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문에 600km 대장정에 오른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3주기] 인터뷰 - 노무현 순례길에서 만난 시민들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고, 왕은 그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
영화 '킹덤' 대사 중 한 구절이다.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고민조차 없이 관직과 부귀영화만 탐하다 나라를 어지럽히고, 난국 땐 나 몰라라 줄행랑치던 수백 년 전 한반도의 왕과 고관대작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면서 새롭게 건국한 대한민국. 하지만 나라 곳간 맡겼더니 쥐도 부러워할 훔치기 전문가요, 나라 지키랬더니 군수물자 빼돌리기 선수요, 정의를 세우라했더니 1/n 신박한 이론으로 포청천도 울고 갈 짝패요... 구석구석 부패부정 전문가들이 판을 치는,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는 21세기 대한민국.
해 아래 새로운 곳이 없다기에 설마 했더니, 변함없이 '도적'들은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것일까.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 우리 시민들이 할 몫이 있습니다. 그것은 참여입니다." - 노무현 말들 중에서
깨어 있을 때만 '국민 주권'이, 깨어 참여할 때만 '시민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일침이다. 공정이 무너지고 정의가 갇힌, 지금 우리시대의 탈출구로서의 묘안임이 틀림없다.
여기 '함께 봉하가는 길, 사랑한다면 노무현처럼'을 외치며 임진각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부산에서 봉하마을까지 600여 km 대장정에 오른, 자칭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다.
지난 4월 28일 삼삼오오 임진각을 출발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아래 '깨시국', 일명 '노무현 순례길')은 5월 1일 서울시 광화문(서울시 의원회관)을, 5일 천안시 두정역, 15일 경북 김천역을 지났다. 하루 평균 22km를 걸으며, 29일간 29개 경부선 거점 기차역을 거쳐,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잠든 봉하마을에 도착한다.
10대부터 70대까지, 학생, 직장인, 농부, 사업가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 총 29개 구간을 릴레이로 걸으며 봉하로 내려가고 있다. 올해 6년째, 오월이면 어김없이 이 길에 오르는 이들은 도대체 왜 이 길을 걷는 것일까?
#평양길 1구간, 임진강역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4월 28일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출발점, 오전 9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 앞.
올해 대장정 첫 구간에 오르기 위해 충남 아산시에서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이곳으로 향했다는 정연O(여, 70대)씨. 고희라는 세월의 무게가 고관절을 압박하지만 "깨어있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함께 사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참여했다"는 소회를 전했다. 소위 산전수전, 인생의 파고를 다 격은 그가 올해도 농사일 여건이 허락하는 한 틈틈이 여러 구간을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던 노무현과 그의 시대정신이 좋아서, 또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함께 하고 싶어서"라며 노무현 순례길, 국토대장정에 오른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수년전 정년퇴임 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한다는 60대의 윤아무개씨. "제가 걷는 국토대장정의 이 걸음이 언젠간 모두가 먹는 거 입는 거 걱정 안하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윤씨 역시 일이 없는 날이면 틈틈이 대장정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군 제독 출신의 이병O(60대, 서울)씨. 배우자와 함께 참여한 그 또한 기회가 닿는 한 많은 구간을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남북평화에 관심이 많아 여러 곳에서 사회활동을 한다는 그는 "노무현 정신은 우리가 갖고 실천해야 할 명료한 과제"라면서 "사람사는 세상을 향하고 한 그의 몸부림과 평화를 이루고자 발버둥 쳤던 그의 열정을 존중하고 그리워한다"며 참여 의의를 밝혔다.
