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유연석도 참여... '개들의 지옥' 철거 후 벌어진 일
[인터뷰] <동물에게 다정한 법> 펴낸 공저자 '동변' 대표 권유림 변호사
지난 6월 초 <동물에게 다정한 법>(동변 지음, 날, 2022) 책을 탐독한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감출 수 없었다. 7년 전 반려인의 세계에 입문한 후로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이 책에 적힌 상당수의 일들을 다 해봤기 때문이다.
산천어 축제에도 가봤고, 거제 씨월드의 돌고래 쇼를 관람한 적도 있다. 말이 끄는 꽃마차도 타봤으며 태국 여행 때는 코끼리 등에 올라타기도 했었다. 반려견 은이와 살게 된 후에야 나는 비로소 동물이 도구가 아니라는 진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 후 속죄하는 마음으로 유기견 센터에 후원도 하고, 아파트의 길냥이에게 손을 내밀어 보기도 하고, 육식을 줄여가고 있다.
내게 흑역사를 상기시켜준 <동물에게 다정한 법>은 동물의 권리를 법으로 지켜주고자 모인 '동변(동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활동을 담은 책이다. 꽃마차를 끄는 퇴역마 문제, 산천어 축제, 동물판 N번방 사건, 동물 실험과 해부 실습, 돌고래 학대 건, 시골 개 문제, 애린원 사건 등 그동안 동변이 맡아온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한국의 동물보호법 체계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고 있다. '동변' 소속 10명의 변호사가 함께 집필해 책을 엮었다.
이 책에 담긴 사건들은 대체로 지난하고 힘들게 해결되었고,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책을 읽는 나조차 답답함에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나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동물을 위해 애쓰고 있는 변호사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특히, 4년이나 계속된 애린원 관련 소송을 지치지 않고 이끌어 1000마리가 넘는 개들에게 새 삶을 찾아준 권유림 변호사를 만나보고 싶었다.
출판사를 통해 문의하자 권 변호사는 흔쾌히 응답해 주었다. 현재 동변 대표이기도 한 권 변호사는 '동물 해부 실습이 남긴 것'과 애린원 사건을 다룬 '애니멀 호더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두 편의 글을 책에 실었다. 지난 6월 28일 권 변호사를 줌(zoom)에서 만났다.
동물을 생각하는 변호사들이 모이다
- '동변'을 소개해주세요.
"동변은 2014년 동물의 권리에 관심이 있는 변호사들이 모여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동물권 관련 이슈를 논의하고 판례를 공부하는 모임이었는데 점차 동물단체들과 연결되면서 동물과 관련된 법을 자문하고, 동물 학대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권 변호사님은 어떻게 '동변'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제가 초등학교 때 분당으로 이사를 왔는데 분당이 막 신도시로 개발되고 있었거든요.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사가 한창이었어요. 당시 개발 전 토지 위 비닐하우스에서 바둑이를 키우는 분이 있었는데 그 강아지들과 노는 게 너무 좋았아요. 제가 하도 예뻐하니까 바둑이가 낳은 새끼를 한 마리 주셨고 그렇게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시작됐습니다. 그 후로 늘 반려동물과 함께했어요. 지금도 고양이 2마리, 강아지 1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고시생 시절에도 길고양이들을 임시보호하고 입양보내곤 했어요. 덕분에 고시합격이 좀 늦어지긴 했죠(웃음).
변호사가 된 후엔 전문지식을 활용해 동물을 위한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제가 알고 있던 동물권 단체는 카라밖에 없었는데 무작정 카라에 전화해 제가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데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동변'을 소개시켜주더라구요. 현재는 11명의 변호사가 있는데 중간에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요. 대표는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제가 쭉 맡고 있어요. 현재 멤버 중엔 가장 오래된 멤버이기도 하구요."
- 그렇담, 순수한 봉사로 이 일들을 하고 계신 건가요?
"네. 이걸 일로 하면 굶어 죽어요(웃음). 일로 하는 건 사람을 변호하는 일이구요, 동변 활동은 비용을 받지 않고 합니다."
