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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밥상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될 김치

열무김치 담가 올 여름 가장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등록|2022.07.01 14:47 수정|2022.07.01 14:47
며칠 전 열무김치를 담가 볼까 싶어 재래시장에 갔다. 그런데 열무 한 단이 만 원에 가까운 9000원이었다. 아무리 요즈음 물가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선뜻 열무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때는 비가 오지 않아 야채가 비싸다고 했다. 야채는 비가 오지 않아도 비싸고 장마가 져도 비싸다. 정말 적당함을 맞추는 게 어렵다. 결국 열무는 사지 않고 다른 반찬거리만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여름 시작인데도 더위가 한창이다. 밤에는 열대야까지 찾아왔다. 숙면을 못한 탓인지 입맛조차 없다. 어제 치과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맛 돌게 하는 뭐가 없을까 싶어 식자재 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 열무 두 단을 사서 김치를 담갔다. ⓒ 이숙자


마트 입구에 맨 먼저 눈에 띄는 게 싱싱한 열무다. 한 아주머니가 열무 한 단을 살펴보고 있는데 직원인 듯한 남자분이 "장마라 열무 잘 안 나와요, 열무 몇 단 안 남았어요"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열무가 더 귀해 보였다.

가격표를 보니 이게 웬일인가, 세일이라고 쓰여 있고 가격은 2980원이다. 열무가 너무 싸서 깜짝 놀랐다. 열무에 무슨 흠이 있나 싶어 들고 살펴보니 시들거나 흠이 있는 열무도 아니다. 식자재 마트는 가끔 세일을 한다. 오이, 깻잎, 고추를 사고 열무도 두 단을 샀다. 야채를 사고 나니 마음이 환해진다. 열무는 두 단이라고 해도 숨이 죽으면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열무 두 단을 싸게 사고 나니 무슨 횡재를 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아니 사람이 돈 몇 천 원에 이리 마음이 가벼울 수가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어이없어 웃음이 나온다.

여름에는 모름지기 열무김치가 밥상에 올라와야 여름답다. 나이 든 세대인 우리는 오래전부터 입맛이 그렇게 길들여 왔다. 배달 온 열무를 부지런히 다듬어 씻고 소금간을 한다.

열무김치 담기

1. 열무는 다듬어 두세 번 살살 씻어 소금 간을 한다.
2. 밀가루 풀을 끓인다.
3. 열무는 30분 정도만 간을 하고 난 후 한 번만 살짝 씻어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 오래 간을 하면 김치가 질기다.
4. 양념 만들기는 파, 양파, 한 개 정도 밀가루 풀에 넣고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액젓, 마늘, 생강가루 약간, 매실 진액 조금 넣는다.
5. 물 빠진 열무를 넣고 살살 버무린다. 마지막 통깨를 넣고 그릇에 담는다.
6. 하룻밤쯤 실온에 놓아둔 후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맛있는 열무김치가 된다.


김치 담그는 방법은 가정마다 다 다른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름 열무김치는 젓갈을 많이 넣지 않아도 익으면 맛이 있다. 열무김치는 짜지 않게 담가야 한다.
 

▲ 열무 김치를 담아 놓은 모습. ⓒ 이숙자


나는 열무비빔밥을 먹기 위해 예전에 먹던 방식대로 보리에 쌀을 조금만 넣고 압력솥에 보리밥을 했다. 된장에 고추와 멸치, 양파만 넣고 조그마한 옹기 그릇에 자작하게 끓였다. 양푼에 보리밥을 담아 열무김치,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 먹었는데 정말 어느 고기반 찬보다 맛있다.

올 여름 먹은 밥 중 제일 맛있었다. 행복이란 가장 작은 것에서도 만난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가족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며 여름을 보낼 것이다. 여름 밥상은 열무김치가 함께 할 것이다.

열무김치가 떨어지면 열무 물김치도 담가서 국수를 말아먹어도 별미다. 열무김치와 열무 물김치를 먹다보면 아무리 더운 여름도 금방 지나가리라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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