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제 발로 걸어 들어와서 코 꿰인 그룹 이야기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함께 해서 더 좋은 기사쓰기... 한 뼘 성장하고픈 사람에게 권합니다

등록|2022.07.09 11:28 수정|2022.07.09 11:28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글쓰기'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8살 난 아이도 매일 일기를 쓰고 심심하면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를 쓰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이다.

물론, 글을 잘 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바로 이 글을 잘 쓰지 못해서 나는 블로그를 시작하는 것도 10년도 넘게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었다(글을 잘 써야만 블로그를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감사 일기를 쓰는 다른 분의 블로그를 보면서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감사 일기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나아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일기장처럼 평소 내 생각들도 쓰고, 가끔씩 혼자 진행하는 셀프 프로젝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정한 주제도 키워드도 없이 나를 위한 기록들을 중구난방으로 채워 나갔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가 햇수로 4년이 다 되어간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야 혼자서도 할 수 있었지만, 이토록 긴 시간을 혼자 이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주마다 돌아오는 기획회의와 마감
 

▲ 글벗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다음 번 기사 거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 envato elements


블로그를 쓰기 시작하고 '매일 글쓰기 모임'이라는 온라인 모임에 들어갔다. 무료였고 그저 매일 뭐라도 쓰자는 취지의 모임이었다. 매일 뭐든 쓴 것을 공유하면 된다. 코로나 시대가 오기도 전부터 온라인으로 만나 서로 응원의 말도 나누고, 서로의 블로그에 가서 공감도 누르고, 댓글도 쓰며 소통하는 글벗들과 함께 나는 조금씩 성장했다.

그런 가운데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서 "작가님"이라 불리우기도 하고,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가 되어 "기자님"이란 말도 들었다. 글벗들과 이웃들의 공감과 댓글들이 쌓여 계속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기사를 쓰게 된 것은 모임에서 이미 시민기자를 하고 있는 누군가가 나에게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보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면서였다. 손사레를 치며 아니라고 말했지만 이미 마음 속에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의 씨앗이 심어져 있었던 것일까? 마감을 하루 이틀 앞두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글을 썼고, 그렇게 첫 기사를 발행했다.

기사를 쓰기 전 운영해 온 블로그가 전체공개라고 해도 나에게는 올 사람들만 들어오는 안전한 울타리 같은 곳이었다. 그런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글만 쓰다가 세상으로 나와서 처음 쓴 글에 달린 익명의 댓글을 보고 겁을 먹었다. "어우 기사 다시는 안 써!"라며 나는 나만의 안전한 울타리 안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그렇게 자진해서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지 일 년도 더 지난 어느 날, 문득 바깥 세상이 궁금했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나와 달리 꾸준히 기사를 발행하는 주변의 글벗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사를 읽으면서 조금씩 용기를 냈고, 기어이 나는 다시 바깥 세상의 글쓰기에 한번 더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기사 한 편이 두 편이 되고 세 편이 되었다. 그러는 동안 해가 바뀌고, 글벗 두 사람이 혹시 그룹으로 함께 연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었다.

넉넉 잡아 반년 정도의 시간 동안 2주에 한 번 10편의 기사를 발행하는 것이 목표였다. 여기에 다른 글벗 한 분이 더 합류해 시작한 우리 그룹의 이름은 '워킹맘의 부캐(부캐릭터)'였다.

워킹맘의 부캐 기사 보러 가기
 

▲ 워킹맘의 부캐, 그룹 메인 페이지. ⓒ 최은경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을 하고는 돌아서서 걱정을 했다. 글쓰기에 엄청 자신이 있지도 않았고, 마감이 있는 글쓰기는 처음이었기에 '혹시 민폐를 끼치면 어떡하지?', '내가 정기적으로 기사를 발행해 낼 수 있을까?' 등의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총 10편의 기사를 발행하기로 했는데 3편쯤 발행하고 나니 소재가 고갈되었다. 애초에 내가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대한 글쓰기였고, 기사 쓰는 것 역시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어서 더 헤맸다. 그럴 때마다 용기를 내어 한 편 한 편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해주고, 으쌰으쌰 응원해주는 글벗들 덕분이었다.

