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잡초와 진딧물이? 이렇게 해보세요
풀은 거름 삼고, 진딧물엔 물엿, 지지대는 나뭇가지로... 모두가 행복한 텃밭이 됩니다
도시 농부도 일기예보를 매일 매일 챙겨봐야 하잖아요. 한동안 비가 안 와서 산불도 나고 땅도 갈라져 걱정들이 많으셨을 텐데요. 다행히 비가 내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비가 오니 반가우면서도 이제부터 시작될 잡초와의 전쟁이 생각나기도 하죠.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일주일에 한두 번 밭에 나가 잡초를 없애느라 정신없는 때가 오고 말았습니다.
잡초는 풀, 땅의 성질에 따라 바뀌면서 자라...
잡초는 말 그대로 잡초니까,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지만, 자연농을 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보지 않더라고요. 제가 봤던 책 (<자연농 교실>, 아라이 요시미 외 1인)에서는 잡초라고 분류하는 것도 인간의 편의에 의한 것이라고 해요.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잡초가 아니라 그냥 '풀'이라고요.
잡초라고 부르는 풀(아래 '풀')은 땅의 성질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나고 매년 같은 풀이 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또 나기 시작한 땅에서 자라게 하고 거기서 죽게 하면 오히려 땅이 비옥해진다고 해요.
추천하는 방법은 풀을 완전히 베기보다 고랑을 중심으로 한쪽을 베고, 벤 쪽의 벌레들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서 살 수 있게 2주 정도 지나 다른 쪽 풀을 베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1~2주에 걸쳐 1번 정도 낫으로 땅과 최대한 가까이에서 풀을 벤 다음 키우는 작물 주변 흙을 덮어줬어요.
저도 처음에는 잡초를 놔두냐, 없애냐를 두고 고민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풀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니 완전히 없애겠다는 생각을 버렸어요. 잡초를 없애려는 이유는 뿌리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작물을 키우는 동안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어요. 또 도시에서 자란 사람 눈에는 잡초지만 그중에는 식용 풀도 있을 테니 모조리 없앨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비상 상황! 진딧물의 습격~ 물엿으로 돌격~
작물은 동반작물끼리 배치하면 좋은데요. 그래서 저는 콩을 심고 주변에 옥수수를 심었어요. 콩과 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주변 작물에 거름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해서요. 옥수수는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콩과 동반으로 심은 거죠.
그러다가 며칠 밭에 나갈 수 없어서 그동안 잘 먹고 잘 자라라고 웃거름(소변)을 원액으로 옥수수에 뿌려줬어요. 그사이 비는 내리지 않았고, 바쁜 일을 끝내고 텃밭에 나갔는데 그만 자리에 서서 울상이 되었답니다.
잘 자란 옥수수 대에 시커멓게 뭔가가 붙어 있었어요. 진딧물이었어요. 너무 징그럽기도 하고 온통 다 붙어 있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죠. 그렇다고 자연농으로 시작했는데 진딧물을 죽이는 농약은 치기 싫더라고요.
아는 분께 여쭤보니 일단 물엿을 물에 타서 전체적으로 뿌려 진딧물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시간을 벌어보라고 하셨어요. 신기했어요. 보통 진딧물이 생기면 마늘을 물에 타서 뿌리거나, 마요네즈를 물에 타서 뿌리는데요. 물엿을 사용하는 방법은 저도 그때 처음 알았거든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2~3일에 한 번씩 물엿을 4차까지 뿌려줬지만, 결과는 실패였어요. 햇볕이 좋고 건조할 때 뿌려야 효과가 있다고 해서 물에 희석한 물엿을 열심히 뿌려줬는데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해결해 보려고 노력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어요. 바로 개미들이 진딧물과 공생을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 밭에 갔을 때, 한쪽에 개미굴이 있었는데 그냥 뒀거든요. 개미들은 진딧물이 식물을 통해 얻은 단물을 먹고 다시 진딧물을 다른 작물에 옮겨주며 공생한다는데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생태계에는 천적이 다 있는데 농약이나 환경오염 등으로 천적이 사라지면 특정 벌레들만 굉장히 많이 생긴다고 하죠. 대단히 많은 개미가 보였지만 그들도 하는 일이 있을 거로 생각해서 그냥 뒀는데 진딧물이 너무 많으니 개미가 밉기는 하더라고요. (하하)
갑자기 진딧물이 많아진 것은 아마도 콩밭 주변에 웃거름 원액을 뿌려서 영양분이 과다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른 고랑에 심은 옥수수들은 웃거름을 똑같이 줬는데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가만히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게 자연인데, 그 며칠 못 나간다고 욕심을 냈던 건 아닌가 했어요.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거름을 잘 넣어줬으면 차라리 방치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뭐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옥수수는 떠나보냈지만 자연농 방식은 포기할 수 없으니 인간이 뭔가를 더하려는 습성을 되도록 버리기로 했지요.
