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윤핵관'과 이준석 대립 격화... 결국 육모방망이까지 등장
국힘, 혁신위 두고 정진석-이준석 갈등... 이 대표, 페북 통해 연일 저격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부터), 박대출 의원, 정진석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정진석 국회의원 사이의 설전이 연일 격화되고 있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 최고참으로 꼽히는 중진이다. 두 사람의 갈등이 단순히 개인 간 싸움이 아니라, 차기 당권 등을 둘러싼 당내 권력 다툼으로 해석되는 이유이다.
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을 두고 한 차례 공방이 오갔다(관련 기사: 우크라이나행 당내 비판에 이준석 "다들 자중하라"). 공방은 당 혁신위원회로까지 번졌다. 주변 인사들까지 가세하며 확전 양상을 띄는 가운데, 당사자인 두 사람은 8일에도 격한 말을 주고받았다.
정진석 의원은 8일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머지 분들이 어떻게 채워질지는 두고 봐야한다"라면서도 "최재형 위원장, 천하람 위원으로 보면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정진석 의원은 최재형 위원장과 천하람 위원이 "일단 이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들인 것 같다"라며 "제가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을 할 때, 이 대표가 저한테 '최재형 의원을 공관위원으로 꼭 선임해달라'고 해서 공관위원으로 (최재형 의원을) 제가 선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공관위 시절부터 이 대표가 최 의원을 추천할 정도로 두 사람 사이가 가깝다는 뉘앙스였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관련 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제가 최재형 위원을 추천한 것 외에 정진석 부의장께서 전원 선임했다"라고 반발했다. "당 대표가 공관위에 본인과 가깝지도 않은 최재형 의원 한 명 부탁한 것"이라며 "공관위 과정 내내 최재형 의원과 저는 어떤 경로로도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그분의 공정함을 신뢰했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이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인사 전횡을 휘두르려면 공관위에 내 사람을 넣지 혁신위에 넣느냐?"라며 "누구를 추천하고 선임해도 혁신위를 흔들 것 같아서 애초에 제가 제안할 때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추천하자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정도로 (혁신위를 구성)해도 태클 걸 거면, 도대체 뭘 어떻게 선임해야 하느냐? 모든 인선을 (정진석) 부의장께 맡겨야 하느냐?"라고도 꼬집었다.
또한 "혁신위의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지만, 공관위에도 자기 사람을 안 넣은 이준석이 갑자기 혁신위를 장악하려고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자체도 모르겠다"라며 "적당히 하시라. 혁신위 흠집 내자고 사람을 흠집 내서야 되겠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해당 포스팅을 올리기에 앞서, 8일 새벽에도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저는 공천관리위원회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라며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청남도 공천에서 PPAT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이야기였고, 그 사람을 안 넣어주면 충청남도 도지사 선거가 위험하다고 이야기가 들어왔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도지사 선거는 승리했다"라며 "자기 관할인 노원구청장도 안 찍어내리고 경선한 당 대표에게 공천 관련해서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의 지역구는 충남 공주·부여·청양이다. 이준석 대표가 사실상 정진석 의원을 연이어 저격하고 나선 셈이다.
정진석 "낡은 정치의 암수, 3김 총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워"
정진석 의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 역시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선배로서 한마디 적는다"라고 작심 발언에 나섰다.
정 의원은 "최근 이 대표의 언행에 당혹함을 감출 수 없다.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라며 "새 정치의 기수로 기대했던 그가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 덮어씌우기에 나섰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대표가 새벽에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한 내용에 대해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라며 "이 대표는 마치 제가 연관된 것처럼 자락을 깔았고, 언론들이 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라고 비난했다.
특히 "선배 정치인이 당대표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서 그토록 큰 용기가 필요한가?"라며 "그런 공개적 위협으로 당의 언로를 막는 것은 3김 총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다.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사람 좋다고 함부로 걷어차는 것 아니다"라고도 꼬집었다.
이 대표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정 의원의 해당 게시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공천의 총 책임자이셨던 분이 공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왜 이런 비판을 하는데 용기가 필요하냐고 하시는데, 남을 저격할 용기는 본인도 저격당할 용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라며 "사람 언급해서 저격하신 분이 저격당하셨다고 불편해하시면 그 또한 내로남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의 최다선이자 어른에 정치 선배를 자처하시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당내 인사를 몇 분 저격하셨느냐"라며 "이래놓고 먼저 때린 다음에 흙탕물 만들고 '대표가 왜 반응하냐' 이렇게 적반하장 하는 게 상습적 패턴이라 이제 익숙해 지려고도 하지만 1년 내내 반복되니 어이가 없다"라는 주장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 만나고 귀국하는 이준석, 육모 방망이 사진 올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올린 '육모방망이' 사진. ⓒ 이준석 페이스북 갈무리
한편, 이준석 대표는 우크라이나행 방문을 마치고 폴란드를 통해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국민의힘 당대표실 측은 8일 오전, 이 대표가 현지 시각으로 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 현지에서의 동행 인원들과의 질의응답에 나섰음을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이 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경우 저희 대표단의 방문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차관이라든지 굉장히 실무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라며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에 양국의 교류와 지원 그리고 앞으로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이야기들을 했고, 윤석열 대통령께 전해달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저희가 서울에 돌아가는 대로 대통령께 이런 부분에 대해 우크라이나측의 입장과 무엇보다도 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상황들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폴란드로 넘어오면서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의원들이 우리 방문단의 선물에 대한 답례품으로 가시달린 육모 방망이 비슷한 걸 주셨는데 코자크 족 지도자가 들고 사용하는 불라바라는 철퇴라고 설명을 들었다"라며 "자유의 영원한 존립을 위해 잘 간직하겠다"라고 사진을 올렸다. 일부 언론은 이 대표가 이처럼 '육모 방망이'를 거론한 것 역시 정진석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 의원은 과거 여러 차례 발언 도중 육모 방망이를 언급하며 비유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당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보수 존립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은 육모방망이를 들고 뒤통수를 뽀개 버려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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