#서울길 1구간, 서울시 의원회관 앞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5월 1일 서울길 1구간(서울시의회~국회의사당)이 시작되는 서울시 의원회관 뜰 앞.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원경O(여), 금용O(남)씨. "노무현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알리고 싶어 참여했다"는, 예순을 앞둔 이들 부부는 "없어서 서럽지 않고 가진 거 없어도 희망을 안고 살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을 노무현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집세, 공과금 내고 나면 생활을 못한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너무나 속상하다는 원씨는 "56만 원이 더 있으면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는데... 없어도 남 눈치 보지 않고 배고파도 굴하지 않게, 나라가 이들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이젠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도와줘야 하고 가진 이들이 없는 이들을 찍어 내리는 세상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부는 올해 4년째 순례길에 참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힘이 든다. 하지만 걷다 지치면 전철이나 기차를 타면 될 일"이라며 "젊은이들이 기죽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서럽지 않게 해 줘야 한다. 일각에서는 무료급식, 무료등록금 등을 포퓰리즘이라며 기를 쓰고 반대하지만 사실은 복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나누며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는 부부는 "왜 이 길을 걷느냐"는 거듭되는 질문에 "우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발길을 내디뎠다.
현직 교사 현유O(여, 60, 서울)씨. 노무현을 너무 존경해 후원활동도 한다는 그는 "요즘 정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도 속상하고 슬퍼서,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노무현 정신이라 단언했다.
현씨와 함께 온 곽수O(50대, 여)는 노무현을 생각하면 '공정과 정의' '선과 악'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를 시대정신으로 명명하며 "노무현을 생각하며 이런 가치를 알리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했다.
66세의 김아무개(고양시)씨는 "공정과 상식을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학교 4학년 딸, 아내와 함께 참여한 최용O(40대, 서울)씨는 "다같이 함께 사는 가치가 그립고 이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동참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들이 2009년 5월에 태어났지만 수일 후 노무현이 세상을 떠났던 터라 최씨 부부에게는 남다른 5월이라고 했다.
수원, 용인, 화성에서 왔다는 40~50대의 여성 세 명.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같은 국토대장정이 있음을 알고 참여했다고 했다. 민주당 당원이기도 하다는 이들은 "선하게 세상을 바꾸는 게 노무현 정신이다. 그는 깨어있는 시민, 기득권을 깨는 자세 등 소시민의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고 떠났다"며 "나이가 들면서 이제 와서, 그러한 가치들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서거 13주년을 추모도 하고 그의 가치도 공유하고 싶어서 왔고 참여한 것이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노무현 정신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참여했다는 50대 여성. 노무현 재단 개미 후원자이기도 하다는 그 역시 첫 참여라고 했다. "'깨어있는 시민'이 노무현 정신"이라며 "이러한 정신을 공유하기 위해 딸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양희O(40대, 서울) 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수많은 패배와 좌절을 딛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셨고 퇴임 후에도 온갖 적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노무현 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 주셨다"며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싶어 참가했다"고 전했다.
노무현의 시대정신을 묻는 말에 김명O(50대, 경기) 씨는 "사람사는 세상, 깨어있는 시민 외에는 딱히 무엇이 생각나거나 중요한 어떤 것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 모두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나름의 생각으로 저마다 의미를 담고, 처음이건 여러 번이건 한 구간이건 다구간이건 지금 이 길을 함께 걷는 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수년째 참가하고 있다는 배아무개(여, 경기)씨는 "정의와 공정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선택적 옹호로, 부정과 불공정으로 둔갑돼 가는 약 2년간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답답한 마음을 그리움과 반가움으로 둔갑시켜 저는 걷고 또 걷고 싶다"면서 노무현과 그의 시대정신을 갈구했다.
#서울길 5구간, 평택지제역에서 만난 사람들
국토대장정 8일차, 경기도 평택지제역 앞. 50대 초반의 류경O(서울)씨. 아내, 딸과 함께 참가한 류씨는 올해 4년째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에 코로나에 확진돼 일주일 휴식시간을 가졌고 아직 후유증이 남아 있지만 더 큰 것은 '대선 후유증'이라며 심각한 대인기피 및 뉴스회피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올해도 국토대장정에 오르는 것을 보고, 저도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면서 "올해도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를 꿈꾸는 이들과 봉하로 가는 길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고 싶다"고 참가 소회를 밝혔다.