비바람으로 지지대가 쓰러지면 나뭇가지를 활용
6월 말이 되면 장마가 시작되죠. 비가 많이 오면 흙이 부드러워지는데요. 이때 비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자칫 지지대가 쓰러지기도 하죠. 그럴 때 저는 지지대를 다시 세우고 끈으로 더 단단하게 고정하지 않았어요. 꺾이지 않고 휘어지게 하자!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쓰러진 부분을 Y자 나뭇가지로 받쳐 줬는데 그 뒤로는 태풍이 와도 잘 견뎌내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바람도 자연이고 나뭇가지도 자연이라 쇠로 만든 지지대보다 바람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아닐까 해요.
자연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니까 앞으로도 저는 자연농 방식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자연을 더 믿고 맡기면서 말이죠. 이름 모를 풀과 벌레, 나무들과 더 오랫동안 공생할 수 있도록요.
*이번 5화로 '초보 도시농부 텃밭도 자연농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자연농 방식으로 텃밭을 가꾸며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비가 오니 반가우면서도 이제부터 시작될 잡초와의 전쟁이 생각나기도 하죠.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일주일에 한두 번 밭에 나가 잡초를 없애느라 정신없는 때가 오고 말았습니다.
잡초는 말 그대로 잡초니까,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지만, 자연농을 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보지 않더라고요. 제가 봤던 책 (<자연농 교실>, 아라이 요시미 외 1인)에서는 잡초라고 분류하는 것도 인간의 편의에 의한 것이라고 해요.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잡초가 아니라 그냥 '풀'이라고요.
잡초라고 부르는 풀(아래 '풀')은 땅의 성질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나고 매년 같은 풀이 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또 나기 시작한 땅에서 자라게 하고 거기서 죽게 하면 오히려 땅이 비옥해진다고 해요.
추천하는 방법은 풀을 완전히 베기보다 고랑을 중심으로 한쪽을 베고, 벤 쪽의 벌레들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서 살 수 있게 2주 정도 지나 다른 쪽 풀을 베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1~2주에 걸쳐 1번 정도 낫으로 땅과 최대한 가까이에서 풀을 벤 다음 키우는 작물 주변 흙을 덮어줬어요.
▲ 가지 주변을 풀로 덮어준 것작물 주변의 풀을 낫으로 벤 다음 다시 작물을 덮어줘서 풀이 자라는 자리를 막고 거름이 될 수 있도록 했어요. ⓒ 박정선
저도 처음에는 잡초를 놔두냐, 없애냐를 두고 고민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풀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니 완전히 없애겠다는 생각을 버렸어요. 잡초를 없애려는 이유는 뿌리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작물을 키우는 동안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어요. 또 도시에서 자란 사람 눈에는 잡초지만 그중에는 식용 풀도 있을 테니 모조리 없앨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비상 상황! 진딧물의 습격~ 물엿으로 돌격~
작물은 동반작물끼리 배치하면 좋은데요. 그래서 저는 콩을 심고 주변에 옥수수를 심었어요. 콩과 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 주변 작물에 거름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잘 자란다고 해서요. 옥수수는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콩과 동반으로 심은 거죠.
