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자녀의 영어 교육 위해 뭔가 해주고 싶다면, 여길 보세요

천재 아닌 평범한 아이가 영어로 스스로 글을 쓰기까지

등록|2022.07.13 13:50 수정|2022.07.13 13:50

▲ 아이는 엄마와 매일 책 읽는 시간을 가지며 무엇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 진혜련


저는 지난 기사에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영어만 공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말로 된 책을 열심히 읽어주었더니 결국엔 영어도 수월하게 습득하게 된 제 아이의 사례를 소개하며 영어 학습에 있어서 문해력을 강조하였죠.

아이는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에 다닌 적이 없고요. 그렇다고 체계적으로 엄마표 영어로 관리하며 키운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자막 없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 상상과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를 영어로 쓰는 열 살 아이가 되었습니다(관련 기사 : 자막 없이 영화 보는 열 살, '영유' 근처도 안 갔습니다 http://omn.kr/1z3u8).

제 아이는 평범합니다
 

▲ 아이가 스스로 쓴 영어 이야기입니다. ⓒ 진혜련

 

▲ 아이가 스스로 쓴 영어 이야기입니다. ⓒ 진혜련


이런 저의 경험담을 듣고 많은 분들이 문해력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해주시며 큰 관심을 보여주었어요. 반면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원래 언어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 '이 아이는 매우 특별한 경우다', '유전적 요인이 클 것이다'라고 말이죠.

저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기에 제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영재, 천재라 부를 수 없는 그저 평범한 아이입니다. 아이가 특수하여 이 사례를 일반화시키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소개하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제 아이만이 아니라 제가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아이들이 영어를 편하고 즐겁게 익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성향과 역량이 제각기 다른 아이들에게 저의 교육법이 맞춤옷처럼 딱 맞기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학부모님들로 하여금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하거나, 고민되고 막막했던 문제를 구체적인 방법으로 풀어드릴 수 있는 지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하였습니다. 0~4세까지는 우리말 책 읽어주기만 열심히 하였습니다.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데요. 엄마의 노력과 공부가 필요한 일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하기 힘들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이 시기에는 우리말 책 읽어주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가끔 영어 동요 위씽(Wee Sing) 시리즈를 CD로 틀어주기도 했는데요. 영어 학습 효과를 떠나 노래가 잔잔하고 아름다워 아이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영어 노출은 5세부터 조금씩 시작하였습니다. 그랬더니 6~8세에는 그야말로 영어에 흠뻑 빠지더라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어 노출을 하면서도 우리말 책 읽어주기를 계속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열 살이 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해오고 있고요. 지나고 보니 아이의 영어 실력을 키운 것은 크게 두 가지, 우리말 책 읽어주기와 충분한 영어 노출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언뜻 별개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엄마표 오디오북을 만들었습니다
 

▲ 엄마가 편한 시간에 미리 책 녹음을 조금씩 해두세요. 피곤한 날에는 직접 책을 읽어주는 대신 엄마표 오디오북을 활용했습니다. ⓒ 진혜련


많이들 말씀하십니다. 아이에게 영어 노출을 해보려고 하는데 뜻대로 잘되지 않는다고요. 영어 노출을 시작할 때 거부감을 보이며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죠. 제 아이도 그랬습니다. 저는 아이의 첫 영상으로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까이유(Caillou)'를 보여주었는데요. 조금 보는가 싶더니 금세 딴짓을 하더라고요. 안 되는구나 싶었죠.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자기 소파에 앉아 곧잘 보는 거예요. 아이가 영어 노출에 비교적 빨리 적응한 거죠.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그동안 아이에게 책 읽어준 시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모국어로 엄마가 매일 책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아이는 한국어, 영어를 떠나 언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감각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습관을 갖게 되었고요. 잘 듣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결정적으로 아이는 엄마와 매일 책 읽는 시간을 가지며 무엇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어가 낯설더라도 그 안에 흐르는 이야기가 궁금해 자리를 뜨지 않고 눈과 귀를 열게 된 거죠.

저는 임신 했을 때부터 수많은 육아서와 그림책을 읽으며 결심했습니다. 아이에게 다른 건 못 해줘도 책은 매일 읽어주자고요. 아이와 며칠씩 숲이나 바다로 여행을 갈 때도 항상 가방에 책을 챙겨가 읽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여섯 살 때 저와 떨어져 할머니 댁에 며칠 머물러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책을 읽어줄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저는 그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결국 괜찮은 방법 하나를 찾았습니다.

바로 엄마표 오디오북을 만드는 것입니다. 오디오북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아이의 책을 소리 내어 읽고 녹음했어요. 핸드폰에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는 녹음앱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녹음한 음성파일을 친정엄마 핸드폰으로 전송하여 아이가 듣도록 하였습니다.

저는 아이와 떨어져 있을 때뿐만 아니라 너무 피곤한 날에도 직접 책을 읽어주는 대신 오디오북을 활용했어요. 엄마가 편한 시간에 미리 책 녹음을 해두세요. 분량은 5분 내외가 적당합니다. 엄마표 오디오북만 있다면 아무리 바쁜 워킹맘도, 육아에 지친 전업맘도 '책 읽어주는 엄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또 궁금증이 생기실 거예요. 과연 아이들이 보지도 않고 듣기만 하는 독서를 잘할까? 아이들은 생각보다 꽤 잘 듣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반 아이들에게 매일 책 읽어주는 일을 4년째 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그 시간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이들 말로는 보지 않으니 오히려 더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 재밌다고 해요.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아니라 엄마 목소리잖아요. 아이들은 엄마 목소리로 책 읽어주는 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처럼 우리말 책 읽어주기로 문해력을 탄탄하게 잡아주며 영어 노출을 해줘야 하는데요. 그렇다면 영어 노출은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영어 노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상, 책, 영어가 오가는 환경 등이 있죠. 저는 이 중 아이가 꾸준히 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것 즉 아이 입장에서 가장 편하고 흥미로운 것으로 골랐습니다. 엄마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고요.

저는 영어 노출을 '영상'으로 하였습니다.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일은 참 조심스럽습니다. 자칫 미디어에 과하게 빠져 독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영상을 보여주는 매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매체로 얼마나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영상으로 영어 노출을 했을 때의 극적인 효과와 부작용 없는 영상 영어 노출 학습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녀의 영어 교육을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우리말 책 읽어주기부터 해보시길 권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