정치적 현안에 관심이 많다는 30대 직장인 홍아무개(경기도)씨. 그 역시 이번 대선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팬데믹 시대에 압도적 방역에 성공하며 선진국 문턱에서 또 한 번 발걸음은 멈춰 섰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무현의 시대정신 향해 걷는 이 작은 발걸음이 하나하나 모여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민주주주의 흐름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며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깨어있길 희망했다.
#서울길 7구간, 전의역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7일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9일 차, 서울길 7구간(전의역~조치원역)의 출발점인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전의역 앞.
울산에서 올라온 강혜O(여, 50대)씨. 부부가 함께 휴가를 내고 수일 째 걷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노란 꽃 활짝 핀 5월은 노무현, 노란 유채꽃 한 아름 안고 즐겁게 웃으시던 모습이 늘 눈에 선하다"면서 "올해의 노무현 순례길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걱정이 많은 시점에서 의미 또한 크다. 봄을 빼앗겨 움츠릴 대로 움츠린 상태지만, 뚜벅뚜벅 한걸음 한걸음씩 용기내서 당당하게 걸어가고 싶다"며 의기를 전했다.
5월이면 노무현과 시대정신이 더욱 생각난다는, 올해 6년째, 3년째 참가하고 있다는 임아무개(여, 세종) 씨와 하아무개(여, 세종)씨. "매년 함께 걷는 이 길은 저희에겐 늘 설레고 가슴벅차 오른다"며 "누군가를 함께 그리워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항상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길 14구간, 황간역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14일, 노무현 순례길 17일 째.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황간역 앞에서 만난 함도O(50대)씨.
국토대장정 서울길 14구간(황간역~김천역), 15구간(김천역~구미역)을 양일간 걷기 위해 배우자와 함께 참여했다는 그는 "코로나19 외에도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특히 저 외에도 대통령 선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들도 많다"며 "하지만 이제 다시 냉정을 찾을 때이며 지금이야 말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강조한 노무현 정신이 진정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이어 "노무현 순례길 위에서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서로에게 위안과 희망이 되어 보고 싶다"며 사람사는 세상을 향한 의지를 덧붙였다.
첫해부터 올해까지 6년간 계속 참여하고 있다는 신해O(여, 40대, 구미시)씨는 "요즘 안팎으로 힘들고 지치지만 우리 다시 한 번 마음을 고쳐 다잡을 때"라면서 "또 하나의 역사를 노무현 순례길에서 함께 써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노무현 순례길이란
올해 6년째를 맞이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릴레이 국토대장정-노무현순례길'은 철도역을 따라 릴레이로 걸으며, 민생을 체험하고, 노무현대통령을 추모하며, 함께 사는 세상의 필요성을 알리고 깨어있는 시민의 나라를 염원하며 걷는 '소셜 대장정'이다.
평양길 세 구간(임진강역~서울광화문역, 61km, 4월 28일~30일), 서울길 스물 세 구간(서울광화문역~봉하마을, 500km, 5월 1일~23일), 부산길 세 구간(부산역~삼량진역, 60km, 5월 19일~21일), 총 스물 아홉 구간 600여 km, 하루 평균 22km를 이어서 걷는다.
5월 16일(16구간) 현재, 구미역~왜관역 20.4km가 진행 중이며 ▲17일(17구간) 왜관역~서대구역 27.9km ▲18일(18구간) 서대구역~경산역 21.5km ▲19일(19구간) 경산역~청도역 39.8km ▲20일(20구간) 청도역~밀양역 24.3km ▲21일(21구간) 밀양역~삼랑진역 15.3km ▲22일(22구간) 삼랑진역~진영(봉하)역 16.9km가 진행된다. 마지막 ▲23일(23구간)은 진영(봉하)역~봉하마을 4.4km를 걸은 후 오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 및 추도식을 갖는다.
[관련 기사]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노무현 순례길, 영동군을 지나며 http://omn.kr/1yxkf
영화 '킹덤' 대사 중 한 구절이다.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고민조차 없이 관직과 부귀영화만 탐하다 나라를 어지럽히고, 난국 땐 나 몰라라 줄행랑치던 수백 년 전 한반도의 왕과 고관대작들.
