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한 트럭 버려줘" 이런 요청을 왜 하냐면요
약해진 지반, 우드칩으로 다지기... 친환경적이고 상부상조까지, 일석이조네요
마당을 가꾸려면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막상 가드닝을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필요한 것이 참으로 많았다. 내가 아파트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왔어서 그런 거겠지? 이 가드닝의 세계는 내가 알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이었다.
사방에 깔린 흙은 다 흙이니 뭐든 심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흙도 다 같은 흙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흙에서는 도저히 뭔가를 키우기 힘들기도 했다. 돈을 주고 흙을 사 온다는 것은 처음부터 생소했지만, 봉지 흙도 아닌, 몇 입방미터의 흙을 주문해서 트럭으로 배달을 받는 날이 내게 올 거라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흙의 종류를 척척 꿰고 있다. 누구든지 물어보면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집은 매년 봄마다 한 트럭씩 거름흙을 배달받는다.
그런데 흙만 산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우리 집 뒷마당은 원래 담장이 얕게 있었고, 오래되어 다 허물어져 가는 상황이었다. 캐나다 주택에서의 담장은 흔히 목재로 만든다. 오래되면 대부분 어느 부분에선가 썩어서 망가지기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는 데 돈이 참 많이 든다.
남편은 예전에 있던 담장을 여러 차례 보수를 했고, 그걸로도 안 되자 아이비를 심어서 지탱하려고도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덩굴이 담장을 집어삼키고 점점 누워버리는 바람에 더욱 보기 싫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우리는 결국 담장을 포기하고 다 헐어버리고, 그냥 산으로 열린 채 살게 되었다.
담이 있던 자리는 상당히 지저분했기 때문에 그곳을 여러 차례 정리하고, 평평하게 만들어서 텃밭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지반이 약해서 자꾸만 땅이 주저앉는 것이 문제였다. 작년에도 여러 차례 흙과 우드칩(wood chips)을 깔아줬으나, 올해에도 그 작업이 필요했다.
문제는 채워야 하는 양이 많기 때문에, 뭔가를 돈 주고 사서 배달을 받으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공짜로 흙을 주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시 가서 퍼와야 하기 때문에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흙의 무게는 상당히 무거운 데다가, 배달된 흙을 뒷마당까지 나르는 것조차도 역시 힘든 일이니, 뭔가 하고 싶어도 망설이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해보니, 그래도 우드칩을 까는 게 가장 힘이 덜 들었기에 올해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다만, 작년에는 우리 집 나무를 베어서 그걸 분쇄한 우드칩을 깔았지만, 올해는 어디서 구하냐는 말이다. 돈 주고 사려면 몇십만 원 깨질 일인데...
공짜로 배달되는 우드칩(wood chips)
그런데 재미나게도 이런 우드칩을 공짜로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무를 베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돈을 받고 나무를 잘라주는 일을 하는데, 그 자르고 남은 나무 조각을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들은 직접 분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나무를 산산조각을 내지만, 아무 데나 마냥 버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나무 조각을 원하는 사람과 버리려는 사람이 서로 연결이 되면 그 이상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이 서비스의 문제는, 우리가 나무의 종류를 선택할 수도 없고, 우드칩의 양을 선택할 수도 없으며, 받는 날짜를 지정할 수도 없다.
우드칩을 받는 날은, 그들이 우리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나무를 베는 날인 것이다. 그리고, 트럭에 한가득 실린 우드칩을 반만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와서 트럭 채로 쏟아붓는다.
농담 삼아하는 말 중에, "트럭으로 줘도 싫어"라든가, "너 그거 싫으면 우리 집 앞에 버려" 이런 말들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생각난다. 그러나 트럭으로 줘도 싫은 것이 아니라, 트럭으로 받고 싶은 물건인 것이다.
이들의 일정이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의 연결 실패 끝에 드디어 우리 집으로 우드칩이 한 차례 배달되었다. 갑자기 오겠다는 연락을 하고는 이른 아침부터 들이닥친 그들은, 이렇게 와서 우드칩을 쏟아놓았다.
한쪽으로 차를 뺄 수 있을 만큼의 자리만 남겨놓은 채 수북하게 쌓아놓고 갔다. 갓 베어서 조각을 낸 나무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아마 향나무 종류였던 것 같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부지런히 우드칩을 날랐다. 그래서 지반 가라앉은 곳에 골고루 덮어줬다. 흙으로 덮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이 나무는 일 년 동안 비를 맞고 세월을 겪으면서 삭아서 모두 흙이 될 것이다. 작년에 그런 것처럼.
우리는 더 많은 양이 필요했기에, 그들에게 전화를 해서 같은 양을 한 번 더 받아서 넉넉히 땅을 덮었다.
이 우드칩은 보통 가을철에 화단의 위를 덮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추위로부터 뿌리를 보호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돈 주고 사는 우드칩들은 더 곱게 잘리고, 더 숙성된 것들이지만, 몇십만 원의 비용이 들기에, 이렇게 무료로 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마당을 가꾸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이렇게 필요 없는 사람과 필요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이 마당을 가꾸는 즐거움을 배가 되게 만든다. 감사한 일이다.
