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우리 모두 흡연자입니다

[신진화의 과학세상] 담배로 환산한 미세먼지의 위험

등록|2022.05.18 06:22 수정|2022.05.18 06:22

미세먼지 속으로 사라진 서울미세먼지가 매우나쁨 수준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된 14일 오전 서울 남산 일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흐려 보이고 있다. 2019.1.14 ⓒ 이희훈


2015년 길거리에서 흡연이 더 이상 불가능했던 그때. 드디어 원치 않는 담배 향을 맡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으로 몇 달 살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야외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프랑스에서 저는 다시 간접 흡연자가 되었습니다.

학교 가는 길에 담배 연기를 맡으며 '잠시 스치는 담배 연기쯤이야'하며 애써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했는데 그건 오산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모르게, 매일 숨을 쉬는 동안 몇 갑의 담배를 피우고 있었더라고요. 바로 '대기오염' 때문이었습니다.

대기오염이란 말 그대로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 대기 중으로 과다하게 배출되어 인류의 건강이나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만큼 대기 중에 오염물질이 많은 상태를 말합니다.

주로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가동하는 공장에서, 전기를 얻기 위해 돌아가는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것은 물론, 캠핑장에서 장작불을 피워 여유를 느끼는 중에도 대기오염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로 우리에게 친숙한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 PM)가 있습니다. 먼지는 공기 중에 고체나 액체 상태로 물질이 부유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먼지 입자의 직경에 따라 이를 세분화 할 수 있는데요. 입자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의 경우 이를 미세먼지라고 하며 이를 PM10이라고 표기합니다. 입자 크기가 2.5㎛ 이하의 경우 이를 초미세먼지라고 하고 이를 PM2.5라고도 부릅니다.

머리카락 굵기가 50~70㎛라고 하니 미세먼지는 머리카락보다도 약 6배 작고 초미세먼지는 약 24배 작습니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먼지 입자가 큰 것은 발생지에서 멀리 이동하지 않지만, 미세먼지는 가벼워서 대기에 더 오래 머물며 발생지로부터 멀리까지 부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쉽니다. 먼지 중 크기가 큰 것은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이 걸러 낼 수 있지만,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는 우리가 숨을 쉬면서 몸에 들어오고,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은 채 머물게 됩니다.

게다가 미세먼지는 연소 과정에서 생성된 중금속과 같은 오염 물질들을 함께 포함하고 있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초미세먼지는 호흡을 통해 들어와 몸에 축적되어 혈류와 폐포까지 깊숙하게 침투해 심장마비, 뇌졸중, 폐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폐암의 주요 원인은 흡연입니다. 그러나 평생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 없는 사람이 초미세먼지 때문에 폐암에 걸리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폐암 환자의 25%는 비흡연자이며 비흡연자의 폐암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대기 중 초미세먼지 (PM2.5)와 2017년 전체 폐암 사망의 14.1%가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연구에서 비흡연자가 미세먼지에 장기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모르게 피운 흡연량
  

▲ 담배 ⓒ envatoelements


어두운 밤에도 세상을 밝혀주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세상 어디든 우리를 데리다 주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공장이 돌아갑니다. 덕분에 삶이 윤택해졌지만 우리는 편리함과 건강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 Berkeley) 연구팀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이용해 미세먼지로 사망하는 사람과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연관성을 통해서 미세먼지의 위험을 담배로 환산했습니다. 담배와 미세먼지가 동일하게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PM2.5의 농도 22μg/m3에 종일 노출될 경우, 담배 한 개비를 피웠을 때 몸에 미치는 영향과 동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담배와 미세먼지가 다른 건 담배는 피우고 싶은 사람의 선택이지만, 미세먼지는 어른도 어린아이들도 선택 없이 마셔아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대기질 지수(air quality index AQI)와 야외에서 활동한 시간을 고려해, 당신도 모르게 피운 흡연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얼마 만큼 흡연하셨나요?

흡연량 계산할 수 있는 링크(https://jasminedevv.github.io/AQI2cigarettes/)
덧붙이는 글 참고문헌: Richard A. Muller and Elizabeth A. Muller, Air Pollution and Cigarette Equivalence.
http://berkeleyearth.org/air-pollution-and-cigarette-equivalence/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