해 아래 새로운 곳이 없다기에 설마 했더니, 변함없이 '도적'들은 세월을 거스르지 않는 것일까.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 우리 시민들이 할 몫이 있습니다. 그것은 참여입니다." - 노무현 말들 중에서
깨어 있을 때만 '국민 주권'이, 깨어 참여할 때만 '시민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일침이다. 공정이 무너지고 정의가 갇힌, 지금 우리시대의 탈출구로서의 묘안임이 틀림없다.
여기 '함께 봉하가는 길, 사랑한다면 노무현처럼'을 외치며 임진각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부산에서 봉하마을까지 600여 km 대장정에 오른, 자칭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다.
▲ . ⓒ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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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봉하가는 길, 사랑한다면 노무현처럼~"지난 4월 28일 임진강역에서 시작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노무현 순례길이 서울광화문, 두정역, 대전역, 김천역 등을 거쳐 오는 23일 봉하마을에 도착한다. 29구간 총 600여km를 릴레이로 내려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길 14구간(황간역~김천역)을 걷는 깨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성진/깨시국사무국
지난 4월 28일 삼삼오오 임진각을 출발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아래 '깨시국', 일명 '노무현 순례길')은 5월 1일 서울시 광화문(서울시 의원회관)을, 5일 천안시 두정역, 15일 경북 김천역을 지났다. 하루 평균 22km를 걸으며, 29일간 29개 경부선 거점 기차역을 거쳐,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잠든 봉하마을에 도착한다.
10대부터 70대까지, 학생, 직장인, 농부, 사업가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 총 29개 구간을 릴레이로 걸으며 봉하로 내려가고 있다. 올해 6년째, 오월이면 어김없이 이 길에 오르는 이들은 도대체 왜 이 길을 걷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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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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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길 1구간, 임진강역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4월 28일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출발점, 오전 9시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 앞.
올해 대장정 첫 구간에 오르기 위해 충남 아산시에서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이곳으로 향했다는 정연O(여, 70대)씨. 고희라는 세월의 무게가 고관절을 압박하지만 "깨어있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함께 사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참여했다"는 소회를 전했다. 소위 산전수전, 인생의 파고를 다 격은 그가 올해도 농사일 여건이 허락하는 한 틈틈이 여러 구간을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던 노무현과 그의 시대정신이 좋아서, 또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함께 하고 싶어서"라며 노무현 순례길, 국토대장정에 오른 의미를 재차 강조했다.
수년전 정년퇴임 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한다는 60대의 윤아무개씨. "제가 걷는 국토대장정의 이 걸음이 언젠간 모두가 먹는 거 입는 거 걱정 안하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윤씨 역시 일이 없는 날이면 틈틈이 대장정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군 제독 출신의 이병O(60대, 서울)씨. 배우자와 함께 참여한 그 또한 기회가 닿는 한 많은 구간을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남북평화에 관심이 많아 여러 곳에서 사회활동을 한다는 그는 "노무현 정신은 우리가 갖고 실천해야 할 명료한 과제"라면서 "사람사는 세상을 향하고 한 그의 몸부림과 평화를 이루고자 발버둥 쳤던 그의 열정을 존중하고 그리워한다"며 참여 의의를 밝혔다.
