞아 6일 가족과 함께 '원주 뮤지엄 산'을 찾았다. 산 중턱에 마련된 '박물관' 정도로 생각하고 방문했으나 그 규모와 독특한 건축 양식이 머리에 각인됐다.

'안도 타다오', 일본 건축가가 설계한 이곳 건축물은 노출 콘크리트 구조이다. 창과 틈으로 들어오는 자연 빛의 조화가 일반 건축물과 다르다. '뮤지엄 산'은 뮤지엄(박물관)+ SAN(Space, Art, Nature)으로, 건축물과 예술작품을 다 돌아보고야 그 의미를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

예술품과 자연의 빛으로 채운 공간 

내부 구조는 입구 매표소→플라워가든→워터가든→뮤지엄 본관→명상관→스톤가든→제임스터렐관 등을 거치고 돌아오는 코스로 2시간 이상 걸린다. 총 동선이 2.5km라는데 우리 가족은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6시간 넘게 걸렸다.

건축물 투어와 명상 투어, 제임스터렐 투어 등 3가지 투어가 마련돼,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가장 많은 시간 걸리는 건축물 투어는 세계 유명 건축가이자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일본인 '안도 타다오'가 어떻게 이 '뮤지엄 산' 건축물을 설계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웰컴센터를 나와 높은 담장을 돌아 정면을 쳐다보는 순간, 예쁜 꽃이 활짝 핀 '플라워가든'에 오른쪽 하늘과 산을 가득 채운 붉은 강철 구조물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원주 뮤지엄산 입구붉은 조형물과 산, 하늘, 꽃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이호영


마크 디 수베로가 시인 제랄드 맨리 홉킨스의 '황조롱이 새'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바람에 의해 상부가 움직이는 키네틱아트 형식으로, '새'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화려한 꽃밭과 하얀 자작나무 숲을 지나 역시 담 모퉁이를 돌면 워터가든이 나타난다. 워터가든은 뮤지엄 본관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든 물의 정원이다. 본관 앞에서 마치 대문처럼 버티고 있는 붉은색의 'Archway' 강철 구조물은 물과 하늘, 파주석의 본관 건물과 조화를 이룬다.
  

Archway 알렉산더 리버만 1997본관으로 가는 워터가든 'Archway' 강철 구조물. 12조각의 파이프를 육중한 아치 모양으로 만들었다. ⓒ 이호영


작가 리버만은 H-빔, 파이프와 같은 산업용 오브제를 날카롭게 커팅, 조립하는 방식으로 구성했고 이 작품은 모두 12조각의 파이프를 육중한 아치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물속의 까만 돌 해미석과 붉은 아치웨이 Archway, 연갈색 파주석으로 단장된 본관 건물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관람객을 압도한다.

건축물 안에는 자연스럽게 바깥 빛이 들어오도록 담과 벽의 차이를 이용했다. 건축물 투어 큐레이터는 "벽은 천장과 붙어있고, 담은 천장과 떨어져 있는 단순한 원리를 활용해 자연 채광이 건축물 안으로 들어오도록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라고 설명했다.

천장과 떨어진 담 상부 공간으로 자연의 빛이 들어오고, 하부 벽과 상부 벽 사이에 길게 창을 내, 빛을 들어오게 한다는 설명으로 전체 전시장 동선을 따라 끊임없이 자연의 빛이 들어온다.
 

'담'과 '벽 담 너머에서 들어온 빛이 벽을 비추고 내부 조명 역할을 한다. ⓒ 임재영

 

상부 벽과 하부 벽 사이에 길게 만든 창으로 빛이 들어온다창이나 담 위로 넘어온 빛이 건축물 내부를 밝힌다. ⓒ 이호영


또 마감하지 않은 노출 콘크리트 벽과 담, 내부 구조는 일반 콘크리트 벽과 달리 매끈한 구조이다. 손으로 만지면 매끈한 감촉으로 콘크리트가 아닌 것 같은 부드러움마저 느낄 수 있다.

안도 타다오의 설계를 반영하기 위해 우리 건축가들은 매끈한 거푸집(한 번 쓰고 버려야 해 비싸다고 한다)을 이용해 이를 완성했다고 한다.

돌고 도는 복도로 형성된 본관 건물 내부는 사선의 예각으로 꺾이는 날카로움이 존재하고 건축물 중앙의 '삼각 코트'(triangular court)에서 바라본 푸른빛의 삼각 하늘은 삼각형과 푸른 하늘이 주는 몽롱함을 느끼게 한다.
  

트라이앵글 코트푸른색의 삼각형 하늘. 저 너머 뭔가 있을 것만 같다. ⓒ 이호영


안도 타다오가 '뮤지엄 산'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지었다는 '명상관'은 '스톤가든'과 함께 경주 왕릉을 모티브로 지어졌다.

둥근 콘크리트 천장 중앙을 아치형으로 가르는 창을 둬 역시 자연 채광이 내부를 밝혔고, 명상 체험 30분 동안 햇빛과 구름 등 날씨의 변화, 새소리 등을 느낄 수 있다.

휴식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 
  

스톤가든신라 고분의 아름다운 선을 모티브로 삼음. ⓒ 이호영


'뮤지엄 산' 맨 위쪽에 있는 '제임스 터렐관'은 빛과 공간의 예술가란 이름을 얻고 있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으로 '웨지워크' Wedgework, '스카이스페이스' Skyspace, '호라이즌' Horizon, '겐지스필드' Ganzfeld 등 4개로 오직 빛과 공간만으로 이뤄졌다.

계단을 걸어 올라 천장 밖으로 나가 미술관 주변의 하늘을 관람하는 '웨지워크', 돔 형태의 천장에 타원형의 구멍이 뻥 뚫려 있는 '스카이스페이스', 전체가 육면체 흰색 공간으로 조성돼 주춤거리듯이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야 하는 '호라이즌' , 칡흑 같은 어두운 복도를 손으로 더듬어 들어가 마주하는 붉은빛의 산란이 기묘한 '겐지스필드' 등.

큐레이터들은 각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관람객들에게 "우리가 보는 것들이 과연 모두 진실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뮤지엄 산 맵뮤지엄 산 팜플릿에 실린 지도 ⓒ 이호영


'건축물 투어'와 '명상관', '제임스 터렐관' 투어를 마친 뒤 잠시 휴식한 테라스 카페도 본관 건물 주변을 이용한 물 공간이다.

뮤지엄 내부 전시실에는 현재 박수근, 이중섭 화백 등 유명 화백 작품 전시와 함께 종이 박물관(페이퍼 갤러리)과 파피루스 온실, 백남준 홀 등 다양한 작품이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못지않게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다.

원주 '뮤지엄 산'은 유명 골프장 안에 위치한데다, 자연 속에 빠진 건축물과 소중한 예술작품으로, 방문객들에게 여유와 휴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느리게 산책하며 자연과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긴 시간이 필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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