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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낮은 광주 투표율, 민주당에 대한 혁신 요구"

3개월 만에 '81.5%'에서 '37.7%'로 추락... '무투표 당선', '기득권 안주 민주당' 원인 지목

등록|2022.06.03 16:40 수정|2022.06.03 17:22

▲ 1일, 전남여자고등학교에서 6.1 지방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 김동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주광역시 투표율 : 37.7%(45만4516명)

지난 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지역 투표율은 해당 지역 투표율 역사상 가장 낮았다. 4년 전 같은 선거 투표율(59.2%)과 비교했을 때도 20%p 이상 낮았다. 광주는 지난 3월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 81.5%(98만5512명 참여)를 기록한 지역이었음에도 불과 3개월 만에 투표 참여 시민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일각에선 우선 역대 가장 많았던 '무투표 당선(13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된 광주지역 후보자는 총 13명이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홍기월·박미정·서임석·임미란·박희율·안평환·신수정·심창욱·박필순·박수기·강수훈 광주시의원, 이지애 광주 동구의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특히 지역구 광주시의원(20명)의 과반수에 해당하는 11명이 무투표 당선되어 시민들의 투표 참여 의지가 크게 저하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무투표 당선된 홍기월 광주시의원 당선자는 "무투표 당선 제도에 문제가 많은 것 같다"라며 "벽보조차 붙일 수 없어 주민들 알권리가 충족되지 않아 아쉽다"라고 말했다.

"구청장까지 무투표 당선... 투표 의지 꺾인 듯"

지역 언론 <광산저널>의 조영문 대표는 "광주 북구(42만6천여 명)에 이어 광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40만3천여 명)가 거주하는 광주 광산구 투표율이 33.3%로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했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역정치가 실종된 결과로 보인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광주시당에서는 끊임없는 공천 잡음이 나왔다. 광산구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한 적도 없는 후보자들이 난무했다"라며 "이 상황에서 구청장까지 무투표 당선돼, 구민들의 투표 의지가 크게 꺾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 북구 투표율은 38%였지만, 광산구 투표율은 33.3%에 그쳤다. 이는 동구(42.5%), 서구(39.7%), 남구(39.7%) 등과 비교해 봐도,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이번에 광주 광산구의원으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강한솔 대변인은 "민주당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결과인 것 같다"라며 "개표 참관인을 하면서 보니까,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투표용지가 굉장히 많았다.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장에 오셨음에도 정말 누굴 뽑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신 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 광주시의원 비례대표(1번)로 출마했던 정의당 광주시당 문정은 정책위원장은 "어떤 정치세력이고 할 것 없이,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아픈 회초리를 드셨다"라며 "시민들께서 그동안 반복돼 왔던 특정 정당 중심 정치 질서에 대한 질책과 함께 힘 있는 대안을 만들지 못한 세력들에 대해서도 회초리를 드셨다. 광주의 모든 정치세력이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지방선거에 광주 북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국민의힘 곽승용 부대변인은 "이번 광주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다"라며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 투표에 참여해 다른 정당에 기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이런 민주당에는 표를 줄 수 없다는 심리만은 확실히 반영됐다"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공천 논란 등 부끄러운 모습 보여줘"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낸 참여자치21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가 얻은 표는 냉정히 말해 광주 전체 유권자의 25%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이 정도로 낮은 지지가 나왔다는 것은 민주당의 위기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 위기의 근본에는 기득권에 안주한 민주당의 선택이 자리하고 있다. 표의 비례성 실현, 결선 투표제 도입 등을 비롯한 시민 참정권 보장이 당장 이루어질 수 없다면 광주에서라도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이후 민주당은 공천 논란, 각종 줄 세우기 및 선거 부정 논란으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끝내 기초의회 정수를 가득 채운 후보 공천을 완성했고, 자신들이 얻은 표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라고 비판했다.

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광주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강한 혁신 요구였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주장하는 방식이 아닌 침묵하는 방식으로 표현됐다"라며 "이번에 국민의힘이 광주시의회에 진입하게 됐다. 이는 민주당 및 진보정당이 개혁되지 않으면 충분히 대체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국민의힘에 광주 제1야당 자리를 빼앗긴 정의당에는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광주시장 및 5개 구청장 선거를 석권했다. 민주당은 광주시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23석)의 95.6%에 해당하는 22석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이 확보한 의석은 1석에 그쳤으나, 국민의힘의 광주시의회 의석 확보는 27년 만의 일이었다. 민주당은 5개 구의회(69석)에서 구의원 57명을 배출했다. 남은 의석은 정의당(1석), 진보당(6석), 무소속(5석) 후보자들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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