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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아름답고 빛나는 별, 예쁘게 잘 가라"

강수연 배우 타계, 영화계 착잡 애통한 마음 속 추도 물결

등록|2022.05.08 11:33 수정|2022.05.08 11:33

▲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을 때의 강수연 배우 ⓒ 부산영화제 제공

 

▲ 정진우 감독과 생전 강수연 배우 ⓒ 영화인복지재단 제공


"마음이 너무 안 좋다. 원로 영화인들에게는 딸과 다름없었는데, 이렇게 떠나니 울적하다."

은막의 대스타 강수연 배우가 세상을 떠난 7일 한국영화 원로 정진우 감독은 "슬프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수연 배우가 쓰러졌다는 뉴스를 접한 뒤부터 며칠간 회복을 간절히 바랐던 정 감독은 "한참 활동할 나이에 떠나서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수연 배우를 위해 썼다"면서 추모시를 공개했다.

2022년 5월 7일 오후 3시
건너려 해도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갔다.
네가 내 곁에 있을 때 우리를 설렘 속에 가득하게 가두었다.
네가 내 곁을 떠나가고 우리를 막막함 속으로 가두는구나.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우리들의 기억들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아픔들
아픔의 강을 혼자서 건너간 55세의 여배우
잘 가라
예쁘게 잘 가라


한국영화 세계에 알린 보물

영화계는 강수연 배우가 별세하기 전날부터 마음의 준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위중한 상태가 이어지자 조용히 장례위원회 구성에 들어갔다. 김동호 강릉영화제 이사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한국영화 원로 영화인(감독, 제작자, 배우)들과 동갑내기 친구였던 박중훈 배우가 고문으로 참여했다. 7일 오전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강수연 배우와 만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하지만 쓰러진 지 며칠 만에 갑작스레 떠나간 스타 배우의 부음에 영화계는 내내 슬픔으로 가득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긴 인연을 이어왔던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님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강수연 전 집행위원장님은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셨으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집행위원장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라며 전임 집행위원장으로서 예우했다.
 

▲ 7일 전주영화제 폐막식에서 참석자들이 강수연 배우의 명복을 빌고 있다. ⓒ 전주MBC


7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강수연 배우가 그간 전주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맺은 대배우였고, 임권택 감독 <달빛 길어올리기>를 계기로 2011년 전주시 명예시민으로 위촉되기도 했다"면서 애도를 나타냈다.

특히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폐막식에서 경과보고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한다. 오늘 오후 한국영화의 큰 별 강수연 배우께서 저 먼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며 추모의 말을 전했다.

이어 "강수연 배우는 아시다시피 한국영화를 가장 앞장서서 세계에 알린 한국의 보물이었고,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서 한국에도 좋은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린 분입니다"라며 "전주국제영화제는 온 마음을 다해 강수연 배우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고인을 기렸다.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그녀는 명실상부 이 나라 독보적인 은막의 스타였다. 그녀의 일생은 오로지 단 하나, 영화였고 하나가 더 있다면 영화 하는 사람들에 대한 측량할 수 없는 애정. 그리고 가족에겐 가장이었다"면서 "영화계 아니 배우들의 큰언니, 왕언니, 큰누나, 대모로서 때로 그 무게가 무거웠을 만도 한데, 매 순간 가볍지 않을 무게였을 텐데도 꼿꼿했고 당당했으며 강인하고, 또 한편 여렸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스태프들에게 최고의 배우
 

▲ 강수연 배우가 출연했던 <베를린 리포트> ⓒ (주)모가드코리아


<다방의 푸른 꿈> 김대현 감독은 이전에 받은 호의에 대해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1991년 막내 스태프로 <베를린 리포트> 촬영에 참여해 편집하는 과정에서 5월 어머님이 쓰러져 돌아가셨다"며"가세가 기울었던 상황에서 장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당시 조감독이었던 이현승 감독과 함께 찾아온 강수연 배우가 신용카드를 건네며 일단 쓰라고 했다"면서 "잊을 수 없는 호의였다"고 회상했다.

박성미 감독은 "같이 일해본 배우 중 가장 좋았던 배우가 누구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강수연 선배를 꼽곤 했다. 의상팀 햇병아리였던 나 같은 스태프가 미숙함을 보이면 알아서 챙기시고 털털하게 웃곤 하셨다"며 "스태프들에게 최고의 배우였다"고 고인을 기렸다.

안정숙 전 영진위원장은 "한국영화의 빛나는 별, 내게 가장 아름다운 배우"라고 고인을 추모했고, 심재명 명필름 대표도 "한국영화계의 작은 거인. 불멸의 배우, 강수연 배우의 명복을 빈다"며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평생을 넘어 최고의 배우로 행정가로, 준비하지 못한 작별에 바로 안녕을 고하기가 힘듭니다" 라고 슬픔을 전했다.

김규리 배우는 "저희에게, 저에겐 등대같은 분이셨습니다. 빛이 나는 곳으로 인도해주시던 선배님을 아직 어떻게 보내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라고 애통해 했다.

이현승 감독은 "안녕 나의 친구, 나의 첫 영화를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며 <그대 안의 블루>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한국영화의 거인 이춘연 영화인회의 대표를 떠나보냈던 영화계는 1년 만에 강수연 배우를 잃으면서 다들 착잡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강수연 배우의 장례식이 열리는 11일은 고 이춘연 대표의 1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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