- 변호사 하면 워낙 바쁜 직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동물을 위한 일에 따로 시간을 내시나요?
"혼자가 아니라 여러 변호사들이 사건을 나누어서 맡고 서로 도우면서 하고 있어요. 다들 낮에는 주업무를 하기 때문에 대체로 밤 늦게 관련된 회의를 하고 글도 쓰고 그래요. 무언가 마감한다 하면 마감날 새벽 3~4시에 막 원고들이 들어와요. 하지만,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느껴지고 있으니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쉬는 날엔 보호소 동물들을 만나러 가곤 하는데 동물들을 만나고 나면 마음이 채워지는 게 그게 오히려 제겐 휴식이고 힐링인 거 같아요."
동물을 살리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다
- 책을 보면, 꽃마차를 끄는 말, 실험동물, 수족관의 돌고래, 산천어, 방치된 애니멀호더의 개들, 식용으로 죽임을 당하는 개 등 정말 다양한 동물들의 권리를 변호해오셨더라구요.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아무래도 4년이나 끌었던 애린원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보호소였던 애린원이 천 마리가 넘는 '개들의 지옥'이 됐고, 2019년 10월 이를 철거했던 사건인데요, 천 오백마리가 넘는 개들이 구조됐고 구조된 개들 중 천 마리에 가까운 많은 개들이 모두 입양되는 기적같은 일을 해냈었죠(박세리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도, 배우 유연석도 애린원에 있던 유기견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기자말).
산천어 축제가 '축제'가 아닌 '학살'임을 알린 것도 의미 있었어요. 어류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이 저희가 여러 동물권 단체들을 대리해 산천어 축제의 주최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자 산천어 축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이죠. 사실 이 고발건은 산천어가 식용을 목적으로 한 어류라는 이유로 각하되었지만, 이것이 이슈화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생각해요."
나 역시 뉴스를 보고 산천어 축제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경우라, 이 대목에서 진심으로 마음이 뜨끔했다. 그리고 '동변'이 동물 학대자들을 고발하고 처벌하는 것을 넘어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이런 사건들을 다루시면서 인간에 대한 혐오 그런 게 생겨나진 않으셨나요?
"저희는 주로 생생한 현장 사진을 자주 보게 돼요. 사건의 내막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고요. 그럴 땐 영상들이 떠올라 힘들 때도 많아요. 인간에 대한 회의도 들고요. 하지만, 이런 것을 개선하려고 함께 하는 것도 사람들이기에 희망도 함께 느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식보다 뒤처진 법체계
- 그러고 보니 저부터 달라졌고, 제 주변만 해도 길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나 이런 것들이 몇 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은 점점 생명 존중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법이나 제도가 이런 것들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것 같나요?
"사실, 한국은 법보다 국민들의 인식이 앞서가는 것 같아요. 법이 어떤 이권들에 맞물려 국민 정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죠. 개고기 식용금지 문제만 해도 그래요. 국민들의 90% 이상이 개고기 식용을 혐오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법은 육견협회 등을 고려해서 명료하게 개정되지 못하고 있어요.
동물보호법도 개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동물보호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현행법은 학대당한 동물을 보호자로부터 3일 이상 격리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3일이 지나고 보호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학대한 보호자의 소유권을 빼앗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결국 동물은 다시 학대받는 환경으로 돌아가고, 동물 학대와 애니멀 호더와 같은 사건이 반복돼죠. 법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예방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 변호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강렬하게 느낀 것은 나도 행동하고 싶다는 거였다. 힘든 과정이라도 작은 변화를 일궈내는 데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 동물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해 주실 말이 있으신가요?
"일단 도움이 필요한 동물이 있는 곳에 한 번 가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잠깐이라도 보호소 동물들을 한 번 만나보세요. 사진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동물과 마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그렇게 작은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권 변호사가 책에서 애린원 사건에 대해 적은 문장이 떠올랐다.
이런 '기적'에 나의 작은 힘이 보태진다면 '흑역사'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마음으로 반성하는 일은 이젠 끝내고 조금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행동하기로 다짐해본다.