그룹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워킹맘의 부캐'는 본업은 따로 있는 워킹맘들이, 부캐까지 키우면서 하는 글쓰기 모임이다. 아이를 키우며, 본업을 하고, 부캐를 키우는 시간을 쪼개어 쓰는 글이다 보니 변수가 많았다. 그 와중에도 마감을 꼬박 지키는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매번 마감에 허덕이다가 급기야는 기사 송고가 하염없이 늦어 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괜찮다며 끌어주고 밀어주고 응원해주며 함께 나아갔다. 그리고 글벗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다음 번 기사 거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뮤즈였고, 평론가였고, 든든한 응원군이었다.

우리의 그룹 연재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았다. 기획회의를 통해 각자 기사 주제와 대략적인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그것을 편집기자님께 알린다. 그 후에 일주일 정도 초고를 써서 합평하는 방에 올리면, 시간이 되는 글벗들이 초고를 읽고 간단한 피드백을 준다. 주로 좋았던 부분과 아쉬운 부분 정도로 다정한 합평을 주고받는다.

이때 받은 의견을 바탕으로 글을 조금 더 다듬는 퇴고 과정을 거친 후 편집부로 보내기 버튼을 누른다. 우리는 주로 금요일 송고를 목표로 했는데 그러고 나면 일요일 새벽에 잠이 덜 깬 얼굴로 또 줌으로 만나서 기획회의를 했다. 이렇게 2주의 간격으로 기사를 계속 써 나갔다.

기사를 쓰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다양한 글에 대한 합평도 해보게 되고, 나의 글에 대한 의견들을 듣고 반영해서 기사를 퇴고한 후 송고하는 프로세스를 거쳤다. 내가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글이지만 초고보다는 더 좋은 버전의 글을 편집부에 송고할 수 있었다.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건 아닌가 보다.

물론 내가 쓴 글이 그대로 기사화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송고한 글은 편집기자의 손을 거쳐 조금 더 다듬어진다. 제목도 새로 뽑히고 비문이나 문법 오류도 수정이 된다(최대한 오타나 비문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만, 늘 수정할 부분이 존재한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시간과 정성을 받은 글은 배치되기를 기다렸다가 드디어 세상에 얼굴을 내밀게 되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글벗의 글은 편집기자를 거치면서도 큰 수정 없이 통과가 되는 것 같은데, 나의 글은 늘 편집기자의 손길을 많이 받고서야 배치대기 상태로 넘어갈 수 있었다.

당신도 함께 할 수 있는 여정

모두 바쁜 와중에도 서로의 글을 읽고 다정한 합평을 해주었다. 글쓰기의 어려움, 마감의 버거움에 대한 고민들도 함께 하고 또 해결책을 제시하며 풀어나갔다. 혼자서도 연재기사를 쓸 수 있었겠지만 함께라서 더 좋았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했다.

글쓰기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이다. 2주에 한 번의 기획회의와 2주에 한 번 서로의 글을 읽고 합평을 한다는 것. 글벗 중에는 아직 한 번도 직접 얼굴을 보지 못 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어?" 하고 바로 아는 체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대체 어디에서 이런 공감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이 기사를 끝으로 나의 '워킹맘의 부캐' 활동은 끝이 난다. 어떤 글벗은 같은 주제로 이어서 글을 쓰기로 했고, 또 어떤 글벗은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기사를 쓰기 위해 고민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함께 연재를 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출간 제의를 받은 글벗도 있고, 이미 출간계약을 한 글벗도 있다(참고로 나는 아니다 ^^).

정말 쥐어 짜도 나오지 않는 글을 거의 울면서 마감했는데 그 글이 참 좋았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그 간의 고통이 말끔하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연재를 마치며 "저는 이제 한동안은 기사 못 쓸 것 같아요"라며 엄살을 부렸지만 돌아서서 기사 거리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친애하는 나의 글벗들이 앞으로 또 어떤 글을 써 내려갈지 기대가 된다. 글쓰기에 대한 일말의 로망이라도 있는 당신,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시민기자로 가입부터 해보자. 그런 다음 내가 관심 있는 그룹이 있는지 검색해 보자(현재 그룹들은 6월로 상반기 활동 종료 상태, 8월 이후 새 그룹 준비 예정 - 편집자말).

원하는 주제가 없다면 편집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직접 그룹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제안 해도 좋다. 찜해둔 시민기자가 있다면 용기를 내서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라서 성장할 수 있었던 나의 그룹처럼 당신도 이 여정 끝에서 한 뼘쯤 자라 있는 글쓰기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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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저의 개인 SNS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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