▲ . ⓒ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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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성진
▲ . ⓒ 이성진
#서울길 1구간, 서울시 의원회관 앞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5월 1일 서울길 1구간(서울시의회~국회의사당)이 시작되는 서울시 의원회관 뜰 앞.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원경O(여), 금용O(남)씨. "노무현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알리고 싶어 참여했다"는, 예순을 앞둔 이들 부부는 "없어서 서럽지 않고 가진 거 없어도 희망을 안고 살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을 노무현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집세, 공과금 내고 나면 생활을 못한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너무나 속상하다는 원씨는 "56만 원이 더 있으면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는데... 없어도 남 눈치 보지 않고 배고파도 굴하지 않게, 나라가 이들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이젠 국가와 사회가 이들을 도와줘야 하고 가진 이들이 없는 이들을 찍어 내리는 세상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부는 올해 4년째 순례길에 참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힘이 든다. 하지만 걷다 지치면 전철이나 기차를 타면 될 일"이라며 "젊은이들이 기죽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서럽지 않게 해 줘야 한다. 일각에서는 무료급식, 무료등록금 등을 포퓰리즘이라며 기를 쓰고 반대하지만 사실은 복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나누며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는 부부는 "왜 이 길을 걷느냐"는 거듭되는 질문에 "우린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발길을 내디뎠다.
현직 교사 현유O(여, 60, 서울)씨. 노무현을 너무 존경해 후원활동도 한다는 그는 "요즘 정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도 속상하고 슬퍼서,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노무현 정신이라 단언했다.
현씨와 함께 온 곽수O(50대, 여)는 노무현을 생각하면 '공정과 정의' '선과 악'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를 시대정신으로 명명하며 "노무현을 생각하며 이런 가치를 알리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했다.
66세의 김아무개(고양시)씨는 "공정과 상식을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싶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학교 4학년 딸, 아내와 함께 참여한 최용O(40대, 서울)씨는 "다같이 함께 사는 가치가 그립고 이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동참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들이 2009년 5월에 태어났지만 수일 후 노무현이 세상을 떠났던 터라 최씨 부부에게는 남다른 5월이라고 했다.
수원, 용인, 화성에서 왔다는 40~50대의 여성 세 명.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같은 국토대장정이 있음을 알고 참여했다고 했다. 민주당 당원이기도 하다는 이들은 "선하게 세상을 바꾸는 게 노무현 정신이다. 그는 깨어있는 시민, 기득권을 깨는 자세 등 소시민의 정신적 가치를 부여하고 떠났다"며 "나이가 들면서 이제 와서, 그러한 가치들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서거 13주년을 추모도 하고 그의 가치도 공유하고 싶어서 왔고 참여한 것이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노무현 정신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참여했다는 50대 여성. 노무현 재단 개미 후원자이기도 하다는 그 역시 첫 참여라고 했다. "'깨어있는 시민'이 노무현 정신"이라며 "이러한 정신을 공유하기 위해 딸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양희O(40대, 서울) 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수많은 패배와 좌절을 딛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셨고 퇴임 후에도 온갖 적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노무현 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 주셨다"며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싶어 참가했다"고 전했다.
노무현의 시대정신을 묻는 말에 김명O(50대, 경기) 씨는 "사람사는 세상, 깨어있는 시민 외에는 딱히 무엇이 생각나거나 중요한 어떤 것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 모두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나름의 생각으로 저마다 의미를 담고, 처음이건 여러 번이건 한 구간이건 다구간이건 지금 이 길을 함께 걷는 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수년째 참가하고 있다는 배아무개(여, 경기)씨는 "정의와 공정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선택적 옹호로, 부정과 불공정으로 둔갑돼 가는 약 2년간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답답한 마음을 그리움과 반가움으로 둔갑시켜 저는 걷고 또 걷고 싶다"면서 노무현과 그의 시대정신을 갈구했다.
▲ . ⓒ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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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길 5구간, 평택지제역에서 만난 사람들
국토대장정 8일차, 경기도 평택지제역 앞. 50대 초반의 류경O(서울)씨. 아내, 딸과 함께 참가한 류씨는 올해 4년째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에 코로나에 확진돼 일주일 휴식시간을 가졌고 아직 후유증이 남아 있지만 더 큰 것은 '대선 후유증'이라며 심각한 대인기피 및 뉴스회피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올해도 국토대장정에 오르는 것을 보고, 저도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면서 "올해도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를 꿈꾸는 이들과 봉하로 가는 길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고 싶다"고 참가 소회를 밝혔다.
