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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도 경비원도 '대만족'... 입소문난 아파트, 비결 공개했다

30주년 맞은 대전 크로바아파트, 전국 최초 백서 발간... 공동체 소통 노하우 등 사례 담아

등록|2022.07.14 17:20 수정|2022.07.15 15:18

▲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30년간 입주민들의 소통 역사를 기록한 <네잎크로바>(대흥종합관리)을 발간해 화제다. ⓒ 심규상


입주 30주년을 맞은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전국 최초 '아파트 백서'를 발간해 화제다.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1992년 준공, 1632세대)의 입주자대표자회의와 관리업체인 대흥종합관리(주)는 최근 아파트 역사를 기록한 <네잎크로바>(60쪽, 작은 기쁨)를 펴냈다.

책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의 역사에서 시작한다. 콘크리트 건물이 세워지기 전 마을의 역사, 풍경, 공사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복원해 냈다.

대전 둔산동 일대에는 공군교육사령부와 육군 32사단 사령부, 육군통신학교, 논밭이 자리하고 있었다.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주택 200만 호 건설 공약 대상지에 둔산을 포함하면서 풍경이 변했다. 둔산신도시, 행정기관 이전 정책과 함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

백서에는 크로바 아파트 변천사도 담았다. 외관, 사계절 풍경, 조경의 변화와 더불어 황톳길을 소개했다. 이 아파트는 사계절 빼어난 조경과 아파트 단지 내 400m 황톳길로 명성을 얻고 있다.
 

▲ 이 책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 땅의 역사에서 시작한다. 군부대 또는 논밭이었다가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주택 200만 호 건설 공약대상지에 둔산을 포함하면서 아파트 부지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 심규상

 

▲ 아파트 변천사와 사계절 풍경도 담았다. 책자 사진을 전담해 찍은 오승균씨(72)도 이 아파트에서 오렛동안 거주했었다. ⓒ 심규상


경비원 임금 올리고 친환경 자재로 놀이터 설치

뒤이어 역대 입주자 대표회장들의 회고 좌담회 내용이 담겼다. 박우원 전 회장은 "분양 당시에는 주변 아파트보다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다"며 "건설사 메이커를 주로 따졌는데 1군 건설사가 아닌 인지도가 낮은 4개 건설사가 연합으로 지어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정원태·조성천·이일병 전임 회장은 "이후 도시 인프라가 하나둘 형성되면서 우리 아파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주된 요인은 잘 갖춰진 인프라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라고 평했다.

제일 먼저 횡단보도 추가설치, 소방시설 교체 등으로 안전한 아파트라는 인식을 얻었다. 매년 비용을 아끼지 않고 나무를 심었다.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심은 나무만 4만 그루다.

4년 전 시간당 최저임금이 인상(16.5%)되자 전국의 많은 아파트가 경비원을 감원했다. 40명의 경비원이 근무하던 이 아파트도 입주자 부담 비용이 매년 수억 원 늘어났다. 하지만 입주자대표들과 관리주체가 머리를 맞대 감원없이 오히려 임금은 올리고 관리비 인상 부담을 줄였다. 1일 2교대 근무와 야간당직자 제도라는 묘안을 찾아낸 것이다.

경비초소 20곳 전체에는 일찌감치 에어컨을 설치했다. 직사광선이 강한 서향 초소에는 차광막을 설치했다. 경비실 안 사무 자재도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백서에 등장하는 입주민 모두 외관 못지않게 공동체 생활에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층간소음의 경우 5인의 주민으로 층간 소음관리위원회를 운영,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다. 소통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역대 관리소장 좌담회 내용을 보면 아파트 관리의 노하우가 느껴진다. 56개 승강구 출입구 앞 화단마다 할미꽃 야생화로 꾸미고 제대로 된 황톳길을 만들기 위해 배수가 잘되는 황토를 찾아 전국을 다녔다는 김성근 전 관리실장, 붐비는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면적을 넓히고 자연 친화적 소재를 썼다는 이봉섭 전 소장 등. 관리소장실 자리에 대표회의실을 만들고 대표회의실은 생활체육실로 주민에게 돌려준 사례까지, 각종 미담들이 쏟아진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아파트
 

▲ 크로바아파트 입주민단합대회를 소개하고 있다. ⓒ 심규상

 

▲ '아파트 백서' 55면. 이 책에서는 아파트 역사의 주인공들은 아파트 입주민들과 관리직원, 경비노동자, 환경미화노동자라고 밝히고 있다. ⓒ 심규상


책 곳곳에는 입주민과 아파트 관리주체 간 소통의 역사가 느껴진다. 16명의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59세에서 76세까지 일하고 있다"면서 "건강하게 일하며 사는 재미가 쏠쏠하니, 누구라도 할 수 있으면 미화원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조경 기사들은 "내 집을 가꾸는 마음으로 정원을 관리하다 보니 어느 한 계절 아름답지 않은 철이 없다"고 자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탁구동우회, 테니스동우회, 상가번영회, 부녀회 역사에다 300명 가까운 기수별 입주자대표회의 명단까지 수록했다.

조연자 관리소장은 발간사에서 "아파트 관리는 입주민과 관리주체가 같이 하는 일"이라며 "아파트 관리소장이 힘든 일이지만 직원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줘 이 아파트에서 일한 6년은 행복하고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크로바 아파트는 대흥종합관리(주)에서 장기 위탁관리 중이다. 이 업체는 1998년 창간한 사외보인 '작은 기쁨' 책자를 격월로 발행(1만 부)해 지역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료 배포해오고 있다.

또 공동주택과 시설관리 회사의 특성을 살린 재능기부 봉사단체 '사랑의 고치미'를 활동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랑이 고치미'는 집수리 대상선정부터 자재구입, 목공, 전기, 도색, 도배, 장판과 같은 수리에서 가재도구 교체까지 전방위 지원하는 회사 내 봉사활동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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