그러다가 며칠 밭에 나갈 수 없어서 그동안 잘 먹고 잘 자라라고 웃거름(소변)을 원액으로 옥수수에 뿌려줬어요. 그사이 비는 내리지 않았고, 바쁜 일을 끝내고 텃밭에 나갔는데 그만 자리에 서서 울상이 되었답니다.
잘 자란 옥수수 대에 시커멓게 뭔가가 붙어 있었어요. 진딧물이었어요. 너무 징그럽기도 하고 온통 다 붙어 있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죠. 그렇다고 자연농으로 시작했는데 진딧물을 죽이는 농약은 치기 싫더라고요.
아는 분께 여쭤보니 일단 물엿을 물에 타서 전체적으로 뿌려 진딧물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시간을 벌어보라고 하셨어요. 신기했어요. 보통 진딧물이 생기면 마늘을 물에 타서 뿌리거나, 마요네즈를 물에 타서 뿌리는데요. 물엿을 사용하는 방법은 저도 그때 처음 알았거든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2~3일에 한 번씩 물엿을 4차까지 뿌려줬지만, 결과는 실패였어요. 햇볕이 좋고 건조할 때 뿌려야 효과가 있다고 해서 물에 희석한 물엿을 열심히 뿌려줬는데도 너무 늦게 발견해서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해결해 보려고 노력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 경험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어요. 바로 개미들이 진딧물과 공생을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 밭에 갔을 때, 한쪽에 개미굴이 있었는데 그냥 뒀거든요. 개미들은 진딧물이 식물을 통해 얻은 단물을 먹고 다시 진딧물을 다른 작물에 옮겨주며 공생한다는데 그때는 몰랐으니까요.
생태계에는 천적이 다 있는데 농약이나 환경오염 등으로 천적이 사라지면 특정 벌레들만 굉장히 많이 생긴다고 하죠. 대단히 많은 개미가 보였지만 그들도 하는 일이 있을 거로 생각해서 그냥 뒀는데 진딧물이 너무 많으니 개미가 밉기는 하더라고요. (하하)
갑자기 진딧물이 많아진 것은 아마도 콩밭 주변에 웃거름 원액을 뿌려서 영양분이 과다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다른 고랑에 심은 옥수수들은 웃거름을 똑같이 줬는데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가만히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게 자연인데, 그 며칠 못 나간다고 욕심을 냈던 건 아닌가 했어요.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거름을 잘 넣어줬으면 차라리 방치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뭐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옥수수는 떠나보냈지만 자연농 방식은 포기할 수 없으니 인간이 뭔가를 더하려는 습성을 되도록 버리기로 했지요.
▲ 개미가 너무해옥수수 대 사이를 유유히 다니는 개미들, 진딧물과 사이가 그렇게 좋을 줄이야 ⓒ 박정선
비바람으로 지지대가 쓰러지면 나뭇가지를 활용
6월 말이 되면 장마가 시작되죠. 비가 많이 오면 흙이 부드러워지는데요. 이때 비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자칫 지지대가 쓰러지기도 하죠. 그럴 때 저는 지지대를 다시 세우고 끈으로 더 단단하게 고정하지 않았어요. 꺾이지 않고 휘어지게 하자!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쓰러진 부분을 Y자 나뭇가지로 받쳐 줬는데 그 뒤로는 태풍이 와도 잘 견뎌내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바람도 자연이고 나뭇가지도 자연이라 쇠로 만든 지지대보다 바람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아닐까 해요.
▲ 나뭇가지로 쓰러진 고추 지지해 주기대나무 지지대가 부러져(작은 동그라미) 쓰러진 고춧대를 나뭇가지로 받쳐준 모습 ⓒ 박정선
자연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니까 앞으로도 저는 자연농 방식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자연을 더 믿고 맡기면서 말이죠. 이름 모를 풀과 벌레, 나무들과 더 오랫동안 공생할 수 있도록요.
*이번 5화로 '초보 도시농부 텃밭도 자연농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자연농 방식으로 텃밭을 가꾸며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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