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재판이 시작됐지만, 피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변호인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6년 이재명 의원의 조카가 저지른 살인으로 아내와 딸을 잃은 공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 이재명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앞서 이 의원은 대선 기간 자신의 조카가 저지른 살인을 '데이트폭력'이라고 표현해 유가족의 반발을 샀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8단독 이유형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변론은 이재명 의원 변호인 나승철 변호사를 기다리느라 10분 동안 지연됐다. 나 변호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원고 공씨의 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만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첫 변론은 5분 만에 끝났다.

이병철 변호사는 "'(이재명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인권변호사라고 주장하면서 과거에 있었던, 피고 본인이 변론했던 원고 일가족 연쇄살인사건을 데이트폭력이라고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 원고 청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한 당시 사건 재판에서 이재명 의원이 조카의 변호인으로서 변론했던 내용이 담긴 변론요지서 등의 문서송부촉탁 신청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피고가 과연 인권변호사로서 합당한 변론을 한 것인지 그리고 피고 주장 대로 그 사건이 데이트폭력에 불과한 사건인지 입증하고자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다"라고 밝혔다.

변론은 5분 만에 끝났고, 2차 변론은 8월로 잡혔다.

이 변호사는 법정 바깥에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지난 7일 이재명 의원 변호인 나승철 변호사가 제출한 준비서면에 사과 표현이 담긴 것을 두고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고는, 이재명 의원의 어떠한 의사표시도 없고, 또 대리인을 통해 형식적인 사과를 한다는 것에 대해 진정성이 도저히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이재명 의원) 변호인이 제출한 준비서면을 읽고 2차 가해, 더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에 법정에 출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고는) 대통령선거 기간 중 인권변호사라는 주장, 데이트 폭력이라는 허위 사실의 주장은 나승철 변호사가 한 것이 아니고 이재명 후보 본인이 했다. 왜 사과는 (소송 제기) 6개월이나 지나서 변호인을 통해서 그런 짤막한 한 줄의 사과로 대신하느냐. 사과는 본인이 직접 하는 게 진정성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분노한다는 의견을 저한테 대신 말씀해달라고 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