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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봉인 해제', 윤석열 정부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어떤, 용산시대 ②] 정치 1번지가 된 금단의 땅, '용산'... 계획과 원칙 없는 개방은 안 돼

등록|2022.06.04 19:09 수정|2022.06.04 19:09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방부·합참 청사로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담벼락에 둘러싸인 금단의 땅, 용산이 정치 1번지가 되었다. 지난 3월,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출범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지 2개월 만이다.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집무실 주변 용산공원을 신속히 조성하겠다는 다짐도 연내 '임시개방'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예산, 절차, 안보 공백 우려, 미군기지 오염 등 논란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공론화 과정은 전혀 없었다.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그간의 논의와 담론도 새 정부는 검토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은 알려진 대로 용산 미군기지를 껴안고 있다. 현재 반환 협상 중이며,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 정중앙에 위치한 용산 미군기지는 기지 주변으로 6개 지하철역(숙대입구역, 삼각지역, 신용산역, 이촌역, 서빙고역, 녹사평역)이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다. 한미 양국이 2004년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YRP)을 체결한 이래 역대 정부들은 하나같이 금방이라도 용산기지 터를 돌려받을 것처럼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2008년까지 이전을 완료하겠다던 원래 계획은 2016년에서 다시 2018년으로 계속 연기됐고, 실제 용산기지의 반환 협상이 시작된 것은 2019년에 이르러서다. 현재 전체 반환 면적인 203만㎡ 중 10.7%에 해당하는 21.8만㎡가 반환되었고, 용산 집무실 주변 부지 50만㎡는 반환 합의가 되어 곧 발표를 앞둔 상황이다. 진즉에 기지 이전 협정을 맺고 경기 평택에 새로운 기지를 제공했음에도, 용산기지 반환이 이토록 더딘 주요 원인은 기지 내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 공방 때문이었다.

졸속 결정이 놓친 사회적 과제 

미군기지는 환경 원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사전예방의 원칙, 오염자부담의 원칙, 정보 접근권 등 모든 면에서 예외적으로 사용된 땅인 만큼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70년 이상 군사기지로 사용한 공간이기 때문에 지하 송유관과 저장 탱크의 기름유출 사고가 빈번하다. 사격 연습과 훈련으로 인한 소음피해, 폐기물 매립, 생화학무기를 위한 실험 등 전국의 미군 주둔지역 주민들은 여러 환경 피해를 호소해왔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2000년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무단 방류 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환경조항이 신설됐지만,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조항이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더구나 용산은 국내 미군기지 중 가장 많은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여, 토양 지하수 복합오염이 심각한 곳이다.

녹색연합이 민변, 용산주민모임과 함께 미국 정보자유법(FOIA, Freedom of Information Act) 절차를 통해 입수한 '용산 미군기지 내부 기름유출 사고기록(1990-2015)'에 따르면 해당 기간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는 총 84건이다. 이중 주한미군 자체 기준으로 심각한 유출량에 해당하는 400리터 이상 유출 사고가 32건,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3.7톤 이상의 유출 사고가 7건에 달한다. 우리가 미군기지를 돌려받을 때마다 벤젠, 페놀, 다이옥신, 납 등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기준치 수십, 수백 배 초과했다는 기사를 거듭 접하게 되는 이유다.
 

▲ 용산미군기지 기름유출사고 지역(1990~2015). 자료: 녹색연합 ⓒ 참여사회


장기간 기름과 중금속, 유해물질에 복합오염된 미군기지 터를 정화하는 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부평 미군기지는 용산기지 면적의 약 5%에 불과한 일부(A구역, 10만9957㎡)를 정화하는 데만 무려 682억 원이 들었다. 미군기지 이전사업 막바지에 있는 지금, 윤석열 정부는 용산기지 반환 협상을 통해 미군 측에 정화책임을 묻고, SOFA 조항 개정을 통해 전국 미군기지에 적용할 환경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집무실 주변에 용산공원을 신속히 조성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획은 미군의 환경오염에 대해 대놓고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SOFA 개정이라는 사회적 과제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용산 미군기지 반환이 지연되자 용산공원의 조성 시점을 당초 계획이었던 "2027년까지"에서 "반환받는 시점(N년)부터 7년 후"로 변경 고시했다. 즉, 용산공원종합기본계획 상 토양정화, 공원 계획부터 조성까지 7년 이상 소요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절차대로라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용산공원 개방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부지를 돌려받자마자 '위해도 저감 조치를 병행'하여 임시개방 하겠다고 한다.¹ 국민의 건강과 안전, 알권리를 위해 환경오염 상황을 알리고, 법과 절차를 준수해야 할 정부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나쁜 공간정치와 정의로운 공간정치

용산은 100년 이상 외국군이 주둔했던 공간이자, 앞으로 시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의 대규모 녹지공간으로 바뀔 곳이다. 북한산부터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남북녹지축과 동서수경축인 한강이 만나는 서울의 중심에 있다. 대기질 악화와 폭염, 기후변화로 답답한 대도시 서울의 숨 쉬는 허파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오염 문제 해결, 생태축 연결과 복원, 근현대사의 기록 등 용산을 둘러싼 과제가 산적하다. 미군기지 오염정화와 복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공간 조성의 원칙과 관리는 어떠해야 할지, 용산공원 주변부지 개발은 어느 정도로 허용할지 등에 차근차근 논의가 필요한데 지금 상황은 참으로 난데없다.

김진애 전 국회의원이자 건축가는 '공간정치'라는 키워드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시 정책을 이야기한 바 있다. "공간정치의 핵심은 누가, 누구를 위하여, 왜, 어디에, 어떻게, 무슨 공간을 만들고 누리게 하느냐"라는 것이다. 선거철 표심만 노리고 하는 공약, 사진발 잘 나오는 정치 공약, 임기 내 기공식과 준공식만을 생각하는 것 등을 기준으로 공간정치의 좋고 나쁨을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용산만이 아니다. 설악산, 부산 가덕, 새만금, 제주 성산 등 전국 곳곳에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 및 사전타당성조사 등 절차와 결과를 무시한 나쁜 공간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공간의 구획과 경계, 만듦새 그 과정에 원칙과 절차가 지켜지고, 공론이 필요하다. 이미 집무실을 이전한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이제라도 용산공원 임시개방 입장을 철회하고, 용산 반환 협상의 사회적 과제에 대해 숙고하여 정의로운 '공간정치'를 펼치길.

*주1. 5월 19일 국토교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5월 25일~6월 6일 신용산역 인근 장군숙소와 대통령 집무실 남측공간, 스포츠필드 등을 시범 개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다음날 시범 개방을 잠정 연기한다며 하루 만에 번복했다. 
덧붙이는 글 글 신수연 녹색연합 군환경TF 팀장.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2년 6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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