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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근무 6개월, 설움과 욕설만 남았다

'이틀' 모자란 계약기간으로 복지포인트도 못받고... 제주 선별진료소 근무 A씨 이야기

등록|2022.07.01 10:33 수정|2022.07.01 10:57
이 기사는 코로나19 대응 기간제 근로자로 6개월 동안 제주 지역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한 A씨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 기자 말
 

▲ 제주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 ⓒ 임병도


민원인들의 끊임없는 불만과 공무원들의 태도 

나는 기간제 근로자로 올해 1월부터 제주 지역 보건소 내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했다. 보건면허가 없는 비면허 근로자라 주로 PCR 및 신속항원검사 보조와 선별진료소 안내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안내와 통제에 잘 따라줬다. 그러나 하루도 빠짐없이 황당한 요구를 하는 민원인들을 만났다.

PCR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전자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분들의 경우 기간제 근로자들이 도와준다. QR코드가 뭔지, 어떻게 사이트에 접속하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해달라고 하는 60대 미만의 시민들이 있었다. QR코드 접속까지는 도와줄 순 있었지만, 문진표 전체를 해달라는 요구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가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고 방금 전까지도 포털에서 기사를 읽고 카톡 메시지까지 잘 보내던 중국 동포들이 한국어를 모른다고 해달라 하면 난감하다 못해 어이가 없었다.
 

▲ 선별진료소 내 장애인과 거동불편자용 구역에 주차된 공무원 승용차 ⓒ 임병도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러 오는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주차였다. 주차 공간이 좁아 선별진료소 외부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안내하면 욕설부터 했다. 선별진료소 내에는 장애인과 의료·방역 차량만 주차해야 한다고 거듭해서 말해도 막무가내로 이중 주차를 했다.

주차 때문에 민원을 너무 많이 받아서 선별진료소 내 주차된 차량의 차주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량을 이동시켜 줄 것을 당부하는 전화를 해보니, 공무원들의 차가 너무 많았다. 특히 장애인이나 거동불편자 구역에 상시 주차하는 승용차도 공무원 소유였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차량이라도 코로나 방역 업무를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공무차량이 아니면 선별진료소에 주차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전화라도 하면 기간제근로자가 함부로 공무원 차를 빼라 마라 한다며 눈치를 줬다.

민원인들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며 항의하고, 공무원들은 차를 빼주지 않는 상황에서 기간제근로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욕설을 듣는 일뿐이었다.

기간제 근로자의 설움, 이틀이 모자라 받지 못한 복지포인트
 

▲ 선별진료소 기간제 근무 계약서. 계약서 작성은 2021년 12월 30일에 했지만, 계약기간은 2022년 1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였다. ⓒ 임병도


공무원들은 복지포인트를 받는다. 공공 업무에 투입되는 기간제 근로자도 복지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1년 기준 900점의 포인트를 받는다. 현금으로 대략 90만 원 정도이다. 6개월이라면 약 450점, 45만 원의 혜택을 받는다.

복지포인트 관련 정보를 접하고 문의를 해보니 나는 지급 기준인 6개월에서 이틀이 부족해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간제 근로자로 계약서에 서명한 날짜는 지난해 12월 30일, 하지만 계약기간은 2022년 1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였다. 보통 6개월이라고 하면 1월 1일부터가 계약 기간이어야 했지만, 계약서에는 1월 3일로 표시됐다. 담당자는 "1월 1일과 2일이 연휴였기 때문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 상관없이 근무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알고 보니 나와 비슷하게 기간제 근로자에게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11개월로 계약하는 등 날짜를 쪼갠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제주도가 기간제 근로자 계약 현황을 전수조사했더니 계약 기간 등을 핑계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본청은 30명, 제주 시청은 12명, 서귀포 시청은 무려 293명이나 됐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불공정한 계약을 해결하기 위해 고은실 의원은 1개월 이상 1년 미만으로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도청은 오히려 6개월 단위로 채용하겠다고 했다. 나 같은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이틀이 모자라 복지포인트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복지포인트 450점을 꼭 받아야 한다는 마음은 없다. 그러나 기간제 근로자였지만, 나름 6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일했던 사람에게 45만 원 혜택을 주기 싫어 1월 3일로 계약했다는 생각을 하니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 기간제 근로자에 지원할 때만 해도 코로나 대응 최전선인 선별진료소에서 힘껏 돕겠다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내가 근무했던 1월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보건소마다 인력 부족으로 기간제 근로자들은 주말에도 나와 일했다.

6월 30일 날짜로 6개월에서 이틀이 모자란 계약 기간이 끝났다. 나에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설움'과 '욕설' 뿐이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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