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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선 첫차에 환호성 터졌지만... 관악구민은 아쉽기만 하다

[관악산역 새벽 탑승기] 여의도 출퇴근 1인가구 늘겠지만 지역상권 되살아 날지는 의문

등록|2022.05.28 18:26 수정|2022.05.28 18:27

신림선 관악산역 탑승구2022년 5월 28일 토요일 새벽 05시 30분 첫 운행하는 전철을 타려고 기다리는 관악구 주민들 ⓒ 김미희


경전철 신림선이 오늘 28일 새벽 5시30분에 첫 운행을 시작했다.

신림선은 서울대학교 정문 관악산역과 여의도 샛강역 사이의 11개 역을 오간다. 신림선은 서울시 제1호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에 이은 두 번째 경전철이다. 2017년 2월 착공해 5년 4개월여 만에 개통했는데 1, 2, 7, 9호선 4개역을 환승하고 전체 11개역을 통과하는 데는 16분이 걸린다. 참고로 무인 자동운전 운행방식이란다.

공사기간이 길어 해당 지역인 관악구 주민의 불편도 많았지만 막상 개통일이 되자 지역에서는 관심이 뜨거웠다. 주말 새벽 시간임에도 28일 5시 30분에 출발하는 첫 차를 타려는 관악구 주민들이 속속 관악산역 출입구를 통과했다.
 

신림선 관악산역에서 첫 차를 탄 사람들2022년 5월 28일 토요일 새벽 5시 30분 첫 차를 타고 있는 관악구 주민들 ⓒ 김미희


관악구 주민인 기자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탑승구로 내려갔다. 이미 많은 주민들이 줄을 서있었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학생, 청년, 장년, 노년 등 연령대도 다양했다. 첫 차 출발 시간이 임박하자 열차 문이 열렸고, 총 3량의 경전철 내부는 사람들로 빼곡해졌다.

경전철이 관악산역을 막 출발하자 주민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주말 아침 늦잠의 유혹을 떨치고 나온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달뜬 목소리와 표정으로 연신 사진과 영상을 찍어댔다. 이후 정확히 16분 걸려 여의도 샛강역에 도착했고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기자는 다시 관악산역으로 돌아오기 위해 신림선을 왕복했다.
 

신림선 여의도 샛강역신림선 첫 차를 타고 샛강역에 도착, 다시 관악산역으로 가는 경전철을 기다리며. ⓒ 김미희


신림선 왕복탑승한 관악구민의 평가

첫째. 관악산역 출발, 2호선 환승역인 신림역까지 서원역과 서울벤처타운역 간격이 길었다. 오랜 기간 고시촌의 역사를 써왔고 주민이 많이 다니는 구 289번 버스 차고지 근처를 '고시촌역'으로 신설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둘째. 관악산역 주변에 주차장이 아예 없다. 관악산 들어가는 일주문 입구에 있던 주차장을 없애고 지금은 공원을 만드는 중이다. 고시촌이라 불리던 대학동(구 신림9동)에도 공용주차장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원룸이 많아 주차난이 심각한데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뻔하다.
   

관악산 주차장자리서울대학교 방면에서 관악산을 오르려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갔다. 하산했을 때는 저기 보이는 상가에서 뒤풀이를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곧 철거될 예정이다. ⓒ 김미희

 

셋째. 관악산역 주변에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보였다. 즐비하게 있던 식당 상가 건물을 폐쇄했다. 서울 각 지역에서 관악산으로 등산 오는 시민들은 하산 이후 어디로 빠져나갈까? 사시제도 폐지 이후 멍든 신림 지역에 신림선 개통에 따른 지역 풀뿌리 상권 부활을 기대할 수 있을까?

넷째. 서울대학교 정문과 대학동 타운 간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 상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악산 자락을 정원처럼 쓰고 있는 서울대학교가 신림선 개통에 따른 대학교와 마을간의 연대활동에 확장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대한민국 정부 요직 산하부처 또는 사법부 인사 중에는 서울대학교와 고시촌을 거쳐간 인물들이 많을 것이다. 영광과 추억이 깃든 고시촌이었지만 사시제도 폐지 이후 취약계층과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서울대는 관악산의 혜택은 누리면서 동 명칭에 걸맞은 마을과의 상생은 여전히 요원하다.

또 고시원과 원룸이 많아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는 주거용 건축물은 부족하나 여의도가 직장인, 1인 가구 유입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오늘 개통된 신림선은 관과 민간건설자본의 합작이라는 면에서는 성공적이었을지라도 지역 주민들의 편의와 경제적 효과 면에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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