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지간한 뉴스를 봐도 놀라지 않을 만큼 무감해졌다고 여겼는데, 지난 4월 말에 본 통계는 충격적이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수시로 떠오른다.

공신력 있는 국제조사기관 월드 밸류 서베이(WVS)에서 발표한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6~24세 청년 20.8%는 "노력해도 성공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30년 전인 1990년대 초, 우리나라 29세 이하 청년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고작 8.4%가 노력해도 성공 못한다고 대답했다.

같은 기간에 조사한 미국, 중국, 일본, 스웨덴, 멕시코 등 21개국 청년의 평균은 30년 전에는 16%가 같은 대답을 했고 이번에는 14.7%로 오히려 조금 줄었다. 대상 연령이 조금 달라졌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30년 만에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사실, 또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외국 청년들은 오히려 줄었다는 게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다른 비교를 다 떠나서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과 청년 5명 중 1명이 이런 열패감을 겪고 있다니, 대체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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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숫자 앞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감정이 들까. 조사대상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비슷한 낭패감과 당혹감을 맞닥뜨리지 않을까. 부모 세대인 나로서는 미안한 마음에 뭐라고 이어갈 말을 찾기도 힘들다. 그러면서도 억하심정으로 질문이 삐져 나온다. "쏘 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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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사를 발표한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서에는 "공정성은 신뢰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이 돼 있다"며 "우리사회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국민적 믿음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개선할 것인가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국민적 믿음'이라는 처방은 듣자마자 이미 저멀리 사라지는 메아리 같다. '공정과 상식'을 되살리겠다는 새 정부야말로 우리 사회의 믿음을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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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불행 앞에 어른들은 무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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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올해 학생들의 경쟁교육 고통을 알리는 캠페인에 착수할 예정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단체의 이름만 보고 사교육 시키지 말자는 운동을 하는 부모 모임 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단순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이 교육운동이 시작된 이유는 '학생들의 입시경쟁 교육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학습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고단한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불행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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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세이브더칠드런이 발표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도는 35개국 중 31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우리나라 아동들은 과도한 학습 부담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경쟁적인 교육제도로 인해, 아동 스스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기 어렵고,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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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이 이번에 착수하는 '경쟁교육 고통 지표조사'는 그동안 다른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던 지표를 종합해서 설계했다. 초중고 학생들 건강, 가족관계와 친구들과의 활동, 우울감, 학업 스트레스는 물론 미래에 대한 인식까지 다방면의 정서와 심리 상태를 구체적으로 점검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실과 공조하여 총 1만여 명의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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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와 캠페인은 다른 연구기관이 했던 것처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 삶의 실상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를 정확히 정의해 거기에 맞는 해결방법을 찾고,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고, 국가가 제 역할을 하도록 압박하는 것, 많은 이들의 동의를 구하고 그 힘이 쌓이고 쌓여 법과 제도까지 변화시키는 것, 교육 시민운동단체가 아이들의 경쟁고통 지표조사에 나선 이유이다.

"경쟁교육 고통 ZERO 캠페인"
https://bit.ly/3sFWm2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