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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수문 닫은 결과, 이렇습니다

[현장] 모래 대신 펄로 가득 차... 악취에 초파리 몰리기도

등록|2022.07.12 17:29 수정|2022.07.13 10:05

▲ 펄밭이 된 공주보 상류의 모습 ⓒ 이경호


정부가 가뭄 극복을 이유로 닫았던 충남 공주시 공주보가 개방됐다.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6일간 수위를 조금씩 내리던 수문이 완전히 열린 것이다. 지난 6월 15일 공주보의 수문이 닫힌 후 완전히 개방된 건 24일 만이다.

12일 금강 고마나루 현장을 찾았다. 모래가 가득했던 강은 다시 펄로 가득 찼다. 이에 금강의 접근이 어려웠다. 20cm 이상의 펄이 강의 모래밭을 뒤덮었다.

펄을 걸어가는 걸음마다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장화에 붙은 펄에서 악취가 풍겼다. 펄은 장화에 붙어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악취가 풍기는 금강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악취와 펄을 좋아하는 초파리도 가득했다.

강변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찾을 수 없었다. 이곳을 여러 차례 찾은 필자처럼 익숙하지 않다면 입구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마나루라고 만든 작은 광장과 길은 펄로 가득 차 있어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2018년 수문이 개방되고 펄이 쌓여 육화되던 금강은 2020년 54일간 비가 오면서 펄밭이 모래밭으로 변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힘이었다. 육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했지만, 자연이 펄밭을 모래밭으로 바꾸어줘 고민을 없앴다.

일부 육화를 방지하기 위해 제초 원정대를 꾸려 모래톱을 유지하려 노력도 했다. 모래는 영양분이 많지 않아 식물이 잘 자리지 못한다. 하지만 펄밭에는 영양분이 많아 풀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육화된다.

이제 다시 공주보 상류는 육화를 걱정해야 한다. 다시 모래톱으로 바뀔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올해 비가 다시 만들어 줄지 내년에 비가 만들어 줄지는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자연만이 알 수 있다.

전에 모래톱에서 서식하던 꼬마물떼새는 찾을 수 없었다. 펄로 가득 찬 금강변에는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가 살 수는 없다. 물떼새가 다시 찾기 위해서는 모래톱으로 다시 바뀌어야 한다. 올여름 다시 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수문은 다시 열렸지만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지 20일간의 담수가 만들어낸 결과다.

환경부는 이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 진행한 것이라면 직무유기 아닐까. 아직 수문을 개방하지도 못한 낙동강에는 녹조가 한창이라고 들었다.

가뭄을 이유로 길지 않은 기간 수문을 가둬놓은 결과가 이렇다. 강을 막아 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 공주보 펄밭에 빠진 장화 ⓒ 이경호

 

▲ 펄밭 멀리 공주보가 보인다. ⓒ 이경호

 

▲ 고마나루 출입구 ⓒ 이경호

 

▲ 장화가 빠진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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