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 2골 2도움, 세리머니 대신 "집중해!"
[2022 K리그 1] 강원 FC 4-2 제주 유나이티드
▲ 강원 김대원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강렬한 홈 유니폼 색깔을 자랑하는 두 팀이 올 시즌 강릉에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오렌지 더비에서 만났다. 순위로는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3위)가 한참이나 위였지만 최근 10게임을 치르며 겨우 1게임만 이긴 것이 전부였으니, 최근 10게임 기록(4승 5무 1패)으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홈 팀 강원 FC는 자신이 있었고 꼭 이겨야 했다. 최하위 성남 FC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 승리에 대한 간절함은 혼자서 2골 2도움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 김대원의 한 마디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골을 터뜨린 김대원은 일요일 저녁 강릉종합운동장에 찾아온 1454명 홈팬들 앞에서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는 대신에 주위로 몰려온 동료들마다 눈을 맞추며 "집중해!" 외마디를 외쳐주었다.
강원 FC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김대원'
지난 수요일(22일)에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현재 득점 선두 스테판 무고사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며 1-4로 완패하고 돌아온 강원 FC는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으로 돌아가기 전 강릉에서의 마지막 홈 게임을 꼭 이겨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나왔다.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시작 후 22분 만에 강원 FC의 새로운 공격 자원으로 떠오른 양현준이 오른쪽 끝줄 앞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김봉수와의 어깨 싸움을 이겨내고 밀어준 공이 골문 앞 뒤엉킨 선수들 몸에 맞고 흐르자 김대원이 달려들어 오른발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김대원의 첫 골 과정에서 일부러 뒤로 흘려주는 역할을 해준 골잡이 이정협은 42분에 김대원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기막힌 다이빙 헤더로 12게임만에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이틀 전 만 31살 생일을 맞이했던 강릉 사위 이정협은 그동안 자신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준 최용수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며 감사와 미안함이 담긴 인사로 골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그래도 갈 길 바쁜 강원 FC는 후반전 시작 후 111초만에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려 3-0으로 달아났다. 오른쪽 윙백 김진호가 과감한 측면 드리블 돌파로 제주 유나이티드의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고 골 냄새를 맡은 김대원이 김진호의 역습 드리블 속도에 맞추어 달려들어가 이 게임 결승골이 된 오른발 추가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 골은 김대원의 시즌 8호골(4위)로 찍혀 최근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엄원상(울산 현대), 이승우(수원 FC)와 나란히 득점 랭킹 상위권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제주 유나이티드가 이대로 주저앉을 팀이 아니었다. 3-0 점수판이 된 뒤 5분 35초만에 따라붙는 골을 주민규가 페널티킥으로 넣은 것이다. 제르소의 빠른 드리블 돌파 순간에 강원 FC 수비수 임창우의 거친 태클이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 단짝 제르소와 주민규는 64분에 또 하나의 멋진 골을 만들어내며 이 게임을 안갯속으로 몰아넣었다. 제르소가 왼쪽 측면에서 기막힌 왼발 터닝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이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 주민규가 골문 앞에서 솟구치며 이마로 꽂아넣은 것이다. 주민규는 이 골들로 김천 상무의 국가대표 골잡이 조규성(11골, 게임 당 0.61골)을 따돌리고 득점 랭킹 2위(12골, 게임 당 0.67골)까지 뛰어올라 2년 연속 득점왕 욕심을 품기 시작했다.
3-0으로 오랜만에 완승 분위기를 만들었던 강원 FC가 그 분위기를 오래 끌어가지 못하고 3-2까지 따라잡힌 상황이 벌어졌으니 강릉의 일요일 저녁 분위기가 갑자기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김대원의 오른발 끝이 한 번 더 반짝반짝 빛났다. 6월의 마지막 게임, 김대원이 아니었다면 강원 FC는 홈팬들 앞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을 것이다.
78분에 귀중한 쐐기골이 또 하나의 프리킥 세트 피스로 나왔다. 오른쪽 측면이었으니 역시 키커는 김대원이었고 비교적 길게 넘어온 프리킥 크로스를 믿고 반대쪽에서 달려든 임창우가 정확한 헤더 골을 내려찍어 넣었다. 약 25분 전 페널티킥을 내주는 반칙을 저질러 마음 한쪽이 무거웠던 임창우가 이 게임 승점 3점을 가져오는 쐐기골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예상보다 힘들게 승점 3점을 얻은 강원 FC는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수원 블루윙즈를 11위로 밀어내고 다득점(강원 FC 20득점, 수원 블루윙즈 13득점) 차 10위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이제 강원 FC는 다음 달 2일(토) 오후 8시 탄천종합운동장으로 들어가 최하위 성남 FC를 만나게 되며, 다음 달 8일(금) 오후 7시 30분 김천 상무를 불러 춘천에서 다시 만나는 홈 게임 일정을 펼친다. 3위 제주 유나이티드도 7월 2일 오후 6시에 7위 FC 서울을 제주 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2022 K리그 1 결과(26일 오후 7시 30분, 강릉종합)
★ 강원 FC 4-2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김대원(22분), 이정협(42분,도움-김대원), 김대원(47분,도움-김진호), 임창우(78분,도움-김대원) / 주민규(53분,PK), 주민규(64분,도움-제르소)]
◇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40점 12승 4무 2패 28득점 14실점 +14
2 전북 현대 32점 9승 5무 4패 21득점 14실점 +7
3 제주 유나이티드 29점 8승 5무 5패 22득점 18실점 +4
4 인천 유나이티드 FC 28점 7승 7무 4패 23득점 19실점 +4
5 포항 스틸러스 27점 7승 6무 5패 23득점 17실점 +6
6 대구 FC 23점 5승 8무 5패 25득점 23실점 +2
7 FC 서울 22점 5승 7무 6패 20득점 19실점 +1
8 수원 FC 21점 6승 3무 9패 26득점 29실점 -3
9 김천 상무 19점 4승 7무 7패 20득점 22실점 -2
10 강원 FC 18점 4승 6무 8패 20득점 28실점 -8
11 수원 블루윙즈 18점 4승 6무 8패 13득점 22실점 -9
12 성남 FC 12점 2승 6무 10패 13득점 29실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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