산천어 축제에도 가봤고, 거제 씨월드의 돌고래 쇼를 관람한 적도 있다. 말이 끄는 꽃마차도 타봤으며 태국 여행 때는 코끼리 등에 올라타기도 했었다. 반려견 은이와 살게 된 후에야 나는 비로소 동물이 도구가 아니라는 진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 후 속죄하는 마음으로 유기견 센터에 후원도 하고, 아파트의 길냥이에게 손을 내밀어 보기도 하고, 육식을 줄여가고 있다.
▲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지음, <동물에게 다정한 법>, (날, 2022) ⓒ 날
내게 흑역사를 상기시켜준 <동물에게 다정한 법>은 동물의 권리를 법으로 지켜주고자 모인 '동변(동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활동을 담은 책이다. 꽃마차를 끄는 퇴역마 문제, 산천어 축제, 동물판 N번방 사건, 동물 실험과 해부 실습, 돌고래 학대 건, 시골 개 문제, 애린원 사건 등 그동안 동변이 맡아온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한국의 동물보호법 체계의 문제점을 꼼꼼히 지적하고 있다. '동변' 소속 10명의 변호사가 함께 집필해 책을 엮었다.
출판사를 통해 문의하자 권 변호사는 흔쾌히 응답해 주었다. 현재 동변 대표이기도 한 권 변호사는 '동물 해부 실습이 남긴 것'과 애린원 사건을 다룬 '애니멀 호더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두 편의 글을 책에 실었다. 지난 6월 28일 권 변호사를 줌(zoom)에서 만났다.
동물을 생각하는 변호사들이 모이다
- '동변'을 소개해주세요.
"동변은 2014년 동물의 권리에 관심이 있는 변호사들이 모여서 시작했어요.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서 동물권 관련 이슈를 논의하고 판례를 공부하는 모임이었는데 점차 동물단체들과 연결되면서 동물과 관련된 법을 자문하고, 동물 학대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권 변호사님은 어떻게 '동변'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제가 초등학교 때 분당으로 이사를 왔는데 분당이 막 신도시로 개발되고 있었거든요.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공사가 한창이었어요. 당시 개발 전 토지 위 비닐하우스에서 바둑이를 키우는 분이 있었는데 그 강아지들과 노는 게 너무 좋았아요. 제가 하도 예뻐하니까 바둑이가 낳은 새끼를 한 마리 주셨고 그렇게 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시작됐습니다. 그 후로 늘 반려동물과 함께했어요. 지금도 고양이 2마리, 강아지 1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고시생 시절에도 길고양이들을 임시보호하고 입양보내곤 했어요. 덕분에 고시합격이 좀 늦어지긴 했죠(웃음).
변호사가 된 후엔 전문지식을 활용해 동물을 위한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제가 알고 있던 동물권 단체는 카라밖에 없었는데 무작정 카라에 전화해 제가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데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동변'을 소개시켜주더라구요. 현재는 11명의 변호사가 있는데 중간에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기도 하고 그래요. 대표는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제가 쭉 맡고 있어요. 현재 멤버 중엔 가장 오래된 멤버이기도 하구요."
- 그렇담, 순수한 봉사로 이 일들을 하고 계신 건가요?
"네. 이걸 일로 하면 굶어 죽어요(웃음). 일로 하는 건 사람을 변호하는 일이구요, 동변 활동은 비용을 받지 않고 합니다."
- 변호사 하면 워낙 바쁜 직업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동물을 위한 일에 따로 시간을 내시나요?
"혼자가 아니라 여러 변호사들이 사건을 나누어서 맡고 서로 도우면서 하고 있어요. 다들 낮에는 주업무를 하기 때문에 대체로 밤 늦게 관련된 회의를 하고 글도 쓰고 그래요. 무언가 마감한다 하면 마감날 새벽 3~4시에 막 원고들이 들어와요. 하지만,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느껴지고 있으니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쉬는 날엔 보호소 동물들을 만나러 가곤 하는데 동물들을 만나고 나면 마음이 채워지는 게 그게 오히려 제겐 휴식이고 힐링인 거 같아요."
