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나는 문 전 대통령 "자유인 됐다, 섭섭해 마세요"
10일 서울역에서 KTX 1호차 타고 양산 사저로... "마지막까지 행복한 대통령이었다"
▲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전 서울역에서 양산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던 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문재인 전 대통령은 10일 경남 양산으로 향하는 귀향길에서 "저는 대통령이 될 때 약속드린 것처럼 오늘 원래 우리가 있었던 시골로 돌아간다"며 "뉴스 안 보는 것만 해도 어디냐, 저는 자유인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경 서울역에서 KTX를 타기에 앞서 배웅 나온 시민들에게 이같이 밝히면서 "여러분 제가 퇴임하고 또 시골로 돌아가는 것 섭섭해 하지 마세요. 저는 해방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 고맙다. 저는 어제 아주 멋진 퇴임식을 가졌다"며 "공식행사도 아니고 청와대가 기획한 것도 아니었는데, 제 퇴근을 기다리던 많은 시민들께서 아주 감동적인 퇴임식을 마련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가 그렇게 아름다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겠냐"며 "여러분 덕분에 저는 마지막까지 행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여러분 감사드린다"고 재차 감사함을 표현했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은 앞으로 양산에서 계획에 대해 "반려동물들 돌보고, 농사 짓고, 가까운 성당도 다니고, 길 건너 이웃인 통도사 자주 가면서 성파 종정스님께서 주시는 차도 얻어마시고,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도 한잔 하고, 시간 나면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몸은 얽매일지 모르지만 마음만은 정신만은 훨훨 자유롭게 날겠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입장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윤석열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취임식이 끝나자 윤 대통령의 환송을 받았다. 이때 윤 대통령은 두 손으로 문 전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짧은 대화를 나눴고, 이어 김정숙 여사에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청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 부부는 팔짱을 끼고 무대 중앙 계단을 내려와 차량으로 이동했다. 문 전 대통령은 차량 탑승 전에 윤 대통령과 다시 한 번 악수했고, 김부겸 국무총리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도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태운 차량은 바로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도착하기 앞서 청와대 참모들과 참모 출신 민주당 소속 의원을 비롯해 1천여 명의 시민들이 나와서 환송을 준비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전 서울역에서 양산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던 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전 서울역에서 양산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던 중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이희훈
시민들 손에는 "넌 나의 영원한 슈퍼스타", "덕분에 참 행복했습니다 성공한 대통령", "당신의 국민이어서 행복했습니다", "170510-220509", "사랑해요 문재인", "함께한 1826일, 잊지못할 43824시간" 등 각종 응원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또 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파란색 모자와 마스크 등을 쓴 많은 지지자들이 있었다. 반면, 서울역 1번 출구 근처에서는 보수집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마이크를 통해 "문재인은 감옥으로" 등 욕설을 담은 외침을 보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탑승하고 내려갈 KTX 1호차에는 최종건·김의겸·고민정·유송화·김외숙·김영배·강기정·한병도·김제남·김연명·윤영찬·진성준·최강욱·윤건영·박수현·이철희·윤도한·강기정·송창욱·이신남 등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과 민주당 현역 의원 등이 미리 탑승해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 5분여 전부터 신지연 제1부속 비서관과 최상영 제2부속 비서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인 윤건영 의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서울역 계단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낮 12시 5분경 서울역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 보이자 시민들은 "문재인", "김정숙"을 연호했으며, 이들을 본 문 전 대통령 부부는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짧게 서울역을 떠나기에 앞서 짧게 소회를 밝혔다.
그런 후 문 전 대통령은 김 여사의 어깨를 감싸며 "잘 살아보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하고는 양쪽에 몰려 있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한 후 서울역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사 안에도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었고, 약 250m가량 걸어서 이동하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다.
통도사역으로 향하는 KTX 1호차가 정차돼 있는 '타는 곳 4번' 승강장으로 이동할 때 김 여사는 문 전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걸었으며, 주변에서는 "사랑해요 문재인"을 연호했다. 승강장 앞에는 서울역장과 서울청 교통순찰대 등이 도열해 환송했으며, 탑승하는 곳 앞에는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기다리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은 KTX 열차로 김 여사 먼저 올려보낸 뒤 뒤따라 타면서 한 번 뒤돌아보고 인사했다.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KTX 열차는 낮 12시 20분 서울역을 출발해 울산(통도사)역으로 향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30분경 통도사역에 도착할 예정인 문 전 대통령은 역 광장에 설치된 고래조형물 앞에서 마중 나온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30분 뒤인 오후 3시께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의 마을회관에 도착, 인근 주민들에게 한 차례 더 인사를 하고 자택으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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