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고 얼어죽은 군인들... 24억원 착복 대가는 참혹했다
[살아있는 역사교과서 대전현충원 52] 군번없이 참전해 사망한 경찰·국민방위군 종군자들
▲ 경찰관 유해 발굴 지역에서 나온 유품들을 경찰 관계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 국립대전현충원
6.25 전쟁에서는 군인만 희생된 것이 아니었다. 후방에서 벌어진 각종 전투에서 스러져간 경찰과 방위군 등도 있었고, 유격대원이나 근로 동원된 종군자들도 있었다. 유해 신원이 확인돼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경찰관은 모두 12명. 이들은 대부분 1950년 7월 호남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개전 초기인 1950년 7월 광주를 점령한 북한군 6사단은 목포, 보성, 순천을 거쳐 하동으로 진출한다. 이 과정에서 해남, 무안 등 서남부지역 경찰병력 50명은 피탈된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전라남도 영광군 묘량면 삼학리 지역 진출하다가 적과의 교전으로 지서 일대에서 전원 전사한다. 당시 전황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고립되어 전투를 벌이다 전사한 것이다.
군번 없이 참여해 전사, 대전현충원에 잠들다
방위군이 참여한 전투는 함양 거창지구 전투다. 미 제24사단과 경남지역에 편성된 민부대 등 대대단위 부대와 경찰, 청년 방위대 등이 경남의 안의, 거창, 함양 방면으로 진출하려는 북한군 4사단과 맞서 싸운 전투다.
미 34연대는 거창일대, 19연대는 안의·진주 축선, 한국군 민부대 등 4개 부대는 운봉·안의·함양 등에서 축차적인 방어를 실시한 지연전이다.
당시 한국군 부대는 대대 단위 독립부대로 김성은 중령의 해병대, 김병화 소령의 김부대, 오덕준 대령의 오부대, 기타 경찰 및 청년방위대 등이 있었고, 이를 통합해 민기식 대령이 지휘한다고 하여 '민부대'라고 했다. 이때 군번 없이 참여해 전사한 방위군들이 있었는데, 2007년에 5명의 유해가 발굴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그밖에 국민방위군으로 소집돼 제주도에서 훈련 도중 군번 없이 순직한 김국진 민방위군과 설악산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김영인 유격대원, 피의 능선 전투에서 준군사적 조직인 노무단에서 군인들을 지원하다 전사한 김아귀 근로동원자 등도 모두 신원이 확인되어 대전현충원에 묻혔다.
▲ 1951년 1.4후퇴 때, 국민방위군 지휘관들이 국고금과 군수물자를 부정 처분하여 착복함으로써 징집된 50만명의 국민방위군 가운데, 아사자, 병사자, 동사자가 약 5만명에서 9만명에 이르렀으며 20만명이 넘는 동상자를 만들었다. ⓒ 진실화해위원회
당시 국민방위군의 경우는 모든 면에서 처참한 상황이었다. 전황이 악화되자, 정부는 만 17세에서 40세 미만의 청장년 68만 명을 소집해 제2국민병으로 조직했는데, 계획도 없었고 예산도 없었다. 간부급도 '대한청년단' 단원들을 현역으로 임관시켰기 때문에 지휘 통솔이 엉망이었다. 1.4후퇴 당시 각지 방위군은 부산까지 걸어서 후퇴하였다. 하루에 주먹밥 한 덩어리로 때우며 잠은 가마니를 덮고 자 아사자와 동사자가 속출했다.
방위군 간부들이 인원을 조작해 24억 원의 금품을 착복하고 5만2000여 섬의 쌀을 부정처분해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이시영 부통령이 사임했고 배후 인물로 지목된 신성모 국방장관도 물러났다. 국민방위군 김윤근 사령관을 비롯해 지휘부 5명을 사형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현재 유해발굴사업은 '시간과의 전쟁'
▲ 2021년 12월 29일, 이남의?최영근 경사에 대한 6.25 전사 경찰관 합동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 국립대전현충원
2021년에도 6.25전쟁 유해 발굴 작업과 전사자의 신원 확인 작업은 계속됐다. 지난2021년 12월 22일에는 박부근 이등상사, 이상하 이등상사, 황부연 이등중사, 노승한 일병, 임호대 일병에 대한 6.25전사자 발굴유해 합동 안장식이 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같은 해 12월 29일에는 이남의‧최영근 경사에 대한 6.25 전사 경찰관 합동안장식이 열려 국가의 이름으로 추모 선양하는 행사는 지속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의 고령화, 국토개발에 따른 지형변화, 전사자료 부족 등 유해발굴사업은 현재 '시간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며 "전사자 유해소재에 대한 제보·증언과 유가족 유전자 시료채취 등의 과업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민미디어마당사회적협동조합 누리집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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