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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학교 3부] 되돌아봐야 할 초등교육의 본질

등록|2022.05.31 15:28 수정|2022.05.31 15:28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초등학교에서 일상이 사라졌다. 등교 중지로 인해 초등학생들이 마주한 문제는 교과학습 결손만이 아니었다. 생활 습관 형성, 협력을 통한 공동체 의식 제고, 교우관계 형성 등 교과 외적인 측면에서 교육 공백이 생겼다. 팬데믹으로 부각된 초등교육의 공백은 그동안 경시해왔던 기본교육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초등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기자말]

▲ 의정부 동암초등학교 4학년 6반 담임 최봉선 교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육현장에서 안전권과 교육권이 충돌했다고 말한다 ⓒ 양근혁


"코로나19 사태로 학교에서 보장해야 할 안전권과 교육권이 충돌했어요."


의정부 동암초등학교 4학년 6반 담임 최봉선 교사는 35년 동안 교직을 이어왔다. 최 교사는 지난 팬데믹 3년간 교육 현장이 교육권 보호에 특히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초등학생은 감각적 접촉을 통해 학습한다. 학생들은 선생님과 직접 눈을 마주치고 물리적인 교감을 하는 상황 속에서 수업내용을 받아들인다. 최 교사는 "선생님이 화면 너머에서 '책을 펴세요', '읽으세요'라고 하는 말들이 아이들에게 감각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며 원격수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접촉은 초등학생의 학습자 주도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학습자 주도성은 미래 교육 담론에서 대두되는 개념으로, 학생이 학습 내용과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마다의 학습자 주도성에는 차이가 있다. 모든 학생의 배움의 방식과 속도가 같지는 않은 것이다.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른바 느린 학습자들도 존재한다. 공교육은 이 모든 학생의 학습자 주도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원격수업 환경은 학습자 주도성의 차이에 따른 학습 격차를 발생시켰다. 최 교사는 "학습자 주도성이 내재한 아이는 (원격수업 상황에서) 어떻게든 공부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학습이 어렵다"며 선생님과 감각적 접촉을 통해 학습자 주도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감각적 접촉의 부재는 특히 학습자 주도성이 낮은 학생의 학습 동기 유발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교사와 접촉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이 초등학생들에게 절실하다.

 

▲ 사교육비 총액 ⓒ 김아현


사교육은 왜 공교육 공백의 대안이 될 수 없나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격차에 대한 우려는 사교육 증가로 이어졌다. 교육부∙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사교육비가 2020년 7조 6000억 원에서 2021년 10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8.3% 증가했다.

하지만 사교육은 원격수업 환경에서 발생한 결손을 완전히 메꿔주지는 못한다. 최 교사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력 저하는 사고력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학교에서는 토론과 발표, 놀이와 게임을 통한 학습으로 학생들의 사고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달리 학원에서는 문제 풀이 위주의 학습으로 교과 성적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학원과 학교의 분명한 차이는 공교육이 사교육으로 대체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학교는 교과서 밖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는 공간

최 교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시기를 "생활 습관이 형성되고 사고방식이 정착하기 시작하는 시기"로 정의한다. 초등교육은 삶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식습관 형성

몸과 마음이 빠르게 성장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중요한 생활 습관 중 하나는 식습관이다. 학교는 급식을 통해 학생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돕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등교가 금지되어 급식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식사를 거르거나 배달 음식과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이 생겼다. 최 교사는 "급식의 사각지대가 넓어지면 편식하거나 불규칙한 식습관을 갖게 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며 "급식도 엄연히 교육의 일부"라고 했다.

의사 표현과 상호 작용

초등학생들은 타인에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학교에서 배운다.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러한 의사를 갖게 되었는지를 학생 스스로 설명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최 교사의 수업에선 의사 표현 능력 강화를 위한 '설명하기'가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캘리그라피를 만드는 수업이 있다. 학생들은 각자 캘리그라피로 만들고 싶은 문구를 가져와 그 문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 과정은 카메라에 녹화되어 학생이 의사를 설명하는 모습을 스스로 볼 수 있도록 한다. 타인에게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돌아보고, 의사 표현 방법을 스스로 교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의정부 동암초등학교 4학년 6반 교실 뒷편에는 학생들이 직접 쓴 캘리그라피가 걸려있다 ⓒ 조연주


4학년 6반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수업 시간에 만든 캘리그라피들이 걸려있다. 그 옆에는 새 학기의 힘찬 포부를 담은 '나의 목표'들이 보인다. 최 교사와 학생들의 교실에는 시선이 닿는 곳마다 학생들의 작품이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완성한 작업물로 함께 교실을 꾸미면서 학급의 일원으로서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보내는 일상의 모든 순간은 교육의 일환이다.

코로나19가 남긴 과제,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개혁돼야 하나

상호협력적인 구조

학교의 업무 구조는 달걀판과 같다. 각 학급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교사 간 협력을 끌어내기 어렵다. 교사의 전문성 함양을 위한 수업 연구나 학급 운영 경험이 원활하게 공유될 수 없다.

최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의 필요성을 체감해 경기도 전문 학습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 전문 학습공동체는 경기도 내 초등학교 교사들이 모여 수업자료와 수업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단체다.

하지만 교사들의 자체적 네트워크 형성만으로는 학교의 달걀판 구조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최 교사는 "독립적인 학급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교사 간 연계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2020년 4월 9일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발표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컴퓨터를 활용해야 하는 비대면 학습 일상화의 시작이었다.

비대면 등교는 교육의 공백을 가져왔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연결, 온라인 수업을 수강할 독립적 학습 공간을 갖추었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 수행의 격차가 발생했다. 취약계층의 학생들은 디지털 인프라 접근의 어려움으로 비대면 수업 수강에 차질을 겪었다. 교육부의 부실한 원격 수업 대비는 학생들의 '디지털 격차'로 이어졌다.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정보화는 기본권의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잊고 있던 초등교육의 중요성

"교과 학습은 중・ 고등학교에서 심화 되지만, 사회화의 기초는 초등학교 이후 더 이상 교육의 직접 범주가 아니다."


한춘희 부산교대 교수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마지막 기회는 초등학교'라고 말한다. 초등학교는 교과 지식만을 학습하는 공간이 아니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초등교육의 본질은 기초 학습 능력과 기본 생활 습관을 기르는 '기본 교육'에 있다.

한 교수는 "입시 위주 교육의 관점에서 벗어나 초등교육에 더욱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대학입시에 집중해 정작 공교육의 시작인 초등교육을 등한시해왔다고 했다. 초등교육은 중고등교육에 비해 대학입시를 위한 교육과는 거리가 멀지만, 아동-청소년 발달을 위한 기본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이기에 필수적이다.

팬데믹으로 부각된 초등교육의 공백은 그동안 경시해왔던 기본교육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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