동물을 살리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다
▲ 반려견 정선이와 함께 바닷가에서. 정선이는 정선에서 구조되어서 이름을 정선이라 했다. ⓒ 권유림 제공
- 책을 보면, 꽃마차를 끄는 말, 실험동물, 수족관의 돌고래, 산천어, 방치된 애니멀호더의 개들, 식용으로 죽임을 당하는 개 등 정말 다양한 동물들의 권리를 변호해오셨더라구요.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아무래도 4년이나 끌었던 애린원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보호소였던 애린원이 천 마리가 넘는 '개들의 지옥'이 됐고, 2019년 10월 이를 철거했던 사건인데요, 천 오백마리가 넘는 개들이 구조됐고 구조된 개들 중 천 마리에 가까운 많은 개들이 모두 입양되는 기적같은 일을 해냈었죠(박세리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도, 배우 유연석도 애린원에 있던 유기견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기자말).
산천어 축제가 '축제'가 아닌 '학살'임을 알린 것도 의미 있었어요. 어류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이 저희가 여러 동물권 단체들을 대리해 산천어 축제의 주최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하자 산천어 축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이죠. 사실 이 고발건은 산천어가 식용을 목적으로 한 어류라는 이유로 각하되었지만, 이것이 이슈화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생각해요."
나 역시 뉴스를 보고 산천어 축제의 문제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경우라, 이 대목에서 진심으로 마음이 뜨끔했다. 그리고 '동변'이 동물 학대자들을 고발하고 처벌하는 것을 넘어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이런 사건들을 다루시면서 인간에 대한 혐오 그런 게 생겨나진 않으셨나요?
"저희는 주로 생생한 현장 사진을 자주 보게 돼요. 사건의 내막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고요. 그럴 땐 영상들이 떠올라 힘들 때도 많아요. 인간에 대한 회의도 들고요. 하지만, 이런 것을 개선하려고 함께 하는 것도 사람들이기에 희망도 함께 느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식보다 뒤처진 법체계
▲ 반려견 정선이와 법원 앞에서 한 컷 ⓒ 권유림 제공
- 그러고 보니 저부터 달라졌고, 제 주변만 해도 길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나 이런 것들이 몇 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은 점점 생명 존중의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법이나 제도가 이런 것들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것 같나요?
"사실, 한국은 법보다 국민들의 인식이 앞서가는 것 같아요. 법이 어떤 이권들에 맞물려 국민 정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죠. 개고기 식용금지 문제만 해도 그래요. 국민들의 90% 이상이 개고기 식용을 혐오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법은 육견협회 등을 고려해서 명료하게 개정되지 못하고 있어요.
동물보호법도 개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동물보호가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현행법은 학대당한 동물을 보호자로부터 3일 이상 격리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3일이 지나고 보호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학대한 보호자의 소유권을 빼앗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결국 동물은 다시 학대받는 환경으로 돌아가고, 동물 학대와 애니멀 호더와 같은 사건이 반복돼죠. 법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예방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권 변호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강렬하게 느낀 것은 나도 행동하고 싶다는 거였다. 힘든 과정이라도 작은 변화를 일궈내는 데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 동물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조언해 주실 말이 있으신가요?
"일단 도움이 필요한 동물이 있는 곳에 한 번 가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잠깐이라도 보호소 동물들을 한 번 만나보세요. 사진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동물과 마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그렇게 작은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인터뷰를 마치자 권 변호사가 책에서 애린원 사건에 대해 적은 문장이 떠올랐다.
이 중 1천 마리가 넘는 개가 모두 입양되었습니다. 수많은 봉사자와 활동가 그리고 여러 동물권 단체의 도움 덕분이지요. 이런 일이 '기적' 아닐까 싶습니다. (147쪽)
이런 '기적'에 나의 작은 힘이 보태진다면 '흑역사'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않을까. 마음으로 반성하는 일은 이젠 끝내고 조금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행동하기로 다짐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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