정치적 현안에 관심이 많다는 30대 직장인 홍아무개(경기도)씨. 그 역시 이번 대선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팬데믹 시대에 압도적 방역에 성공하며 선진국 문턱에서 또 한 번 발걸음은 멈춰 섰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무현의 시대정신 향해 걷는 이 작은 발걸음이 하나하나 모여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민주주주의 흐름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며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깨어있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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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길 7구간, 전의역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7일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9일 차, 서울길 7구간(전의역~조치원역)의 출발점인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전의역 앞.
울산에서 올라온 강혜O(여, 50대)씨. 부부가 함께 휴가를 내고 수일 째 걷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노란 꽃 활짝 핀 5월은 노무현, 노란 유채꽃 한 아름 안고 즐겁게 웃으시던 모습이 늘 눈에 선하다"면서 "올해의 노무현 순례길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걱정이 많은 시점에서 의미 또한 크다. 봄을 빼앗겨 움츠릴 대로 움츠린 상태지만, 뚜벅뚜벅 한걸음 한걸음씩 용기내서 당당하게 걸어가고 싶다"며 의기를 전했다.
5월이면 노무현과 시대정신이 더욱 생각난다는, 올해 6년째, 3년째 참가하고 있다는 임아무개(여, 세종) 씨와 하아무개(여, 세종)씨. "매년 함께 걷는 이 길은 저희에겐 늘 설레고 가슴벅차 오른다"며 "누군가를 함께 그리워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항상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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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길 14구간, 황간역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14일, 노무현 순례길 17일 째.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황간역 앞에서 만난 함도O(50대)씨.
국토대장정 서울길 14구간(황간역~김천역), 15구간(김천역~구미역)을 양일간 걷기 위해 배우자와 함께 참여했다는 그는 "코로나19 외에도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특히 저 외에도 대통령 선거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들도 많다"며 "하지만 이제 다시 냉정을 찾을 때이며 지금이야 말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강조한 노무현 정신이 진정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이어 "노무현 순례길 위에서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고 서로에게 위안과 희망이 되어 보고 싶다"며 사람사는 세상을 향한 의지를 덧붙였다.
첫해부터 올해까지 6년간 계속 참여하고 있다는 신해O(여, 40대, 구미시)씨는 "요즘 안팎으로 힘들고 지치지만 우리 다시 한 번 마음을 고쳐 다잡을 때"라면서 "또 하나의 역사를 노무현 순례길에서 함께 써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노무현 순례길이란
올해 6년째를 맞이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릴레이 국토대장정-노무현순례길'은 철도역을 따라 릴레이로 걸으며, 민생을 체험하고, 노무현대통령을 추모하며, 함께 사는 세상의 필요성을 알리고 깨어있는 시민의 나라를 염원하며 걷는 '소셜 대장정'이다.
평양길 세 구간(임진강역~서울광화문역, 61km, 4월 28일~30일), 서울길 스물 세 구간(서울광화문역~봉하마을, 500km, 5월 1일~23일), 부산길 세 구간(부산역~삼량진역, 60km, 5월 19일~21일), 총 스물 아홉 구간 600여 km, 하루 평균 22km를 이어서 걷는다.
5월 16일(16구간) 현재, 구미역~왜관역 20.4km가 진행 중이며 ▲17일(17구간) 왜관역~서대구역 27.9km ▲18일(18구간) 서대구역~경산역 21.5km ▲19일(19구간) 경산역~청도역 39.8km ▲20일(20구간) 청도역~밀양역 24.3km ▲21일(21구간) 밀양역~삼랑진역 15.3km ▲22일(22구간) 삼랑진역~진영(봉하)역 16.9km가 진행된다. 마지막 ▲23일(23구간)은 진영(봉하)역~봉하마을 4.4km를 걸은 후 오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 및 추도식을 갖는다.
[관련 기사]
'깨어있는 시민들의 국토대장정' 노무현 순례길, 영동군을 지나며 http://omn.kr/1yxkf
덧붙이는 글
필자는 전문지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기사 속 일부 사진 및 영상은 깨시국 및 당사자의 허락 하에 이용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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