사방에 깔린 흙은 다 흙이니 뭐든 심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흙도 다 같은 흙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떤 흙에서는 도저히 뭔가를 키우기 힘들기도 했다. 돈을 주고 흙을 사 온다는 것은 처음부터 생소했지만, 봉지 흙도 아닌, 몇 입방미터의 흙을 주문해서 트럭으로 배달을 받는 날이 내게 올 거라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흙만 산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우리 집 뒷마당은 원래 담장이 얕게 있었고, 오래되어 다 허물어져 가는 상황이었다. 캐나다 주택에서의 담장은 흔히 목재로 만든다. 오래되면 대부분 어느 부분에선가 썩어서 망가지기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는 데 돈이 참 많이 든다.
남편은 예전에 있던 담장을 여러 차례 보수를 했고, 그걸로도 안 되자 아이비를 심어서 지탱하려고도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덩굴이 담장을 집어삼키고 점점 누워버리는 바람에 더욱 보기 싫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우리는 결국 담장을 포기하고 다 헐어버리고, 그냥 산으로 열린 채 살게 되었다.
▲ 아이비 담장이 있던 시절. 이미 반쯤 쓰러진 상태였다 ⓒ 김정아
담이 있던 자리는 상당히 지저분했기 때문에 그곳을 여러 차례 정리하고, 평평하게 만들어서 텃밭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지반이 약해서 자꾸만 땅이 주저앉는 것이 문제였다. 작년에도 여러 차례 흙과 우드칩(wood chips)을 깔아줬으나, 올해에도 그 작업이 필요했다.
문제는 채워야 하는 양이 많기 때문에, 뭔가를 돈 주고 사서 배달을 받으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공짜로 흙을 주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시 가서 퍼와야 하기 때문에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흙의 무게는 상당히 무거운 데다가, 배달된 흙을 뒷마당까지 나르는 것조차도 역시 힘든 일이니, 뭔가 하고 싶어도 망설이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작년에 해보니, 그래도 우드칩을 까는 게 가장 힘이 덜 들었기에 올해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다만, 작년에는 우리 집 나무를 베어서 그걸 분쇄한 우드칩을 깔았지만, 올해는 어디서 구하냐는 말이다. 돈 주고 사려면 몇십만 원 깨질 일인데...
공짜로 배달되는 우드칩(wood chips)
▲ 수북하게 쌓인 우드칩(wood chips) 나무를 분쇄기로 부숴낸 것을 말한다 ⓒ 김정아
그런데 재미나게도 이런 우드칩을 공짜로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무를 베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돈을 받고 나무를 잘라주는 일을 하는데, 그 자르고 남은 나무 조각을 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들은 직접 분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나무를 산산조각을 내지만, 아무 데나 마냥 버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나무 조각을 원하는 사람과 버리려는 사람이 서로 연결이 되면 그 이상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이 서비스의 문제는, 우리가 나무의 종류를 선택할 수도 없고, 우드칩의 양을 선택할 수도 없으며, 받는 날짜를 지정할 수도 없다.
우드칩을 받는 날은, 그들이 우리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나무를 베는 날인 것이다. 그리고, 트럭에 한가득 실린 우드칩을 반만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와서 트럭 채로 쏟아붓는다.
농담 삼아하는 말 중에, "트럭으로 줘도 싫어"라든가, "너 그거 싫으면 우리 집 앞에 버려" 이런 말들이 있는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생각난다. 그러나 트럭으로 줘도 싫은 것이 아니라, 트럭으로 받고 싶은 물건인 것이다.
이들의 일정이 규칙적이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의 연결 실패 끝에 드디어 우리 집으로 우드칩이 한 차례 배달되었다. 갑자기 오겠다는 연락을 하고는 이른 아침부터 들이닥친 그들은, 이렇게 와서 우드칩을 쏟아놓았다.
▲ 나무를 베는 회사에서, 자른 나무를 갈아서 배달해준다 ⓒ 김정아
한쪽으로 차를 뺄 수 있을 만큼의 자리만 남겨놓은 채 수북하게 쌓아놓고 갔다. 갓 베어서 조각을 낸 나무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아마 향나무 종류였던 것 같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부지런히 우드칩을 날랐다. 그래서 지반 가라앉은 곳에 골고루 덮어줬다. 흙으로 덮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이 나무는 일 년 동안 비를 맞고 세월을 겪으면서 삭아서 모두 흙이 될 것이다. 작년에 그런 것처럼.
▲ 우드칩을 날라다가 원하는 곳에 고루 펼치고 있다 ⓒ 김정아
우리는 더 많은 양이 필요했기에, 그들에게 전화를 해서 같은 양을 한 번 더 받아서 넉넉히 땅을 덮었다.
이 우드칩은 보통 가을철에 화단의 위를 덮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추위로부터 뿌리를 보호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돈 주고 사는 우드칩들은 더 곱게 잘리고, 더 숙성된 것들이지만, 몇십만 원의 비용이 들기에, 이렇게 무료로 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마당을 가꾸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
이렇게 필요 없는 사람과 필요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이 마당을 가꾸는 즐거움을 배가 되게 만든다. 감사한 일이다.
▲ 지금은 뒷산으로 넘어가는 곳에 담 대신에 우드칩이 깔린 텃밭이 자리 잡고 있다 ⓒ 김정아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내용이 실립니다(https://brunch.co.kr/@la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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